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흑산도. 육지와 멀리 떨어진데다 뱃길마저 험해 손암 정약전, 면암 최익현 등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귀양지이기도 했다.
흑산도 홍어가 대풍이다. 전남 신안군 흑산수협은 “올 2~3월 홍어 어획량이 27t(10억4천만원어치)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t(7억3천만원어치)에 비해 7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홍어잡이배 한성호 선장 이상수씨는 “평소 사나흘 출어하면 30~40마리를 잡는데, 요즘에는 100~200마리씩 잡을 정도”라고 했다.
3월17일 홍도 앞바다의 파도 높은 망망대해를 헤매기를 1시간가량, 한성호 선원이 주낙에 걸려 올라오는 홍어를 놓칠세라 잽싸게 갈고리로 찍어 올리고 있다.
동백꽃이 만개한 요즘 흑산도 앞바다에서는 막바지 홍어잡이가 한창이다. 한번 출항하면 밤낮으로 3박4일간 조업을 한다.
홍어잡이를 따라나섰다. 한성호는 주낙 방식을 고집한다. 그물보다는 낚시로 잡아야 고기 상태가 좋기 때문이다. 조업은 투망 위치에 도착해 300개나 돼는 주낙 바구니에서 주낙을 내리고, 이전 조업 때 투망한 장소로 이동해 주낙을 끌어올리는 양망을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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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7일 새벽 2시, 흑산도에서 배로 4시간 거리인 홍도 인근 해상. 선원들의 작업은 숨가쁠 정도였다. 바구니당 400개나 되는 주낙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풀어진다. 조금이라도 방심을 했다간 대형사고가 날 것 같다. 투망이 끝난 뒤 이어지는 양망 작업. 펄떡거리는 홍어가 줄줄이 올라왔다. 수확의 기쁨에 피로가 날아간다. 4월부터는 홍어 금어기. 그래서 손길이 더욱 바쁘다.
조업을 끝내고 돌아오면 얼음으로 가득 채워진 배 어창에서 우선 암컷과 수컷을 분류한다. 수컷의 가격은 암컷의 절반도 안 된다. 흑산수협 공판장은 흑산도 홍어 경매를 구경하려는 주민들과 관광객으로 금세 둘러싸인다.
경매에 부쳐질 끈적끈적한 홍어들은 전자저울에서 무게를 잰 뒤 1번(8kg 이상), 2번(7~8kg), 3번(6~7kg), 4번(5~6kg) 등으로 분류된다.
한성호가 늦은 밤 홍도항에 도착했다. 이상수 선장의 어머니가 한켠에서 ‘잡어’인 민어와 상어 등을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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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명의 중매인이 참여해 아침 7시부터 시작된 경매가 물량이 너무 많은 탓인지 오전 9시에야 마무리됐다. 이날 경매에서 1번은 40만원, 2번은 30만원, 3번은 20만원, 4번은 14만9천원에 거래됐다.
홍어 손질하는 데 2만여원, 택시비 1만5천원, 수수료 4만여원 등이 붙게 돼 실제 소비자가격은 경매가에 비해 7만5천원가량 비싸진다. 한 상인이 중매인에게서 구입한 홍어를 자전거 바구니에 넣었다.
홍어잡이배 선주와 선원들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요즘 홍어가 많이 잡히지만 그만큼 값이 떨어져 예전의 반값에 경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홍어는 북서 태평양의 수심 30~100m에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이다. 육지인들은 옹기에 짚을 깔고 열흘 정도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을 좋아하지만, 흑산도 사람들은 싱싱한 회를 즐겨 먹는다. 홍어는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른데, 코·날개·꼬리 순으로 선호한다. 흑산도산 홍어는 칠레산에 비해 고깃결이 살아 있고 육질이 차지다. 홍어는 관절염, 류머티즘, 기관지염, 골다공증, 산후조리 등에 효과가 있다. 홍어탕은 위염을 억제하고 숙취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11월부터 4월까지가 제철이다.
흑산도=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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