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I need a muse!”를 외치며 내면의 갈증을 부채질하고 증폭해줄 뮤즈를 찾아나섰던 유경희(42)씨에게 세상은 이전투구의 전선이 아니라 관조의 대상이었다. 창작의 욕망에 불을 붙이고 고무하는 그 무엇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서 그는 어디에도 머물지 못했다. 그는 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선 미학을 전공했다. 미술 잡지사로 미술계에 입문한 뒤 큐레이터로 전향했다가 뉴욕에서 예술행정을 공부했던 그가 지금 선택한 것은 영상학이다.
“언뜻 생각하면 삶의 전환이 있었던 것 같지만 예술을 근간으로 한 자연스러운 선택이었을 뿐이다. ‘미’(아름다움)에서 세상을 버틸 수 있는 실존의 근원을 찾았기에 그 언저리에서 부대끼고 있다.” 대학에서 미학과 예술론을 강의하며 미술평론가로 활동하면서도 자신의 글이 비평이 아닌 비평적인 것이길 바란다. 그것은 미술비평이라는 것이 자칫 현학적이고 도식적인 ‘미술인만의 언어’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누구나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미술에 관한 글을 쓰고 싶을 뿐이다.
‘유경희식 글쓰기’는 이미지로 통한다. 글과 이미지의 결합을 통해 쉽고 재미있으면서도 핵심이 있는 글을 쓰려는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미술비평이 일종의 재미있는 문학 혹은 예술작품으로 읽혀지길 소망한다. 그가 예술적 경계인으로서 미술 밖에서 미술을 보는 것을 즐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화와 패션, 의학, 심리학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 때 비로소 그림도 제대로 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에서 마리아의 치맛자락에 있는 독수리를 보려면 프로이트의 해석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그의 매혹한 이미지, 결핍을 채우는 글쓰기가 한데 묶여 나왔다. (아트북스 펴냄)에 다양한 주제로 미술이라는 상을 차린 것이다. 미술과 패션·몸·페티시즘·축제 등을 갖은 양념에 버무린 퓨전 상차림에서 각각의 요리는 입맛을 돋우고 다른 맛을 찾도록 하는 구실을 한다. 달거나 맵지 않고 무리 없이 소화시키도록 손맛을 냈기에 누구든 맛있는 상을 받을 수 있다. 전채요리가 필요하다면 청소년 권장도서로 뽑혔던 를 다시 상에 올려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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