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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 신 · 정 그룹’ 분화하나

등록 2004-04-29 00:00 수정 2020-05-03 04:23

정동영 의장과 달리 언론개혁 치고 나가는 신기남 의원… 나름의 ‘독자 브랜드’ 만드는 효과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신기남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이 언론개혁 입법운동의 기수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 그리고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언론사주의 소유지분 제한 △일부 신문사의 시장 과점 제한 등을 뼈대로 하는 정기간행물법 개정을 17대 국회의 우선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총선 민의는 개혁의 속도를 한층 높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총선 뒤 과제를 놓고 당내에서 민생안정론과 개혁강화론이 맞선 가운데 선명한 개혁강화론에 선 셈이다. 특히 언론개혁에 앞장섰다가 조선·중앙·동아일보사 등 사주가 지배하는 신문사로부터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는 나름의 용기도 담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거전략 놓고도 일부 이견

이런 가운데 최근의 흐름은 열린우리당의 당권파를 형성한 ‘천·신·정 그룹’의 분화를 예고하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끈다.

천·신·정은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의 성을 딴 말로, 이들 외에 정세균·김한길·이강래 의원 등까지를 포함하는 열린우리당 내 일부 3선의원 그룹의 별칭이다. 이들은 2000년 새천년민주당에서의 권노갑 고문 퇴진투쟁, 즉 정풍운동을 주도한 이래 여권 내부의 문제제기 집단으로 내내 주목받아왔다. 이들은 지난해 민주당에서 분당불사론을 펴는 등 신당 추진과정에서도 최일선에 섰다. 정동영 의원이 올해 초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1위 득표로 당의장에 오른 것도 이러한 일련의 투쟁과정에서 쌓인 힘이 표출된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 그룹은 제왕적 권위에 항거하는 당내 개혁투쟁에는 앞장서되, 그 밖의 사회개혁에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시선도 받아왔다. 김근태·이해찬·임채정·장영달·김희선 의원 등 재야 출신 개혁파와 비교할 때 이들이 방송인·변호사·작가 등 전문직업인 출신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간간이 나왔다.

이런 배경 탓에 신 의원의 최근 언론개혁 행보는 그동안 천·신·정 그룹의 색채에 비춰 도드라지는 측면이 분명히 엿보인다. 실제로 정동영 의장은 신 의원의 최근 언론개혁 발언에 가세하기보다는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혁 성향 초선 당선자들의 요구 대변

신 의원과 정 의장은 사실 총선기간에도 선거전략을 놓고 일부 이견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테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때문에 떠오른 ‘박정희 문제’를 놓고도 정 의장은 우회적 접근을 택한 반면에,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신 의원은 “쿠데타와 독재의 주역”이었다며 정면승부론을 취했다. 선거기간 중 정 의장이 제기한 ‘탄핵 철회 대표회담’ 카드에 대해서도 신 의원은 “심판대상과의 대화 제의는 어색하다”며 이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인폄하 발언에 따라 정 의장의 입지가 흔들릴 때는 신 의원이 사퇴불가론을 펴며 그를 엄호했다.

이에 따라 신 의원은 최근 행보를 통해 천·신·정 그룹으로 한데 묶여다니기보다는 ‘신기남 정치’라는 나름의 독자 브랜드를 만들어나가는 효과를 얻게 될 것 같다. 그는 올 초 전당대회에서 정 의장에 이어 2위 득표를 함으로써 김근태 원내대표와 함께 당서열 3위권을 차지한 상태다.

신 의원의 언론개혁 행보가 386그룹 등 개혁 성향 초선 당선자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측면이 있는 점도 흥미롭다. 열린우리당의 세력지도를 지금까지 △정 의장 중심의 민생파 △김 원내대표 중심의 재야파 △친노그룹 등 흔히 세 축으로 분류해왔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좀더 복잡한 분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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