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우(5)는 스님이다.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선다. 고사리손을 모아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고통에서 구하겠다는 염불을 외운다.
스님은 아침이면 잿빛 승복 차림에 바랑을 메고 유치원에 간다. 누나인 묘법(12)은 그런 묘우가 귀여워 통학차에서 내리면 품에 안아 유치원까지 데려다준다.
스님이 사는 곳은 충북 괴산군 감물면 매전리 무심사다. 양팔을 벌린 부처님의 품속 같은 깊은 산속, 박달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이다.
이곳에서 묘우는 맏형인 묘덕(15) 등 18명의 형들과 홍일점 누나 묘법과 함께 산다. 이들은 태어난 인연은 각기 다르지만 지금은 어엿한 한 가족이다. 모두 근처 초등학교와 유치원, 중학교에 다닌다.
이들 중에는 공부를 썩 잘해 전교 학생 회장이 된 스님이 있는 반면, 학년 꼴등도 2명이나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1등이라 해서 특별 대접을 받지도 않고 꼴등이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이곳은 숙제 잘하고 손발 잘 씻으면 꼴찌도 칭찬받는 곳이다.
무심사에는 없는 게 많다. 컴퓨터 오락이 없고 햄버거와 피자도 없다. 방에는 텔레비전도 없다. 재미없을 것 같지만 정작 스님들은 공기놀이에 딱지놀이, 그림그리기와 책읽기로 심심할 틈이 없어 보인다.
왁자지껄 복작대는 곳이면 으레 있기 마련인 다툼과 부대낌, 따돌림도 없다. 더 먹고 더 가져야겠다는 욕심이 없고, 서로가 모두 소중한 인연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모두 온종일 활짝 웃느라 바쁘다. 덩달아 실컷 웃고 왔다.
괴산=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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