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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의 잠 못 드는 밤

등록 2007-08-31 00:00 수정 2020-05-03 04:25

▣ 합천=사진·글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한적한 공원 ‘새천년 생명의 숲’.
올해 초 합천군청과 합천군 의회 쪽에서 그 이름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느닷없이 바꿔버렸다.

제 국민에게 총칼을 들이대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력을 누렸던 사람. ‘일해’(日海)라는 아호는 그때 그 사람이 누렸던 권력을 짐작게 한다. 피의 권좌에 앉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그를 그럼에도 좋아하는 것까지야 말릴 수 없겠지만, 지난날 그의 명령 아래 휘두른 무자비한 총검에 쓰러진 사람들과 아직도 살아 있는 그 유가족에 대한 인간적인 예의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대놓고 우러러보지는 못할 것이다.

8월23일 밤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가 상영된 일해공원엔 1500여 명의 군민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같은 시각 공원 다른 편에선 ‘일해공원’이라고 쓰인 공원 간판을 사수하겠다며 ‘전두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천막을 친 채 때 아닌 노숙을 했다.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이탈한 사람들이 한가했던 공원을 어수선하게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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