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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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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세계대전 시나리오 | 팔레스타인] 아, 화염에 휩싸인 예루살렘이여

등록 2004-01-01 00:00 수정 2020-05-02 04:23

초강경주의자가 이스라엘 총리에 오른 뒤 미국-이스라엘 동맹이 부를 가공할 만한 결과

2004년 11월28일, 매우 추운 일요일 오후 1시. 서부 예루살렘 이스라엘 정부청사에서 정기적인 5인 안보내각회의를 마치고 나오는 아비그도르 리버만에게 모든 눈길이 쏠렸다.

아리엘 샤론 총리와 그의 아들들이 부패 혐의를 받고 사임한 뒤, 초강경 민족주의자당을 이끄는 리버만은 2주 전 우익 리쿠드당 에후드 올머트 후보를 물리치고 새 총리에 올랐다.

미국, 유럽과 중동 지역 대사관을 폐쇄하다

이스라엘 노동당은 호전주의자 리버만을 우려해 후보를 내지 않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올머트를 지원했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초강경주의자 리버만 53%, 올머트 35% 그리고 팔레스타인 아랍 후보 아즈미 비샤라가 9%를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샤라는 패배에 상관없이, 팔레스타인 아랍과 유대 이스라엘이 함께하는 단일국가론을 내걸고 선거 참여를 고집한 끝에 9%에 이르는 놀라운 결과를 얻어냈다. 리버만은 모든 마을과 이웃에게 유대를 죽음으로 모는 팔레스타인을 물리적으로 철거하고 배제하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고 압승을 거뒀다.

하루 전, 리버만은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스라엘군은 알 아크사 모스크로부터 무슬림 경찰을 해산시키고, 하람 알 샤리프 성소의 기도자들을 완전히 몰아내라.”

국제언론들은 리버만이 이 세 번째 이슬람 성소에 유대 사원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고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워싱턴 언론들은 근본주의 기독교 지도자 제리 팔웰이 “부시대통령도 알 아크사 모스크에 유대 사원 증축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실을 리버만 비밀특사에게 전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신보수주의의 총아 리처드 펄이 중동 문제를 놓고 부시와 의견차이를 보여 사임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후임에 올랐다.

팔웰은 지난주 또 다른 기독교 근본주의자 팻 로버트슨 소유 과의 인터뷰에서 “리버만 총리 선출로부터 중동을 비롯한 세상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구약성서 예언을 인용했다.

더불어 이스라엘과 미국의 밀착은 국제사회를 크게 자극했다. 미국 호전주의 정책을 반대해온 프랑스·독일·남아프리카공화국에다, 최근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승격시킨 뒤 나토 해체로 생긴 국제적 힘의 공백을 이용해 정치적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일본은 새로운 동맹체 결성을 준비해나갔다. 또 프랑스는 시리아, 레바논, 이집트와 각각 준군사동맹에 해당하는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조종하는 가운데 예멘과 아랍에미리트는 위태롭게 중립을 지켰고, 북부 아프리카 이슬람 국가들은 프랑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편 영국은 앵글로-아메리카 동맹을 확대하기 위해 영국령 섬나라 지브롤터를 토호인 모하마드왕에게 넘겨 독립을 인정했다.

