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가 일주일 동안 거리를 뛰어다니며 카메라에 담은 촛불집회 현장의 열기
▣ 사진·글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5월28일 새벽, 경찰 저지선을 피해 서울 을지로로 나온 시민들의 거리행진은 롯데백화점, 회현사거리, 퇴계로를 돌아 명동 입구에서 다시 경찰과 마주쳤다. 몸싸움이 있었고 몇 명이 연행됐다. 기자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동안 시위대를 놓치고 말았다. 여기저기 연락하다가 프라자호텔 앞에 시위대 일부가 경찰에 포위돼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경찰은 시위대를 크게 에워싼 뒤 ‘벽’을 점차 좁혀가고 있었다. 일단 경찰 포위망 안으로 들어갔다. 시위대는 길에 앉아서 “집에 가고 싶다” “폭력경찰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며 경찰이 길을 열어주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스케치 몇 컷을 찍고 나니, 포위망 뒤쪽으로 가로구조물 위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이 보였다. 그 위에 올라가서 찍으면 고립돼 있는 시위대의 모습이 잘 잡힐 것 같았다. 그러나 경찰은 신원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들어올 때는 별다른 제지가 없더니… 살짝 약이 올랐다. 전원 강제 연행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잘됐다. 그럼 ‘붙어치기’로 하지 뭐….’ 짧은 렌즈로 바꿨다.
멀리서 “촛불을 끄고 한두 명씩 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보내주라”는 경찰의 지휘 무전이 들렸다. ‘이 사람들은 촛불이 없는데….’ 이렇게 갇혀 있는 시위대가 주변에 또 있는 모양이었다. 잠시 뒤 남대문경찰서장이 마이크를 들고 나타나더니 대뜸 기자들은 손을 들어보란다. 밖으로 나가달라는 경찰의 요구에 기자들은 현 위치를 지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점잖은 협박이 날아왔다. “연행 과정에서 다치거나 취재 장비가 손실될 수 있으니 안 됩니다. 〈OBS〉… 나와주십시오.” 또 경찰 무전이 귀에 들려왔다. 시위대를 연행하기 전에 먼저 기자들을 ‘안전하게 끌어내라’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특수기동대라는 부대 표지를 단 경정 한 명이 다가왔다. “기자님이시죠? 이쪽으로 나가시죠.” 미소를 띤 표정에 부드러운 음색이었다. 그렇다면 나도 부드럽게, “저는 여기 있을 겁니다. 서로 피해 주지 않는 게 좋잖아요?”
실랑이가 오가는 사이 시위대의 대표인 듯한 사람이 경찰 쪽에 제안했다. “우리는 끌려나가기 싫다. 길을 열어주면 우리가 스스로 걸어서 버스에 타겠다.” 경찰과의 입씨름은 단박에 끝났다. 몇몇 젊은 여성들은 두려운 눈빛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시위대는 거침없이 ‘닭장차’로 향했다. 카메라 렌즈 속에서 그들은 당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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