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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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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종이상자의 겨울

등록 2005-12-02 00:00 수정 2020-05-03 04:24

▣ 사진·글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다시 겨울,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은 지 8년이 지난 11월25일의 서울의 밤은 여전히 춥다. 새벽 1시께 세종로 지하도의 노숙인들이 종이상자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몇년째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은 겨울밤 ‘종이집 짓기’를 숙련된 기술로 해치운다. 그러나 올해 새로 노숙자가 된 400여명은 부르튼 손으로 상자를 모으고 따뜻한 집 짓는데 꽤 긴 시간을 들인다. 지난 11월18일 서울시가 심재옥(민주노동당)·정연희(한나라당) 시의원에게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서울 노숙자 수는 32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09명보다 13%가량 증가했다.

한달 전 ‘김치파동’은 노숙인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복지단체인 ‘서울 푸드뱅크’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김치를 기탁해준 업체는 주로 영세 김치업체들이었는데, 김치 파동의 타격이 너무 커 이들 업체에서 받는 김치 물량이 거의 없다”고 사정을 전했다. 노숙인 강아무개(41)씨는 “따뜻한 밥 한 끼도 고맙지만 날씨도 추운데 매일 보이던 김치마저 자취를 감추니 속이 허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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