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가로질러 줄을 놓고 건너가는 줄배라서 사공도 없다. 주인도 없다. 그저 아쉬운 사람이 배에 몸을 싣고 줄을 당겨 건너면 된다. 배가 강 건너에 있어도 걱정이 없다. 배에 매어놓은 삼줄을 당기면 이편으로 온다.
전남 곡성군 고달면 호곡리. 남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에 딱 하나 남은 줄배나루가 있다. 강 건너엔 4차로로 단장한 17번 국도가 있어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다. 호곡리에서 17번 국도 버스 정류장이 있는 침곡리까지는 큰맘 먹고 깡충깡충 두어 번 뛰면 건널 것 같다. 하지만 다리로 건너려면 거꾸로 4km가량을 걸어가야 하기에 만만치 않다.
“옛날엔 사람이 제법 살았지. 한 30여 가구 살았응께. 그땐 집집마다 식구덜도 많았고.” 열여덟에 시집와서 지금 일흔셋이 된 박씨 할머니가 과거를 회상한다. “지금은 없어…. 이찌막에 다리 한 개 있음 좋겄는디…. 사람이 없응께 놔주간디?” 마을 인구가 줄어드는 아쉬움을 푸념처럼 늘어놓는다.
10여 가구 15명 남짓한 주민이 사는 마을에 다리를 놓기가 쉽지 않단다. 젊은 사람들은 그나마 차를 이용하지만 차가 없는 노인들에겐 줄배가 무엇보다 요긴한 교통수단이다. 바깥세상의 학교도, 병원도, 은행도 모두 줄배가 연결해준다.
남도의 강변. 줄에 매인 나무배. 언뜻 낭만적이다. ‘좋겠다’는 말 한마디에 딸 셋을 줄배에 태워 매일 통학시키는 윤한열(41)씨의 핀잔이 되돌아온다.
“이래서 속 모르는 외지인이 싫다니까.”
그러고 보니 다리가 없다. 줄배가 있는 건 다리가 없다는 것임을 한나절 생활한 나그네가 그제야 깨닫는다.
곡성=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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