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봉학(48)씨는 배우다. 이름만 들어선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무명 배우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누구나 한 번쯤 TV에서 봤을, 낯익은 얼굴이다. TV에 부지런히 출연해도 생활이 빠듯할 단역 배우가 단돈 6300원을 들고 7월20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으로 들어갔다. 참여연대가 주최하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릴레이 체험에 참여해 하루를 이곳에서 지내기 위해서다. 두세 평 남짓한 쪽방들 사이를 지나 어두운 복도 끝 화장실에 붙어 있는 세면장에서 막 저녁쌀을 씻어 갖고 나오는 그를 만났다.
“창문 있죠, 지상이죠, 그래서 여기는 쪽방 중에선 5성급이라고 합니다.” 좁은 쪽방을 특급 호텔로 승격시킨 그의 낙천적 성격이 웃음소리에 묻어나왔다.
맹씨의 사회참여는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때 참여했고, 1년 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추모제에서 사회를 보기도 했다. 또 지난해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식에 일반 시민으로 참석했는데, 당시 도로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지난 7월17일 서울 종암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도 받았다.
“1987년 6·10 항쟁 때 남들은 데모하는데 전 연극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거든요. 그래서 전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사람이라는 일종의 부채 의식이 있었어요. 지난 촛불집회 때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촛불 들고 나와서 시위하는 거 보고는 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했죠. 그때부터 현장에 나왔고 이렇게 적극적인 참여파가 된 거죠. 이거 배우가 자꾸 시사면에 나오면 안 되는데….”
이곳에서 생활해보면 정치인의 위선도 절실히 느낀다고 한다.
“여기 와보니 낙천적인 저도 우울해져요. 이 돈으로 뭘 하겠어요. 쌀 조금 사고 물 한 통 사면 끝인데, 무슨 희망이 있습니까? 서민 지원은 다 줄여놓고 시장 가서 ‘오뎅’ 사먹는다고 서민정치가 아니죠. 국민이 가장 원하는 건 ‘거짓과 쇼’가 아니라 ‘진정성’입니다.”
같은 연예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이 남다를 것 같아 개그우먼 김미화씨에 대해 물었다.
“정치적 이유로 김미화씨까지 건드렸다는 건 이 사회에서 어지간한 사람은 다 건드렸다는 거 아닙니까? 억압이 심하다는 증거죠. 전 반대로 생각해요. 머지않아 좋은 날이 올 거라고요.”
잦은 사회적 참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맹씨는 요즘 방송사에서 거의 불러주지 않는다. 소득도 예전보다 반으로 줄었다. 그래도 사회참여를 그만두진 않을 작정이다. 억압하는 권력에 굴복하는 것은 개인의 자존심을 구기고, 그것은 맹씨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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