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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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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책의 숲’을 아시나요

국내 최고의 헌책방 새한서점, 새것과 인터넷의 범람에 13년 전엔 시골 폐교로 6년 전엔 산으로 밀려와 숲 속에 자리잡다
등록 2015-03-27 16:58 수정 2020-05-03 04:27

책장과 책장 사이 흙바닥에는 산길처럼 돌이 박혀 있고 지난해 날아온 나뭇잎이 그대로다. 새한서점(http://shbook.co.kr/mall)은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 산속 10년 넘게 묵은 논 옆에 지은 인터넷 헌책방이다. 한때 20만여 권의 책을 소장한 국내 최고 헌책방으로서 전문서적과 외국서적을 주로 취급했었다. 인터넷이 없고 책이 귀한 시절에는 여기서 책을 찾지 못하면 국내에선 구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폐건축자재로 얼기설기 만든 임시건물에는 미처 책장에 넣지 못한 책들이 구석구석 놓여 있다. 책장 옆으로 난 쪽문은 산 쪽으로도 열려 있는데 바로 옆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폐건축자재로 얼기설기 만든 임시건물에는 미처 책장에 넣지 못한 책들이 구석구석 놓여 있다. 책장 옆으로 난 쪽문은 산 쪽으로도 열려 있는데 바로 옆에는 작은 계곡이 있다.

새한서점 이금석 사장은 새것을 좋아하는 요즘 사람들 취향을 놓치고 대형서점과 인터넷에 밀려 13년 전 시골 폐교로 옮겼다. 폐교를 빌려 있을 땐 학교 마당이 텃밭이었다. 마당에서 딱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워간 적도 있다. 폐교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2009년 산으로 들어왔다. 숲에선 겨울나기가 어렵다. 추위가 매서운데다, 택배 차량을 위해 진입로 눈도 직접 치워야 했다.

이제 얼었던 계곡이 녹아 서가엔 물소리, 새소리가 들린다. 겨우내 황소바람이 들이치던 임시건물 벽과 천장 구멍으로 따뜻한 햇볕이 들어온다. 어둡고 곰팡내 나는 숲 속 헌책방에 먼지처럼 책과 세월과 자연이 켜켜이 쌓여 있다.

단양=사진·글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숲 속 헌책방. 장작을 때자 엉성하게 생긴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숲 속 헌책방. 장작을 때자 엉성하게 생긴 굴뚝으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새한서점 이금석 사장이 책을 분류하고 있다. 노안으로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쓴다.

새한서점 이금석 사장이 책을 분류하고 있다. 노안으로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돋보기를 쓴다.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온 책은 먼지를 닦고 포장을 해서 보낸다.

인터넷으로 주문이 들어온 책은 먼지를 닦고 포장을 해서 보낸다.

헌책방엔 낡은 책과 먼지와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헌책방엔 낡은 책과 먼지와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폐교 마루에서 뜯어온 나무로 사진 액자를 만들었다.

폐교 마루에서 뜯어온 나무로 사진 액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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