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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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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와, 제발, 한 명만이라도, 부탁해

애끓는 뭍의 나날들, 바닷속 실종자들을 기다리는 기도는 그치지 않네
등록 2014-05-01 16:48 수정 2020-05-03 04:27

“얘들아, 아기들아. 딱 한 명만이라도 살아와. 한 명만이라도 제발 살아서 돌아와줘. 튼튼하잖아. 아기들이니까 건강하잖아. 내가 대신 죽어도 괜찮은데. 한 명만이라도 살아와줘. 수학여행 즐거운 건데. 나도 갔다 온 건데. 그거 별거 아니야. 가서 춤추는 거 노래하는 거 레크리에이션 좀 보고 나면 끝나는 건데. 얼른 와. 너네 때문에 우리 모두가 힘들어. 한 명만이라도 돌아온다면 내가 정말 행복할 것 같아. 나 행복하고 싶어. 난 국화꽃 같은 거 놓기 싫어. 살아 있는데 왜. 빨리 와. 기다릴게. 우리 행복하게 살아보자. 얘들아, 아기들아. 빨리 돌아와줘. 제발 부탁이야. 누구라도 괜찮아. 나쁜 일 했어도 괜찮아. 다른 애들 때렸어도 너 하나만 괜찮으면 난 다 좋아. 아기들인데. 교복 말고 뭐 입어본 게 있겠어. 세상에 맛난 음식 얼마나 많은데. 갈 수 있는 곳 얼마나 많은 줄 알아? 한 번만. 다신 얘기 안 할게. 제발 부탁이야. 딱 한 번만 돌아와줘. 내가 밥도 커피도 많이 사줄게. 제발 부탁해. 우리 아기들 괜찮아. 어른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어. 우리 착한 아기들. 한 명만이라도 돌아와줘. 내가 밤마다 기도할게. 우리 아기들 꼭 돌아와. 내 소원이야. 내가 대신 죽을게. 못 죽으면 뭐라도 할게. 부탁이야. 얘들아 죽지 마. 사랑해. 꼭 돌아와.” 이렇게 적힌 메시지가 4월23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고등학교 정문에 붙어 있다. 4월25일 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세월호 침몰 사고로 희생되거나 실종된 단원고 교사와 2학년 학생은 262명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23일 오후 전남 진도 진도읍 동와리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의 사진을 이불에 놓고 링겔을 맞고 있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가족이 23일 오후 전남 진도 진도읍 동와리 진도실내체육관에서 실종자의 사진을 이불에 놓고 링겔을 맞고 있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시신이 24일 오후 전남 진도 진도읍 동와리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장례식장으로 운구되기 위해 육군헬기로 옮겨지고 있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 시신이 24일 오후 전남 진도 진도읍 동와리 진도공설운동장에서 장례식장으로 운구되기 위해 육군헬기로 옮겨지고 있다. 진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안산 단원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분향소 안산 올림픽 기념관. 안산 단원도 앞/20140423/정용일

안산 단원고 세월호 사고 희생자 분향소 안산 올림픽 기념관. 안산 단원도 앞/20140423/정용일

[%%IMAGE5%%]안산=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글 정용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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