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변화 없이 대학로 무대에 처음 올렸으나 흥행 성적은 처참
▣ 류이근 기자/ 한겨레 경제부 ryuyigeun@hani.co.kr
연극 <환생경제>가 흥행에 실패했다.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관객은 꽤 왔지만 돈을 많이 까먹었다”. 대학로에서 하루 수십편씩 무대에 오르는 연극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다. <환생경제>의 실패를 연극판의 이러한 구조적 현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문은 여기서 다 풀리지 않는다.
정치환경 변해 설득력 떨어진다
지난해 8월 한나라당 의원들로 짜인 극단 ‘여의도’(단장 박찬숙 의원)가 전남 구례·곡성에서 <환생경제>를 무대에 올려 커다란 정치적 파장을 불러왔다. 연극은 살아 숨쉬는 권력인 노무현 대통령을 ‘노가리’란 인물로 둔갑시켜 ‘경제’를 죽인 주범으로 몰아 마음껏 조롱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짐짓 놀랐다. 곧바로 정치권과 언론의 고루한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 논쟁이 벌어졌다. 이러한 놀라운 정치적 관심에 비춰 ‘연극적’ 무관심은 조금 뜻밖이다. 연극은 왜 실패했을까?
극단 ‘그리고’가 줄거리의 큰 변화 없이 <환생경제>를 대학로 무대에 처음 올린 것은 정치적 소동이 가라앉은 지 4개월 만인 지난해 12월이다. 이후 연극은 3월27일까지 모두 100회 공연을 이어갔다. 관객은 회당 평균 80여명씩 모두 8천여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돈이 안 됐다. 대학로의 다른 연극들처럼 관객의 60%가 공짜 손님이었다. 총제작비가 다른 연극의 2~3배인 1억6천만원이나 든 것도 부담이 됐다. 연극의 연출을 맡은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는 “돈이 많이 깨졌다”며 흥행의 실패를 인정했다. 손실은 1억원을 웃돌았다.
관객은 기대만큼 오지 않았다. 관객 동원율이 63%에 그쳤다. 대학로에서 회당 관객 수가 좌석 수의 80%를 넘기면 통상 성공했다고 한다. 다들 구설수에 오르내리길 원하지 않는 탓에 배우와 공연장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11월 초에 예정된 공연이 50여일이나 늦게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재인 정치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도 흥행의 걸림돌이었다. ‘노 대통령이 경제를 망쳐놓고 집터(수도)나 옮길 궁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은 갈수록 설득력을 잃었다. 여야 정치권이 지난 2월 행정도시건설 특별법에 합의하면서부터다. 또 노 대통령이 경제에 ‘다 걸기’하는 실용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도 극단의 애를 태웠다.
‘풍자’인가 ‘한나라당 지지’인가
무엇보다 <환생경제>의 한계는 제3자로서 정치를 풍자하지 못한 채 스스로 정치적 대상이 돼버렸다는 점이다. 연극은 과거사 규명 등 첨예한 정치권 이슈에서 한나라당쪽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너무 정치적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붙었다. 연극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 너무 ‘뻔한’ 얘기이자,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는 너무 ‘불편한’ 줄거리였다. 지난 2월 늪에 빠진 연극의 홍보를 돕기 위해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의 집단 관람도 <환생경제>를 ‘환생’시키지 못했다. 이 교수는 “특정 사안에서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에 다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극단 그리고는 4월20~21일 부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극장을 구하지 못해 대구 공연은 취소했다. 극단은 이들 지방공연에서 한나라당의 후원을 약속받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벌써 언론과 시민단체를 주제로 한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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