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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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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따라쟁이’ 아니에요

등록 2004-06-04 00:00 수정 2020-05-03 04:23

코스튬플레이를 ‘창조’하는 아이들… 원단찾기 · 본뜨기 · 바느질 품 들어도 성취감에 신나

사진 · 글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음악이 흐르고 무대 위로 성큼 올라섰다. 주어진 시간은 4분이 채 안 된다. 1주일 동안 본뜨랴 재봉질하랴 소품 준비하느라고 밤새운 시간에 비하면 무대 위의 4분은 턱없이 짧아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큰 춤사위가 있는 연기는 아니지만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에 온 신경이 쏠려 조마조마하기가 이를 데 없어 4시간째 무대에 선 기분이다. 연희가 가볍게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인사로 마무리하고 끝이라는 신호다. 엄청나게 높은 구두 뒷굽 때문에 무겁기만 했던 발이 쉽게 떼어진다. 박수를 받고 내려온다. 사실은 박수 소리가 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결과와 관계없이 홀가분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음주를 준비해야 한다.

인천생활과학고에 다니는 조연희, 이슬아, 김세은(이상 3학년), 김서희(1학년) 학생은 지난 5월29일과 30일에 제4회 청강 전국 코스튬플레이 페스티벌에 일본 만화 파이브 스타 스토리를 테마로 참가했다. 이들은 4, 5년씩 코스튬플레이 경력이 있는 ‘마니아’들이다. 29일 예선은 경기도 이천의 청강문화산업대학 교정에서 열렸고, 30일 본선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청강페스티벌은 학생과 일반에까지 참가의 문을 열어놓은 명실상부한 전국 최대 규모다. 옷감 원단을 결정해 동대문시장에서 사오는 일을 비롯해 본을 뜨고 바느질까지 직접 하는 것이 겉보기와 달리 품이 많이 들고 힘들지만 성취감이 있다. 굳이 대회가 아니더라도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만나 스스로 만든 옷을 보여주고 보는 일만으로도 즐겁다. 청강문화산업대의 패션디자인과 조영아 교수에 따르면 1998, 9년쯤 일본에서 코스튬플레이(일본인들은 ‘코스프레’라고 부른다)가 들어온 것이 1세대라고 한다면, 한국형 캐릭터도 자주 등장하고 무대 위의 율동과 춤, 노래 같은 연기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최근의 양상은 2세대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코스튬플레이의 원조라고 할 일본에선 아직도 의상을 입고 포즈를 취하는 거리형 코스튬플레이밖엔 없고 국내에서도 연희네 팀처럼 포즈를 중심으로 하는 정통파도 다시 많아지고 있어 굳이 어느 흐름이 주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한다. (더 많은 사진과 기사 전문은 인터넷 한겨레 뉴스메일(곽윤섭의 사진 뒤집어보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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