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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규 카드, 논쟁이 필요하다”

등록 2004-05-26 00:00 수정 2020-05-03 04:23

<font color="maroon">청와대 조직 개편에 맞춰 사표 낸 박주현 전 참여혁신수석의 조심스런 충고 </font>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우리 안(여권 내부)에서 김혁규 전 경남지사의 총리 기용에 관한 논쟁이 실종되고, 한나라당이 그를 반대한다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식으로 일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

탄핵의 위기를 넘기고 업무에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16일 단행한 청와대 조직 개편에 맞춰 사표를 낸 박주현 전 참여혁신수석. 그는 5월20일 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김혁규 전 지사의 총리 기용’ 방침에 대해 이렇게 문제를 제기했다.

“밀어붙이기식 진행 될까 걱정스러워”

박 전 수석은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김혁규 총리 기용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굉장히 말을 조심해야죠. 하여튼 밖에서 논쟁이 있다는 것은 노 대통령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지금 당장은 효과가 없어 보여도, 내 임기 최고 업적으로 남을 것”이라던 국민참여 확대 정책을 총괄하며 지난 1년2개월 동안 대통령을 보좌했던 자신의 발언이 지역주의 타파, 차기 대권주자 관리 등을 심모원려한 대통령의 결단인 ‘김혁규 카드’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받아들여질까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완곡하게나마 할 말은 했다. “인터넷에서는 김혁규 총리 기용에 대해 ‘가’ ‘불가’ 논쟁이 있고, 좀더 개혁적인 인물을 총리로 내세워야 한다거나 ‘영남 대통령-영남 총리’는 모양이 좋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어차피 경제를 아는 총리를 내세울 바에야 실물과 현장을 아는 사람이 더 적합하다거나 지역구도 타파에 도움이 된다고 수긍하는 의견도 있다. 적어도 이쪽 저쪽 두 가지 논거를 펼쳐놓고 우리 안에서 논의가 좀더 돼야 하는데, 한나라당이 거부한다고 반대로 우리 안에서 밀어붙이라는 식으로 진행될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김 전 지사의 정치 이력이나 개혁성 부족 등을 이유로 “김혁규는 좀 아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공론화는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최소한 내부 논쟁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원내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을 향해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도덕성과 개방성이다. 국민에게 열려 있는 정당, 도덕적으로 단호한 정당이 되지 않으면 자칫 중도보수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좀더 직접적인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상당히 큰 열린우리당은 정치적 민주화 분야에서는 개혁적이지만, 소득분배 등 경제·사회적 민주화에서는 중도보수”라고 진단하며 “소득 재분배의 관점에서 국민에게 좀더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민단체의 관료사회 개혁 모델 필요

박 전 수석은 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내부에서 직접 목격한 관료, 특히 경제부처 관료의 독주 현상을 지적하며 개혁적인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좀더 열린 자세로 관료사회 개혁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다.

“청와대에 있으며 항상 듣던 말이 ‘대통령이 1년만 지나면 관료들에게 포위된다’는 것이었다. 실제 외부에서 들어간 개혁적 인사는 조직이나 배경도 없이 1년 정도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면 그로기 상태가 된다. 결국 그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다시 관료들이 채운다. 더욱이 청와대를 보면 사회부처 관료가 한명씩 들어올 때 재경부는 열명씩 들어온다.”

그는 “당장 시민사회단체 간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오기는 어렵겠지만, 단체의 외곽조직이나 위원회 등에서 활동 중인 사람들이 청와대 등 관료사회에 들어와 개혁적인 변화를 주도한 뒤 다시 시민단체로 복귀하는 성공적인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시민단체는 정치권에 들어가는 인사들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이들의 정상적 복귀도 도와야 한다”고 인식의 전환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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