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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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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양간 내 새끼

등록 2008-06-27 00:00 수정 2020-05-03 04:25

농사 짓고 자식 낳고 늙어가고… 충북 제천 이영일 할아버지와 소의 하루

▣ 제천=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충북 제천시 봉양읍 공전3리는 천등산 박달재 바로 밑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사방이 산으로 막힌 이 마을에 이영일(68) 할아버지는 선대 때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밭이 이 산 너머 조금, 저 산 너머 조금 여기저기 있지. 콩, 고추, 옥수수 키우지.”

하지만 농작물을 시장에 내놓으면 ‘값이 싸서’ 안 팔린다. 할아버지는 뭐든지 비싸야 잘 팔리는 세태를 비웃는다. 할아버지가 키우는 소는 5마리다. 소들은 한눈에 봐도 털에 윤기가 흐르는 것이 건강해 보인다.

“풀만 먹이지! 이놈들 입맛이 떨어져 영 먹지 않을 때만 사료를 조금 섞어 먹이지. 사료를 먹으면 살은 많이 찌는데 건강하지가 않아. 장사꾼들은 이를 보면 나이를 안다던데 난 모르겠어. 지금 이놈도 6살인지 7살인지 몰라.”

할아버지는 소들의 새끼를 받아 키워서 수입을 올리고 그중 한 마리는 바쁜 농사철에 일소로 부린다. 산등성이를 밭으로 일궈놓은 것이라 기계보다는 소가 제격이다. 농사일이 힘든 건 소도 마찬가지라 가끔 고집도 부리지만 그래서 더욱 정이 가는 놈들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지만, 자신의 소를 보면 왜 그 난리인지 할아버지는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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