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은 낙동강의 지천이다. 소백산에서 발원해 106km를 흐른 뒤 본류와 만나 이름 석 자를 내려놓는다. 낙동강 1천여 개 지천 가운데 아름답기로 으뜸이다. 모래와 물은 그 아름다움의 정체이자 배후다. 내성천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모래강이다.
물은 모래 위를 흐르고, 모래는 물과 함께 흐른다. 둘은 서로 기대어 모래톱을 화폭처럼 펼치고, 강의 들숨과 날숨 같은 물굽이를 그린다. 그리고 뭇 생명, 사람, 문화가 거기에 깃든다. 내성천을 내성천이라 부를 때, 그것은 물줄기의 이름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의 이름이다.
지금 경북 영주시 평은면에 건설 중인 영주댐은 내성천 한가운데를 가로지른다. 올해 안에 댐이 완공되고 나면 위쪽으로는 물이 모래를 삼키고 아래쪽으로는 모래길이 끊겨 자갈밭이 된다. 예측이 아니다. 징후는 벌써부터 선명하고, 머잖아 ‘불모’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다.
내성천을 죽이려는 것도, 내성천을 지키려는 것도 사람이다. 내성천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내성천의 그것을 빼닮았다. 곡진한 정성으로 놓은 자수가 내성천의 물과 모래처럼 어우러져 서울 광화문 광장을 흐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마음이 흐르는 한, 아직은 늦지 않았다. 지난 1월3일 ‘내성천 습지와 새들의 친구’ 회원들이 광화문을 걸었다. ‘친구’들은 걷다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내성천의 생명들을 수놓은 천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글 안영춘 편집장 jona@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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