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따뜻하게 꼬옥 안아드릴게요.” 처음 보는 사람과 거리에서 포옹을 나누는 문화가 전국에서 젊은 층 사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월20일 오후 서울 명동. 바쁘게 움직이는 인파 사이로 김나리(미림여고 2년)양이 ‘안아드려요, FREE HUGS’라는 문구가 적힌 카드를 들고 서 있었다. 김양은 낯선 눈빛으로 “저게 뭐야” 하는 반응을 보이는 기성세대들과 “또 나왔네. 프리 허그다”를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 포옹을 권유하는 자세를 취했다. 몸을 비비 꼬며 조심스럽게 한 청년이 다가와 품에 안긴 뒤 황급히 자리를 피하자 순식간에 이목이 집중됐다.
김양은 “3시간 남짓 서 있으니 온몸이 아프지만 한번 안아주고 나면 마음이 참 좋다”고 했다. 그리고 “힘내라며 박카스와 음료수, 케이크 등을 건네주는 이들도 있었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편안한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문화권이나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첫 만남에선 팔을 쭉 뻗어 닿을 거리인 90cm 안팎이 적당하다고 한다. 길거리에서 낯선 이가 50cm 이내로 접근하면 열 중 아홉은 급히 혹은 은근슬쩍 물러선다는 실증 연구도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프리 허그’(Free Hugs·무료로 안아주기) 운동이 상륙했다. 모르는 사람끼리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안아주자는 취지다.
포옹은 가장 적극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 중 하나다. 최소한의 영역 보호 본능을 포기하는 것이니, 서로 절대 해치지 않는다는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길거리의 ‘낯선 포옹’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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