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유수지에 있는 지름 28m의 작은 인공섬은 저어새의 최대 번식지이자 ‘피난처’다. 물론 저어새의 피난처 생활은 고되기만 하다. 섬은 초고층 아파트와 공장,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고, 도심의 소음으로 시끄럽다. 주변 먹이터인 갯벌의 매립으로 새들은 먹이를 찾기 위해 점점 더 멀리 날아가야 한다.
주걱 모양의 부리로 잘 알려진 저어새는 지금 전세계에 3천여 마리만 남아 있다. 한때 멸종위기에까지 몰렸던 종이다. 유도·석도 등 서해 비무장지대나 북방한계선 근처 무인도처럼 사람의 접근이 힘든 곳에서만 번식하던 귀한 몸이다.
2009년 처음 이곳 저어새섬에서 번식하기 시작해 매년 100여 쌍이 기적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먹이터인 갯벌이 사라지고 있는 시끄러운 도시가 이들의 ‘마지막 피난처’가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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