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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김은숙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 김은숙씨의 투병을 응원하는 ‘김은숙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그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모여 어느새 6천여만원 투병기금 마련
등록 2011-04-15 10:09 수정 2020-05-03 04:26
1982년 3월 18일 발생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의 한명으로 현재 말기 위암과 싸우고 있는 김은숙씨의 쾌유를 비는 행사가 녹색병원에서 열렸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1982년 3월 18일 발생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의 한명으로 현재 말기 위암과 싸우고 있는 김은숙씨의 쾌유를 비는 행사가 녹색병원에서 열렸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 ‘평화의 나무’ 합창단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힘내세요, 김은숙씨!”

지난 4월5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녹색병원 입구에는 작은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다.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주도하며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맞섰던 김은숙씨는 지금 이 병원에서 말기 위암과 싸우고 있다. 이날 저녁 김은숙씨를 응원하려고 그의 친구들이 급조한 조촐한 음악회가 이곳에서 열렸다. ‘김은숙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이 음악회는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게, 밝게.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라는 김은숙씨의 당부로 ‘정의’와 ‘희망’을 주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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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에 맞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김영환 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노래패 ‘우리나라’의 노래에 맞춰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김영환 민주당 의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등 참석자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김은숙씨의 막내동생을 자처하며 진행을 맡은 임수경씨는 “트위터로 시작한 은숙이 언니 돕기가 지금 이 따뜻한 자리로 마련됐고 모금액도 6천만원을 넘었다”며 도움을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건넸다. 합창단 ‘평화의 나무’의 로 문을 연 행사는 노래와 시가 어우러져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게 이어졌다.

함세웅 신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유혈 진압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추궁하며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일으킨 김은숙씨를 구약성서의 ‘목숨을 걸고 민족공동체를 위해 기도를 올린’ 에스더에 비유했다.

고은 시인은 사회운동의 전면에 나서 제 빛깔을 빛내는 꽃이 아닌 본명을 숨긴 작가로, 노동자의 아이를 돌보는 보모로 살아온 그를 ‘숨은 꽃’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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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학씨가 부른 <벗이여 해방이 온다>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이창학씨가 부른 <벗이여 해방이 온다>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이창학씨가 부른 로 분위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행사 막바지에 휠체어를 타고 모습을 나타낸 김은숙씨는 “감사합니다. 부족한 저를 위해 멀리서 와주시고 격려해주시고 희망을 전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꼭 낫도록 하겠습니다”며 투병 의지를 내보였다.

꽃다발과 격려의 말이 전해지고, 손을 잡고 뺨을 맞대며 웃음과 눈물이 오갔다. 공감이 만발하는 행사의 절정이었지만 사진은 없다. 야윈 모습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은 가족과 친구들의 요청으로 사진기자들은 김은숙씨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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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이들이 을 부르며 김은숙씨를 병실로 배웅하는 것으로 작은 음악회는 끝났다.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지난해 4월5일 서울 면목동 녹생병원에서 19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의 주역으로 당시 위암으로 투병중이던 김은숙씨의 쾌유를 비는 음악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지난해 4월5일 서울 면목동 녹생병원에서 1982년 부산 미 문화원 방화 사건의 주역으로 당시 위암으로 투병중이던 김은숙씨의 쾌유를 비는 음악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고은 시인은 “목련꽃이 피어나고 개나리도 막 피어서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하는 봄날에 은숙이는 많이 아프다”며 김은숙씨를 ‘숨은 꽃’에 비유했다.

고은 시인은 “목련꽃이 피어나고 개나리도 막 피어서 제 빛깔을 내기 시작하는 봄날에 은숙이는 많이 아프다”며 김은숙씨를 ‘숨은 꽃’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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