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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대학생의 가난한 분향소

등록 2011-07-20 15:49 수정 2020-05-03 04:26

여름 방학을 맞아 해외 여행과 연수에 나서는 대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많은 대학생들은 공부를 뒤로 밀치고 등록금 벌이에 나선다. 시간급 4500원. 방학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비싼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생활비까지 벌어야 하는 가난한 학생들은 더욱 고달프다. 그래서 몇 푼 더 벌려고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자청한다. 그러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지난 7월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이마트 탄현점 냉동창고에서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1학년생이던 황승원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 황승원 학생은 월 150만원을 받기로 하고 야간노동을 해오던 가난한 학생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뒤, 황씨가 다니던 서울시립대 학생회관 들머리. 이 학교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더욱 쓸쓸해진 황씨의 분향소 앞을 지나고 있다. 모두들 착잡한 표정이다.

“고 황승원 학생이 같은 과 후배라는 걸 뉴스를 보고 나서야 알았어요. 돈이 없어 ‘친구도 사치였다’는 후배의 처지를 알게 되니 눈물이 납니다.”

이날 뒤늦게 분향을 한 오미진(경제학부4)씨는 후배의 영정 주변을 한참 서성거리며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진·글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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