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 참사역입니다.’ 최근 글과 그림으로 무장한 작가들이 펴낸 책의 제목이다. ‘용산 참사역’이라는 표현은 그토록 끔찍한 사건이 어느덧 지하철 역이름처럼 일상으로 자리잡은 무심한 현실에 대한 은유이다. 또한 이곳 용산을 지날 때 참사의 현장임을 한 번쯤 되새겨보자는 반성의 구호다.
세 정거장
그 사건의 현장, 서울 용산 재개발 4구역 남일당 건물 앞 횡단보도를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용산 참사가 벌어진 지 330일이 흘렀다. 숨진 세입자 5명의 시신은 여전히 순천향대 병원 냉동고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다. 유족들은 아직 철거되지 않은 이 곳의 빈 집에서 두번째 겨울을 나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조금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곳을 찾아 손 한 번 잡아주고 간 총리는 지금 세종시 문제에 대한 관심의 100분의 1도 보여주지 않는다. 서울시는 유족들에게 공사장 ‘함바집’ 운영권을 줄테니 이제 그만 농성을 풀라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불에 타 죽은 시민을 방치한 채 친서민을 외치는 정부의 뻔뻔함은 이웃의 울음에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우리의 무관심을 먹으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용산역에서 1호선 전철로 세 정거장을 더 가 시청역에서 내리면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눈부시게 반짝이고, 거기서 더 걸어가 광화문에 들어서면 억지로 화려하게 차려놓은 광장에서 세계에서 유례가 없다는 스포츠쇼를 치른 흔적이 보인다.
한쪽엔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은 기름진 밥상, 다른 한쪽에선 설움과 한으로 울부짖는 사람들. 불과 지하철 세 정거장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2009년 서울의 세밑 풍경이다.
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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