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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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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날개를 쉴 곳은 어디인가

먹이터인 주변 갯벌은 매립되고…
전세계 3천여 마리만 남아 있는 저어새의 고된 도시살이
등록 2014-05-30 15:02 수정 2020-05-03 04:27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에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가 둥지를 틀고 있다.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늘어선 인천 남동공단 유수지에 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1호)가 둥지를 틀고 있다.

인천 남동유수지에 있는 지름 28m의 작은 인공섬은 저어새의 최대 번식지이자 ‘피난처’다. 물론 저어새의 피난처 생활은 고되기만 하다. 섬은 초고층 아파트와 공장,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고, 도심의 소음으로 시끄럽다. 주변 먹이터인 갯벌의 매립으로 새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점점 더 멀리 날아가야 한다.

주걱 모양의 부리로 잘 알려진 저어새는 지금 전세계에 3천여 마리만 남아 있다. 한때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종이다. 유도·석도 등 서해 비무장지대나 북방한계선 근처 무인도처럼 사람의 접근이 힘든 곳에서만 번식하던 귀한 몸이다.

2009년 처음 이곳 저어새섬에서 번식하기 시작해 매년 100여 쌍이 기적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먹이터인 갯벌이 사라지고 있는 시끄러운 도시가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는 건 아닐까?

먹이가 거의 없는 유수지로 저어새가 날아와 앉고 있다. 내려앉는 어린새는 날개 끝이 검다.

먹이가 거의 없는 유수지로 저어새가 날아와 앉고 있다. 내려앉는 어린새는 날개 끝이 검다.

저어새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저어새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인공섬 나무둥지 안에서 새끼들을 보호하며 섬을 지키고 있다.

인공섬 나무둥지 안에서 새끼들을 보호하며 섬을 지키고 있다.

저어새가 인공섬 아래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있다. 저어새와 한국재갈매기가 함께 살고 있다.

저어새가 인공섬 아래로 내려와 물을 마시고 있다. 저어새와 한국재갈매기가 함께 살고 있다.

인천=사진·글 정용일 기자 youngil@hani.co.kr,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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