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영원히 못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금강호 밀렵 잔혹사 저어새·수리부엉이·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의 날개 꺾어…
4대강 공사까지 덮치면 가창오리 떼는 어디로
등록 2009-12-10 11:14 수정 2020-05-03 04:25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사무실 앞 우리에서 치료를 받은 뒤 회복 중인 독수리. 2008년 봄에 총상을 입고 구조됐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사무실 앞 우리에서 치료를 받은 뒤 회복 중인 독수리. 2008년 봄에 총상을 입고 구조됐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전북 군산의 금강호에 밀렵의 위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철새까지 희생되고 있다. 지난 11월13일 금강호에 날아든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날개가 꺾인 채 구조됐다. 총탄을 맞은 듯 날개뼈까지 드러난 저어새는 더 이상 날 수 없을 만큼 상처가 깊다. 이렇게 구조된 새들은 한국조류보호협회로 옮겨 치료를 받는다. 우리에는 치료를 마친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와 황조롱이, 독수리 등과 가창오리 같은 철새들이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냉장고는 죽은 채 발견된 천연기념물 새들로 가득 차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사무실 냉장고에 죽은 채 발견된 천연기념물 새들이 가득 차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사무실 냉장고에 죽은 채 발견된 천연기념물 새들이 가득 차 있다.

들에서 수거한 올가미를 김명수 부지부장이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들에서 수거한 올가미를 김명수 부지부장이 들어 보이며 설명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에 따르면, 금강호 부근에서 희생된 새는 해마다 200마리 안팎에 이른다. 김명수(55) 군산지부 부지부장은 “밀렵에 의한 것도 있고, 자연적으로 ‘로드킬’당하거나 독극물을 먹은 쥐나 새를 먹고 2차 감염돼 죽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먼 길을 날아온 금강호 철새들은 지금도 밀렵의 위협으로 휴식처가 소란스러워 잠시도 편히 쉬지 못한다. 다행히 회복된 새들은 다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밀렵과 같은 위협이 공존하는 현실에서 생태자원이 경쟁력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우리에서 치료를 마친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와 독수리, 황조롱이(왼쪽부터) 같은 새들이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서 치료를 마친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와 독수리, 황조롱이(왼쪽부터) 같은 새들이 회복을 기다리고 있다.

먹이를 쪼던 청둥오리 떼가 사진을 찍으러 다가서자 놀라 날아가고 있다.

먹이를 쪼던 청둥오리 떼가 사진을 찍으러 다가서자 놀라 날아가고 있다.

지난 12월2일 오후 군산 내흥동 농지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들이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 독극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2월2일 오후 군산 내흥동 농지에서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들이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매년 이곳에서 독극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월13일 금강호에서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날개에 총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큰 부상을 입은 채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금강호에서는 저어새가 5~6마리씩 발견된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제공

지난 11월13일 금강호에서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날개에 총을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큰 부상을 입은 채 발견돼 치료를 받고 있다. 금강호에서는 저어새가 5~6마리씩 발견된다. 한국조류보호협회 군산지부 제공

조규식(55) 군산지부장은 “생태자원을 훼손시키는 행위는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을 버리는 것”이라며 4대강 사업을 걱정했다. “환경 살리기라는 명목으로 4대강 사업을 하겠다니, 자다가도 웃을 일이야. 강은 멈추면 죽고, 고이면 썩는 거야. 강바닥을 파헤쳐 보를 설치하기 위해 3년여를 공사한다면 철새들의 지상낙원인 금강에 가창오리나 다른 희귀종 새들이 찾아올 수 있을까. 가창오리 떼의 군무를 올해 보지 않으면 영원히 볼 수 없지 않을까.”

군산=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