프랑스는 알 아크사 결의안을 제출하고…

사담 후세인 체포 뒤에도 이라크 저항을 잠재우지 못한 미국은 2004년에 들어서면서부터 대이라크 초강경 압박정책을 펴면서 아랍세계와 국제사회를 더욱 분노케 했다. 대미 테러는 지구적 규모로 확대되었고, 특히 2004년 봄과 여름 사이 아테네와 브뤼셀 미국 대사관이 폭파당하면서 사실상 미국은 모든 유럽과 중동 지역 대사관을 폐쇄한 상태였다.
이렇듯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고립당하는 상황 속에서도 부시는 입을 열 때마다 불에 기름을 퍼붓는 꼴로 악수에 악수를 거듭했다. “미국과 영국은 죄를 지은 중동 무슬림들을 벌하기 위해 크리스천의 권리를 다하겠다.” 네 번째 영국 방문인 부시는 토니 블레어와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안티-테러를 외쳐왔던 미국의 심장 속에 ‘안티-이슬람’이 들어 있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프랑스는 유엔에 알 아크사 사원 결의안을 제출했다. 몰락해가는 사우디 왕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군사기지를 발판 삼아 유전지대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메카의 카아바 성소를 이슬람 요람으로 인정하듯이, 이스라엘도 알 아크사 사원을 같은 방식으로 대하라는 요지였다.
“정부는 48시간 내에 이스라엘군이 알 아크사 모스크 유물들을 손상시키지 않고 옮겨놓을 수 있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혀라.” 비유대 정당 아구다트 이스라엘의 청원으로 이스라엘 대법원이 판결을 내림으로써 예루살렘은 큰 혼란에 빠졌다. 이스라엘 방송들은 레이저 기술로 유적지대를 손상시키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장비들을 다투어 소개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민병대들은 최후의 일각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이 알 아크사 모스크를 손댈 경우, 전면적인 테러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에 맞서 리버만은 국방장관에게 ‘즉각 가자지구 재점령’을 명령하며 경고했다. “단 한발의 로켓이 가자로부터 날아오거나 단 한건의 테러가 발생할 경우 가자지역의 모든 팔레스타인을 축출할 것이다.” 모든 아랍 도시들을 비롯해 파리, 베를린, 요하네스버그, 도쿄에서 반이스라엘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전역은 이스라엘군의 통제를 받기 시작했다. 서안에 있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 거주지역은 장벽으로 차단당했고 가자지구는 출입을 원천적으로 금지당했다. 아라파트가 팔레스타인 임시정부를 위해 라말라를 떠나자 이스라엘군은 즉각 그의 사무실을 봉쇄했다. 이스라엘군은 크리스천들의 요람인 베들레헴만을 외국 관광객을 위해 개방했다.
예루살렘은 리버만이 집권한 뒤로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리버만을 무덤으로”를 외치며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군이 모스크를 지키던 무슬림 경찰의 옷을 벗김으로써 시위는 더욱 열을 받았다. 시위대들은 이스라엘 은행에 불을 지르고 버스에 화염병을 투척했다.
이런 가운데 방송은 숨가쁘게 파키스탄과 이란발 보도를 내보냈다. “만약 이스라엘군이 모스크에 손을 댄다면, 세계 전역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익을 공격하겠다.” 더욱 꺼림칙한 뉴스들이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들로부터 쏟아져나왔다. “세계 모든 지역의 유대와 크리스천 교회를 집중 공격목표로 삼겠다.”
프랑스, 독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일본은 긴급 정상회담을 열고 대미국-이스라엘에 경고를 띄웠다. “즉시 이스라엘군이 모든 이슬람 성지로부터 철수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이스라엘 주재 대사를 소환할 것이며, 이후 발생할 어떤 사태에 대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즉각 모든 이슬람 사원을 봉쇄하라”

같은 날, 리버만은 이스라엘군에게 명령했다. “즉각 모든 이슬람 사원들을 봉쇄하라.”
부시도 분노했다. “즉각 해당국 주재 미국 대사들을 소환하고,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시리아를 응징하라.” 프랑스와 독일은 상호방위조약을 내걸고 미국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는 시리아와 이집트로 각각 4만여명에 이르는 공정대를 급파했다. 4개국은 대사를 소환하며 자국 내 이스라엘과 미국의 재산 동결을 선언했다.
침묵으로 일관했던 러시아와 중국도 마침내 입을 뗐다. “우리는 사태를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한 준비를 마쳤다. 군사적 행동을 포함해….”
옛 냉전이 해소되고 난 뒤, 국제사회에는 ‘세계대전’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국내 문제로만 여겨 이스라엘이 예루살렘을 비롯한 팔레스타인에서 마음껏 저질러왔던 불법 행위와 무력도발들이 국제사회 전체로 뻗어나가며.
잠재적 국제전 촉진제로, 제3차 세계대전을 가능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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