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추리(평택)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그날 마을은 내내 흐렸다.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위태로웠다. 3월28일, 미군기지가 들어서는 경기 평택시 대추리에서는 4년 동안 기지 확장 반대 투쟁을 벌여온 49가구가 이삿짐을 꾸리고 있었다. 오랜 싸움 끝에 마을에 남은 사람들은 땅이 없어 큰 보상을 받지 못한 소작농들과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보낸 독거 노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주민들은 평택시가 전셋돈을 대는 팽성읍 송화리 연립주택으로 옮길 예정이다. 마을 곳곳에는 부숴지고 무너져내린 집들이 방치돼 있다.

신종원 대추리 이장은 “오늘이 끝이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4월7일 다시 마을로 돌아와 땅을 파고 ‘타임캡슐’을 묻기로 했다. 그곳에는 대추리 땅에서 난 볍씨·농기구·주민등록증·고향집 문패 그리고 “마을을 되찾겠다”는 염원이 담긴 주민들의 편지가 담긴다. 신 이장은 “지금은 쫓겨나지만 미군이 영구 주둔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때 가서 다시 대추리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다시 타임캡슐을 열 수 있을까. 날씨는 내내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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