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자유·인권·공정·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2022년 5월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의 취임사가 울려퍼지던 시간, 하늘에 무지개가 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환송하는 무지개였을까, 새로운 대통령을 환영하는 무지개였을까. 무지개는 이번 국회 회기에도 끝내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못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경고, 또는 새로운 정부에서만큼은 이 법을 제정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은 아니었을까. 무지개가 떠 있는 하늘 아래, 국회 담장 아래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농성장 입구에 매달린 무지갯빛 천도 함께 펄럭였다.
이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국회 담장 안에는 약 4만 명이 운집했다. 각계 대표와 시민 등 모두 ‘초대받은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박수로 호응하고, 윤 대통령 부부가 탄 차량이 국회를 떠날 때 내내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국회 담장 밖에는 ‘초대받지 못한 시민들’이 있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이종걸 공동대표와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이날로 30일을 맞았다. 취임식을 앞두고 단식농성장이 철거될지 모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이 5월9일 저녁 국회 앞으로 모였다. 다행히 농성장은 철거되지 않았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세계시민 여러분, 저는 이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우리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윤석열 대통령 취임사)
미류 책임집행위원은 대통령 취임사를 국회 담장 밖 ‘1열’에서 들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세계시민’을 언급했는데,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간의 자유와 존엄, 권리의 동등’으로 시작한다”며 “평등한 대한민국이라는 과제를 위해 새 정부에서 주체적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담장 밖에서는 ‘초대받지 못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퍼졌다.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여가부 폐지를 철회하라!” 이 구호는 10초 만에 저지당했다. 여성단체 연합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은 오전 9시40분께 국회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려다 경찰 등에 의해 경호구역 바깥으로 끌려나갔다. 펼침막도 강제로 접어야 했다. 대통령 경호구역이라 집회가 금지된다는 이유였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아침 8시 서울 광화문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뒤, 오전 10시께 여의도역에서 여의도공원까지 행진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면서.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취임식에) 전장연 초청도 고려하고 있다”(3월30일 발언)고 했지만, 전장연은 결국 초대받지 못했다.
사진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글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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