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내려다보고 있는 거니, 대체 거기서….’
정성스레 미장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위에 흰 칠은 더구나 사치였다. 애초부터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었다.
벌집에서 본 풍경
온통 벌집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총탄의 파편, 그것은 분명 죽음의 흔적일 터다. 총질로 구멍이 나고 폭탄이 껍데기를 벗겨낸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의 주택가, 무너질 듯 버티고 선 상처투성이 건물 밖으로 아이들이 빼꼼히 상체를 내놓고 있다. 유리창이었을 빈 공간엔 나무판자를 엇댔고, 그 안에 두툼한 천까지 걸쳤다. 속살과 뼈대까지 드러낸 앙상한 건물에 기대고 선 아이들의 표정이 가슴을 저민다. 이미 세상의 이치를 알아버린 걸까.
지난 3월24일 유엔인권이사회는 이스라엘이 가자 침공 기간에 자행한 전쟁범죄를 조목조목 밝혀 적은 보고서를 내놨다. 민간인을 겨냥한 공격엔 머뭇거림이 없었고, 아이들은 고스란히 ‘인간 방패’가 됐다. 다들 알고 있다. 참상의 기록을 새삼 들춰볼 필요가 있을까. 벌집이 돼버린 보금자리, 체념한 얼굴을 한 아이들이 그곳에 살고 있다. 기막히게, 살아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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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Reuteters·Ibraheem Abu Mustafa·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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