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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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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태권할매

등록 2007-03-08 00:00 수정 2020-05-03 04:24

체육관에 울려 퍼지는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의 쩌렁쩌렁한 기합 소리…앞지르기와 발차기하며 땀 흘리고나면 속이 확 풀리니 사는게 즐거워

▣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인천시 부평구 부개1동 서강대 체육관(관장 윤여호)에 오전 10시가 되자 하얀 도복에 검은 띠를 두른 할머니들이 정렬하기 시작한다. 정권을 지르면서 ‘얍! 태권도! 태권도!’를 외치는 기합 소리가 체육관 밖 도로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진다. 앞지르기와 발차기를 몇 번씩 하고 나면 숨이 가슴팍까지 차오른다. 이내 체육관은 20여 명의 할머니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워진다.

지난 1988년에 창단된 뒤 매일같이 하루 2시간씩 수련해온 부평구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은 이 지역에선 꽤 유명하다. 국내의 각종 행사에서 시범을 보인 것은 물론 지난 10년 동안 10여 차례 중국과 타이 등 해외에 초청돼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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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직장암을 앓다가 태권도를 시작한 지복연(75) 할머니는 “경로당이나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나와서 운동하니까 몸 상태가 좋아지더니 지금은 통증도 거의 없어. 의사와 가족들도 좋아하고 친구도 생겨서 사는 게 즐거워”라고 태권도 예찬론을 펴더니 이내 자신이 공인 3단인 것도 빼놓지 않는다.

스트레스로 생긴 화병 때문에 고생했다는 송경순(73) 할머니도 “재미를 느끼니까 속이 확 풀어지더니, 지금은 속상한 일이 생겼다가도 여기서 기합 몇 번 지르고 나면 풀려”라며 마음 치료엔 그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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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에겐 잘하고 못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함께 운동하며 흘린 땀이 노년에 건강과 웃음을 되돌려준 진정한 심신 수련의 수단이라는 게 소중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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