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가슴이 가슴에게

등록 2006-12-29 00:00 수정 2020-05-03 04:24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따뜻하게 꼬옥 안아드릴게요.” 처음 보는 사람과 거리에서 포옹을 나누는 문화가 전국에서 젊은 층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월20일 오후 서울 명동. 바쁘게 움직이는 인파 사이로 김나리(미림여고 2년)양이 ‘안아드려요, FREE HUGS’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김양은 낯선 눈빛으로 “저게 뭐야” 하는 반응을 보이는 기성세대들과 “또 나왔네. 프리 허그다”를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포옹을 권유하는 자세를 취했다. 몸을 비비 꼬며 조심스럽게 한 청년이 다가와 품에 안긴 뒤 황급히 자리를 피하자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양은 “3시간 남짓 서 있으니 온몸이 아프지만 한번 안아주고 나면 마음이 참 좋다”고 했다. 그리고 “힘내라며 박카스와 음료수, 케이크 등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편안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문화권이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첫 만남에선 팔을 쭉 뻗어 닿을 거리인 90cm 안팎이 적당하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낯선 이가 50cm 이내로 접근하면 열 중 아홉은 급히 혹은 은근슬쩍 물러선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프리 허그’(Free Hugs·무료로 안아주기) 운동이 상륙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안아주자는 취지다.

광고

포옹은 가장 적극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 하나다. 최소한의 영역 보호 본능을 포기하는 것이니, 서로 절대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길거리의 ‘낯선 포옹’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광고

4월3일부터 한겨레 로그인만 지원됩니다 기존에 작성하신 소셜 댓글 삭제 및 계정 관련 궁금한 점이 있다면, 라이브리로 연락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