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독도 초강경 대응 방침에 당내에서도 이견 표출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의 표정은 어두웠다. 소신을 뚜렷이 펼쳐 보이는 평소의 얼굴이 아니었다. 당 최고위원회가 ‘독도 대응 방침’을 결정한 직후인 3월16일 오전 당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의 분위기가 그랬다.
민주노동당은 이날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 일본대사 즉각 추방 △라종일 주일 한국대사 즉각 소환 △‘한-일 우정의 해’ 재고와 한-일 각료회담과 교류 중단 △독도 국군 주둔과 독도 개발 △일본 총리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김혜경 대표와 노회찬 의원 등 당지도부가 독도 수비대를 격려 방문한다는 일정도 재확인했다. 민주노동당의 성명은 다른 정당들을 훌쩍 뛰어넘는 ‘대일 초강경’ 기조였다.
당내 평등 계열 “우익과 다를 게 뭐냐”
이런 가운데 주 의장은 기자에게 “당의 방침은 소박한 대중 정서에 휩쓸려 한없이 강경하게 나간 것”이라며 “아웃 오브 데이트(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독도를 분쟁 지역화하려는 일본쪽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과잉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그동안의 정부 방침에 큰 잘못이 없다고 본다”며 “독도는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만큼 점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장기 점유 자체가 우리 영유권의 중요한 근거가 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주 의장은 최근 들끓는 ‘국내 독도 여론’을 “국내 극우세력들이 북한과 일본 등을 자꾸 적으로 만들어내야 설 자리가 생기지 않느냐”며 “국내 정치의 헤게모니 싸움에서 밀려나던 극우파들이 주류로 복귀하려는 저의가 이면에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안으로 “좌파 특유의 국제주의적인 연대를 통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세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주 의장의 견해는 당내 평등 계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측면이 있다. 민주노동당 일부 당원들은 3월1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시위를 벌였다. 같은 날 대사관 앞에는 온갖 우익 성향 단체들의 시위와 ‘손가락 끊기’ 행사가 봇물을 이뤘다. 이를 두고 민주노동당 게시판에는 “민주노동당의 그것과 극우세력이 뭐가 다르냐”는 의문의 글들이 올랐다.
반면에 이번 당론 채택을 주도한 이정민 최고위원(당 자주통일위원장)은 기자의 물음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프로그램 등을 막으려면 ‘조용한 외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일본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익 민족주의와 뭐가 다른지’라는 대목에는 “개별 당원 중에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식 정책토론에선 그런 의견이 표출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정책토론도 활발하지 않아
진보정당답게 우파 민족주의와 차별성을 세울 것인지, 아니면 ‘민족주의엔 진보·보수가 없다’는 입장이 옳은지는 토론의 여지가 많은 듯하다. 유럽에서는 사회주의 인터내셔널을 비롯한 좌파 운동들이 우파 민족주의에 덩달아 춤을 추다 정체성을 잃고 괴멸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선 일제 때 좌·우익을 막론하고 항일 투쟁을 벌인 저항적 민족주의의 특수한 전통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최근 민주노동당에는 독도 대응책을 둘러싼 정책토론이 썩 활발한 것 같지 않다. 문제에 복잡한 함축들이 담겼고, 진보정당 참여자들이 토론을 즐기는 평소 기풍에 비춰봐도 뜻밖이다. 3월16일의 민주노동당 최고위원회도 대외협력실의 실무 발제를 들은 뒤 이렇다 할 토론 없이 당 방침을 확정했다. 주 의장도 “생각은 달랐지만 회의에서 주장하진 못했다”며 ‘정책 사령탑’으로서의 자괴감을 표현했다. 그는 “사사건건 이의를 다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그렇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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