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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의 땀, 내가 나를 적셨구나

등록 2005-07-28 00:00 수정 2020-05-03 04:24

오대산 월정사 3박4일 산사체험
전나무 숲에서 삼보일배하다

▣ 오대산= 사진·글 강재훈 기자/ 한겨레 사진부 khan@hani.co.kr

새벽 3시50분, 도량석을 도는 스님의 목탁 소리에 잠들었던 산사가 깨어난다. 밤새 무슨 꿈을 꾸었을까? 부처를 만났을까? 아니면 집에 두고 온 가족을 만났을까? 잠 덜 깬 눈 비비며 채 날이 밝지 않은 오대산 전나무 숲길에 나선다. 1천년이 넘도록 방황하는 길손들을 지혜의 문으로 인도했다는 전나무 숲. 새벽 4시30분, 어둠을 가르며 삼보일배를 시작한다. 나를 비우고자 함인가? 나를 채우고자 함인가? 어둠 속에서 ‘우르릉 쾅쾅’ 계곡을 울리며 흐르던 금강연의 물소리가 점점 밝아진다. 스무살 어린 대학생에서부터 칠순의 노파까지 온몸이 땀에 젖는다. 아, 내가 나를 적셨구나. 내가 나를 비우고 나니 맑은 그 무엇이 다시 채워지는 듯 가슴이 뭉클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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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2일부터 15일까지 3박4일 동안 오대산 월정사에서 일반인들의 제1차 여름 수련회가 열렸다. 나흘 동안 새벽 예불과 발우공양, 참선과 1080배, 오대산 전나무 숲길 삼보일배 등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바쁘게 사느라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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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많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업장소멸이나 시킬 수 있을까 싶어 왔어요. 열심히 절하며 마음을 쉬어가고 싶어서." 박치순(75·강원 평창)

“성당에 나가고 있지만 칠순의 어머니(박치순 할머니)를 모시고 함께 참가했지요. 우리나라의 종교 문화는 기복신앙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가 앞서는 종교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좌선을 하면서 ‘나’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비운다는 게 뭔지, 나는 누구인지…."서신희(51·서울 잠실)

가부좌를 틀고 좌선에 든다. 몸이 뒤틀리고 코가 간지럽다, 상념이다. 상념을 버리고 화두에 몰두하면 해탈을 얻을 수 있을까?

△ 월정사 팔각구층석탑 탑돌이를 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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