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열린우리당 열성당원의 반란?

등록 2005-01-19 00:00 수정 2020-05-03 04:24

장외 친노세력 ‘국참연대’ 결성해 당내 선거 출마 선언…각 계파 의원들도 적극 가입

▣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정당을 당원에게! 권력을 국민에게!’

지난해 11월22일 이런 야심찬 구호를 내걸고 ‘열린우리당 장악’을 제안했던 장외 친노 세력들이 50여일 만에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국민의 힘 등을 근거지로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활동해온 1500명의 장외 친노 인사들은 1월16일 ‘국민참여연대’(국참연대)를 공식 출범시키고, 열리우리당에서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에 직접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명계남 의장 상임중앙위 출마할까

국참연대 결성에 참여해온 정청래 의원은 “2002년 노무현 정권을 출범시킨 참여주체들이 지난 2년 동안 정치권 바깥에서 다양한 비판을 했지만, 여권은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국참연대의 구성원들이 각급 단위의 선거에 직접 출마해 당의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내고 당과 정부의 성패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다.

국참연대는 이를 위해 기성 정당에 버금가는 조직과 지휘 체계를 갖췄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를 이끌었던 명계남씨를 중앙위원회 의장으로, ‘노란 손수건’ ‘희망돼지’ 등 대선 홍보전에서 공전의 히트작을 내놓은 이상호씨(필명 미키루크)를 중앙위 상임부의장 겸 집행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장외 친노 3인방’이 모두 국참연대에 가담한 것이다. 또 국참연대에 참여한 30여명의 열린우리당 현역 의원과 2007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출마예정자 등을 중심으로 150명 규모의 ‘중앙위원회’를 만들고, 전국 22개 권역별 의장단과 243개 국회의원 선거구별 조직책 선정까지 거의 마무리했다.

국참연대는 특히 4월2일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 등 여당 지도부 선출권을 가진 대의원 선거, 청년위원장·중앙위원 등 주요 당직 선거, 상임중앙위원회 선거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당원에 의한 당 장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상호 집행위원장은 40살 미만 전 기간당원이 온라인투표, 직접투표 등 직선제로 선출하는 당 청년위원장에, 정청래 의원은 서울시 중앙위원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이제 명계남 의장의 4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명계남 의장은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의 하부 구조가 튼튼해지는 것이라면 나는 당 의장 도전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키스라도 할 수 있다. 타이밍을 잘 고려하고 있다”며 출마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쳤다(인터뷰 참조).

국참연대는 잠재적 지지자인 10만명의 노사모 회원이 버티고 있고, 전국적인 기간당원 확보운동을 계속해온 만큼 명계남 의장의 상임중앙위원회 진출은 자신 있다는 분위기다. 이상호 집행위원장은 “4·15 총선 이후 수년간 주장해온 개혁 과제가 정치권에 넘어갔지만, 국민과 정치권의 의사소통 한계로 개혁 동력을 잃고 있다”면서 “열성 당원들이 여당의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해 당의 개혁성을 강화하고 국민과 의사소통 통로를 확대하는 데 동의하고 있는 만큼 상임중앙위원회 진출은 무난하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그 영향력과 파장에 대해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목희 의원은 “과거 소수당원 시대에는 이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10만명 이상의 기간당원이 확보된 현실에서 이들이 당권 장악까지 이뤄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만 “이들의 활동력과 열정을 볼 때 당 지도부가 지나치게 실용주의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견제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단 당내 각 계파들은 노사모 힘과 조직력이 뒷받침된 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국참연대에 적극 가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22일 국참연대 제안 당시 금배지는 ‘국민의 힘’ 초대 대표인 정청래 의원 1명에 불과했다. 특히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중심의 재야파는 물론,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사모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던 개혁당 그룹조차 “정동영 통일부 장관 옹립용”이라고 의구심을 표시해왔다. 원내 진출에 성공한 일부 친노 직계 의원들 가운데는 “현실정치에서 소외된 장외 친노 인사들이 정치를 한번 해보려고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빗나간 소외감’으로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정동영 옹립용’ 의구심 가시지 않아

