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는 탄소 6∼10개 정도의 탄화수소의 혼합물이다. 구성 성분과 비율에 따라 질이 다른데 흔히 옥탄가로 등급을 매긴다. 옥탄가가 낮을수록 노킹이 일어나기 쉽다. 휘발유와 공기의 혼합물이 압축될 때 조기에 점화되어 나타나는 노킹은 엔진에 손상을 주고 연료 효율을 떨어뜨린다. 때문에 우리도 1990년대 초까지 옥탄가를 높이기 위해 테트라에틸납을 첨가한 유연(有鉛)휘발유를 사용했다.
테트라에틸납의 발명가는 제너럴 모터스(GM)의 토머스 미즐리(Thomas Midgley, 1889∼1944)이다. 코넬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제1차대전 중에 휘발유 엔진의 노킹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연구하여 1921년 테트라에틸납을 찾아내었다. 휘발유 질을 결정하는 옥탄가 방법도 그의 고안품이지만 이보다 고대로부터 독성이 잘 알려진 납을 함유한 물질이 어떻게 노킹억제제로 개발됐으며 이렇게 오래 방치됐는지 살펴보는 일이 좀더 흥미로울 것이다.
당시 GM은 에탄올의 우수한 노킹억제 효과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테트라에틸납을 선택한 이유가 수익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GM 의학위원회가 테트라에틸납의 독성을 경계하는 보고서를 냈으나 정부에서 건강에 위해가 없다고 판단해 허가했다는 기록도 있다. 환경과 과학자의 문제에서 미즐리에게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없겠으나 기업적, 정치적 인자가 환경에 어떻게 역행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테트라에틸납 대신에 무연(無鉛)휘발유에 넣는 MTBE(메틸 t-부틸 에테르) 문제로 떠들썩하다. 1997년 MTBE가 미국에서 두 번째 많이 생산된 화학제품이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양이 휘발유에 첨가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휘발유 저장탱크 등에서 유출된 MTBE가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문제가 심각하다. 식수에서 “악취가 난다”(It stinks)는 것 외에 건강에 미칠 여러 잠재적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에탄올로 대체될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환경문제에 관한 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대한 안전한 것을 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미즐리는 또한 프레온의 발명자이다. 그는 1937년 미국화학회 석상에서 7년 전에 암모니아를 대신할 냉각제로 합성한 CFC(염화불화탄소)를 입에 물고 깊게 흡입한 다음에 뱉어내어 촛불을 껐다. 냉각제의 조건인 안전성, 비가연성을 만족시킨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하여 CFCs는 냉장고, 에어컨 등에 냉각제로 사용돼 왔다.
그러던 것이 CFCs의 탄소에 붙은 염소 원자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밝혀졌다. 염소를 줄인 HCFCs(수소화염화불화탄소)도 낮은 대기권에서 산화되고 남은 것이 성층권으로 이송되어 오존층을 파괴한다. 이제 HFCs(수소화불화탄소)가 오존 친화성 냉각제로 나왔으나 지구에 스며든 과거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세계는 바삐 움직이고 있다. CFCs에 관한 한 미즐리로서는 어쩔 수 없었으리라.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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