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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에 다시 중대 결단?

등록 2005-09-14 00:00 수정 2020-05-03 04:24

일단 좌절되고 만 노무현의 대연정 제안, 그 이후 시나리오는…
한나라당 제외한 3당 정책연합으로 선거구제 개편에 총력 펼 수도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와 상생의 정치 문화 구축을 명분으로 한나라당을 향해 ‘대연정 구애’를 본격화한 지 40여일 만에 사실상 이 제안을 접었다. 멕시코 등 중미 2개국 순방에 나선 노 대통령은 9월8일 특별기 안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연정 얘기만 안 하면 돕는다고 했는데, 같은 얘기를 계속할 수 있겠냐”면서 “당분간 나도 연정 얘기를 안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3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만 한다면…

노 대통령 스스로 ‘필생의 업’이라고 밝힌 지역구도 극복 과제를 포기하고 임기 후반기를 쉽게 가기로 결정한 것일까. ‘친노직계 의원’과 여권의 전략통들은 좀 다르게 생각한다. “정치적 세력 교체까지 염두에 둔 ‘큰판 흔들기’인 대연정 제안은 일단 좌절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그 꿈을 접을 가능성은 제로다. 오히려 여권 내부에 다수 의석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됐고, 어쨌든 지역구도 타파와 상생의 정치문화 형성을 위한 고민을 공론화하는 데는 성공했다. 최소한 그 취지에 공감하거나 동병상련을 느끼는 여러 세력을 묶어 세울 발판은 마련한 만큼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할 것으로 본다.”(여권 전략통인 수도권의 한 의원)

7일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연정 담판’ 실패로 노 대통령이 대연정 제안을 접을 수밖에 없지만, 연정 제안의 본질인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제도 개편, 상생의 정치문화 창조 노력을 중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노직계의 한 의원은 “대연정 드라이브를 통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큰 상처를 입고 박근혜 대표의 입지만 강화된 듯 보일 수 있지만, 우리도 이제 큰 짐을 벗었다”면서 “더 이상 한나라당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연정 제안의 본질인 선거구제 개편,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시기 불일치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개헌 드라이브를 펼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1987년 체제’로 설명되는 특정 지역에 기반한 승자 독식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와 이로 인한 대결의 정치문화 종식을 위해 지금까지 한나라당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지만, 한나라당이 색깔과 노선 차이를 이유로 거부한 만큼 다른 세력들과 함께할 명분이 생겼다는 논리다.

여권 안에서는 벌써부터 몇 가지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나돈다. 당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응책은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민주노동당, 민주당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결국 한나라당을 제외한 여야 3당의 정책 연합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핵심 당직을 맡은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한나라당은 선거에서 획득한 표가 의석 수로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법 개정을 위해 권력을 통째로 내주겠다는 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지만, 민주노동당은 선거제도가 변화되면 현재보다 의석이 10석 이상 늘어날 수 있고, 민주당도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만큼 선거법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여야 3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만 한다면 한나라당이 반대해도 표결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정 담판’의 실패 직후 열린우리당이 15명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선거구제 개편에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절차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런 선택 역시 대연정만큼이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 어렵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이 완벽한 합의에 이르리란 보장이 없고,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해도 한나라당의 물리적 저지선을 뚫고 법제화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때문에 여권 안에서는 노 대통령의 최종 승부수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통령이 결국 정치권에 선거구제 개편 시한과 함께 현행 5년 단임제의 문제점, 대선과 총선 시기 불일치 해소를 위한 개헌까지 요구하며 대통령 임기단축?사퇴 등 중대 결단의 의지를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돈다. 각종 선거에 출마한 장관들의 교체, 여권 안에서 제기돼온 대권주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조기복귀론 등으로 대규모 개각이 발생할 내년 1월이 그 적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개각 수요에 발맞춰 노 대통령이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에서 제안했던 거국내각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최종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시민 “대결적 정치구조 개혁할 것”

그러나 이런 선택 역시 속단하기는 어렵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권력을 통째로 준다는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거부했기 때문에 명분상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 여론의 역풍 가능성은 남아 있다. 결국 연정의 껍데기를 벗고 정치개혁의 내용으로 승부하는 노 대통령의 드라이브가 성공할지 여부도 여전히 불분명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유시민 의원은 “대통령이 마음속에 시나리오를 정해놓고 엄밀하게 움직이는 스타일이 아닌데다, 앞으로 어떤 정치 지형이 펼쳐질지 모르는 만큼 예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강이 나타나면 배를 만들고, 날씨가 추워지면 옷을 단단히 입는 등 닥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쓸 수 있는 카드를 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다만 “지금 현재 벌어지는 논쟁을 포함한 앞으로 모든 과정 역시 1987년의 체제 종식을 위한 새 정치 문화를 만드는 대장정의 일부”라며 “어떻게든 지역구도에 기반한 대결적 정치 구조는 개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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