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은행 계좌에 잘게 나눠 한번에 송금 가능성… 사용처는 파악 어려워
정부나 현대는 어떤 방식과 경로로 거액을 북한에 보냈을까.
정상회담 직전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대가 송금은 대개 은행계좌를 활용했으리라는 게 정보당국 관계자의 귀띔이다. 2억달러가 넘는 거액이라면 중간에서의 배달사고 발생 우려, 부피의 과대 등으로 외교행랑 등을 이용한 직접 전달은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국정원이나 현대가 따로 관리하는 여러 은행의 계좌에 금액을 잘게 나눠 북한이 지정한 나라의 은행계좌에 한꺼번에 보냈을 가능성이 가장 커보인다. 현대의 해외법인망을 통한 비밀송금도 유력한 경로다. 환차손 위험을 피하기 위해 외환이나 금융분야의 상당한 지식을 갖춘 전문가 손을 거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에서 달러를 송금할 경우 일정 금액을 넘어서면 외환거래법 등 규제를 피하기도 쉽지 않아 정부 관련 기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 국정원 등의 편의 제공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런 거액이라면 은밀하게 국내에서 달러를 모두 조달하기가 쉽지 않아 제3국에서 환치기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이 미 행정부의 제재나 감시를 피해 달러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와 은행은 한정되어 있다. 가령 중국 마카오의 델타은행이나, 싱가포르의 대하(United Overseas)은행이 대표적 거래은행들이다.
북한이 현대가 비밀 송금한 2억달러를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미 정보기관이 예민하게 북한의 대외 거래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무기 등을 구입하는 데 썼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북한은 은행거래를 가장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도 대외 거래가 빈번해지면서 대금결제의 신속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직접 돈을 건네받다가 개인적으로 착복하고 잡아떼는 경우도 잦았다. 실제 북한의 적지 않은 실무자들이 최고 사형을 포함한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만에서 수천달러 규모의 거래를 할 때는 지금도 직접 건네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달러라고 다 받는 것은 아니다. 가급적 100달러짜리 빳빳한 새 지폐라야 한다. 낡고 닳으면 다른 나라와의 거래에서 환금성이 떨어져 애로를 겪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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