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막이 공사 시작된 지 1년 반, 산은 부서져 방파제로
▣ 부안=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새만금 물막이 공사가 이루어진 지 1년 반이 지났다.
어머니 가슴처럼 부드럽던 갯벌은 딱딱하게 굳어 죽어가고 있다.
새만금 사업 중에 이제 방조제 하나가 만들어졌다. 갯벌 앞에 있던 산은 부서져 방파제로 변했다. 산이 있던 자리에는 흙더미만 남아 있다. 4만100ha의 저 넓은 호수를 메워 땅으로 만들려면 몇 개의 산이 사라질까? 10개? 100개?
혹시라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경부운하 공사가 시작되면 깎인 산들이 새만금을 메우는 데 사용되지 않을까?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염분만 남은 땅 위에 풀이 자라고 꽃이 피고 있다. 자연의 생명력을 실감한다.
방조제의 양 끝에서 행사가 열렸다. ‘새만금 락 페스티벌’이라고 하여 가수와 밴드를 불러들여 방조제의 완성을 자축하고 앞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계산하는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새만금 살리기 운동을 해오던 이들이 모여 무모한 개발을 중단하고 사람도 살리고 갯벌도 살리자는 ‘에코토피아 살살 페스티벌’ 캠프를 열었다.
△물막이 공사가 끝난 지난해에는 마땅히 일도 못했다는 어부.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면서 어종이 바뀌어 간간이 가물치도 잡힌다고 한다. 올해부터 민물새우잡이를 시작했지만 아직 맘껏 민물새우를 잡지는 못했다며 죽은 펄흙만 잔뜩 묻어 올라온 그물을 씻고 있다. 언젠가는 방조제 넘어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그쪽은 예전부터 해오던 어부들의 텃세가 심해 쉬운 일이 아니란다.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펄은 처참하게 말라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본 계화도의 펄은 마치 중앙아시아의 넓은 초원 같았다. ‘소금기 먹은 땅 위에 풀이라니?’ 척박한 땅에 자라는 억센 놈들. 사이사이에 꽃을 피우는 풀들도 있다. 이들이 땅을 기름지게 하고 들풀이 더 많아지고 나무도 자라 숲을 이루는 모습을 상상해봤다.
△‘새만금 락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반대편에서 참가자 스스로가 기획하고 공연하며 관객이 되어 난장을 만드는 ‘에코토피아 캠프 살살 페스티벌’이 열렸다. 해창갯벌의 장승에 걸린 살살 페스티벌 펼침막은 작고 초라하지만 참가자들의 열의는 뜨거운 태양을 무색게 했다.
△물길이 완전히 막힌 것은 아니다. 농촌공사는 수질관리를 위해 비정기적으로 수문을 열어 바닷물이 드나들게 한다. 해창갯벌 어민들이 빈 그물을 걷어올렸다. 그물은 검게 죽은 갯벌만 걷어올린다. 백합과 바지락을 캐며 생활하던 어민들은 일당 2만~3만원의 품팔이를 하고 있다.
△방조제의 입구에 붙어 있는 푯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말이. 산을 허물어 바다를 메우고 섬을 육지에 이어붙인 그곳에 골프장을 만들지 카지노를 만들지 모르지만 ‘친환경’이란 말, 지켜볼 일이다.
△생명의 모체를 파묻은 땅 위에서 축제가 벌어졌다. ‘새만금 락 페스티벌’. 8월1일부터 5일까지 갈등과 대립의 아픔을 갖고 있는 새만금 현장에서 공존에 대한 희망, 약속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를 갖고자 하는 행사라고 한다. 전국적인 행사를 표방했지만 지역민의 발길도 드물어 민망한 행사가 되었다. 지역 주민들에게 주최 쪽의 뜻은 빈 공연장만큼이나 공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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