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전남 진도 나배리섬 찾아간 170t 병원선…인기척 드문 192개 섬 돌아다니며 훈훈한 손님 자처
▣ 진도=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안개를 뚫고 3개월 만에 전남 진도군 조도면 나배리섬으로 병원선이 들어온다.
물 위에 떠 있는 병원, 전남 512호. 170t 규모의 제법 큰 배다. 내과·치과·한의사 3명에 임상병리·방사선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진료소가 없는 전남 지역 192개 섬을 돌아다니며 흔한 감기약조차 구하기 힘든 섬사람들에게 병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방 물팍이 요로코롬 아픈 게 꼼짝도 못하요만 선상님 보려고 여까지 와부렀소.” 조그만 보트를 타고 병원선에 도착한 할머니가 진료석에 앉자마자 말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아픈 데 얘기하고 가슴사진 찍고 약 타느라고 돌아다니다보면 배 안은 금방 어수선해진다. 이웃집 노인이 엑스레이 사진을 들고 기다리는 동안 또 다른 주민이 자신의 그것과 비교하며 나름대로 진찰한다. 그러고는 까르르 웃는다. 갑자기 뭍에 나간 딸 얘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다 호명이 되면 진료실로 들어가 아픈 데를 하소연한다. 특히 오늘은 병원선이 더없이 반갑다. 전남 지역 이미용협회 회원들이 무료로 머리를 손질해주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오기 때문이다.
파마부터 하고 오느라고 늦었다는 할머니가 약창구에 손을 내밀며 간호사 안미애(37)씨를 아는 척한다.
“시상에 날마다 배 타고 이런 디까지 댕길라면 얼매나 고상이오? 고맙제.”
아픈 곳을 손자뻘 되는 의사와 간호사에게 얘기하다 보면 속이 풀어지고 편안해진다.
병원선은 이따금 찾아오는 유일한 의료시설이며, 문명의 혜택이다. 사람이 그리운 섬에서는 무엇보다 반가운 손님이다.
약보다 진료보다 사람 모습 보여주는 게 더 좋은 약이란걸 병원선 근무자들도 잘 알고 있다. 열흘 일정 중 첫날 진료를 마친 전남 512호가 더 멀리 있는 섬 놀옥도를 향해 출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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