그러나 1월16일 발족한 국참연대에는 당내 각 계파 의원들이 두루 이름을 올렸다. 정동영 장관 계보 모임으로 분류된 바른정치실천연구회에서 김현미·김영주·전병헌·제종길 의원 등이 참여했고, 재야파에 가까운 임종석·송영길·우상호 의원도 동참했다. 개혁당 그룹의 의원 모임인 참여정치연구회 소속 강기정·강혜숙·장경수·김재윤·안민석 의원 등도 참여했다. 4월 상임중앙위원 출마를 공언한 염동연 의원, 소장파 몫으로 상임중앙위 도전을 고려 중인 김영춘 의원도 참여도 눈길을 끈다. 정청래 의원은 “비공개로 참여를 신청한 의원도 10명 정도”라며 “이들 가운데 당 중진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참연대의 영향력을 고려해 당내 각 계파의 의원들이 앞다퉈 참여한 셈이다.

물론, 재야파와 개혁당 그룹은 여전히 ‘정동영 옹립용’이라는 의구심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국참연대는 이런 시선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억측”이라고 항변한다. 국참연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이기명 전 노무현 대통령 후원회장은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에게 약속한 개혁 과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 실망한 당원들이 당헌·당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당 의사 결정구조에 직접 참여해 당을 바꾸려는 것”이라며 “역사가 어떻게 흐르고 국민의 요구가 무엇인지 보지 못한 채 계파의 정치적 이해득실과 정치공학적 시각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대오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참연대는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당원들’이라는 게 이 전 회장의 설명이다.

국참연대는 정치권 안팎의 오해와 억측을 불식하고 여당의 체질 개선과 토대 강화, 국민과의 의사소통 구조를 확대하는 순기능을 할 것인가.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 세력의 입지 강화를 위한 창구로 악용될 것인가.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당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한다”

인터뷰/국민참여연대의 명계남 의장


1월16일 출범한 국민참여연대의 명계남 의장은 “열린우리당이 겪고 있는 혼돈에 대해 일방적으로 지도부 책임론으로 몰아가는 일각의 태도를 경멸하고 혐오한다”며 “모든 것이 당원의 책임인 만큼 당으로 직접 들어가 바꿔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자리가 대단해서 아니라, 당에 참여해 책임지겠다는 국참연대의 가치로 보면 도전할 만한 정당성과 이유가 있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놨다.
4월 당권 경쟁 출마설이 나도는데.
얼마 전 국참연대 광역운영위원장들과 회의에서 “국민이 대통령이니 이제 나설 사람은 다 나서자”고 말했는데, 그게 시작이었다. 회원들이 나에게 당권 도전을 요청했고, 분위기가 오른 것도 사실이다. 단순하게 결정할 수 없는 만큼 심각하게 고려해보겠다고 말해놓은 상태다.
나갈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 ‘가’다 ‘부’다 어느 쪽으로 얘기하든 난리가 날 것이다. 실질적으로 고민하겠다. 다만 국참연대 출범은 기간당원 확보 등 당 하부 구조 강화를 통한 정체성 확립이 근본이고, 당의 기초와 뿌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면 나는 당 의장 출마가 아니라 그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다. 한나라당과 키스라도 하라면 하겠다. 단, 지금 언론에 어떻게 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타이밍을 잘 고려해보겠다.
그동안 여당의 개혁성 후퇴와 정체성 혼돈을 비판해왔는데.
지도부가 왔다갔다 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 것을 공격했고, 앞으로도 그런 것은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지도부 책임론으로 몰아가는 것은 경멸하고 혐오한다. 모든 문제는 하부 당원 구조가 열악한 데서 오는 것이다. 지금은 당을 건설하고 개혁하는 과정이고,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당권 경쟁에 몰두한 일부 사람들이 개혁입법에 ‘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시민단체의 보안법 폐지요구 단식을 이용해 지도부를 흔들고, 당권 경쟁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환장’하겠더라. 이래서는 안 된다. 다 당원의 책임이다. 그게 우리의 출발점이다. 앞으로 민주노동당은 더욱 커질 것이고, 우리당도 확대될 것이다. 진보세력이 수십년 계속 집권할 것이다. 저쪽(한나라당)은 35%밖에 안 되는 수구 세력인데, 그들은 우리를 당해낼 수 없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