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출정보 공유 확대로 신용불량자 늘어날 듯…구제제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지난 7월18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이례적인 보도 참고자료를 냈다. 전날 발표한 금감원의 개인신용회복제도와 관련해 대부분의 신문들이 “‘이 제도의 시행으로 신용불량자 30만명이 구제될 것’이라고 보도한 것은 과장된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실제 구제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한마디로 “구제제도를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스스로 발표한 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줄이는 쪽으로 금감원이 해명성 자료를 낸 데는 나름의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카드로 돌려막기 불가능해 진다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마냥 구제해주는 것으로 비칠 경우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신용불량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일찌감치 예고돼왔다. 지난 5월 말 전국은행연합회에 등록돼 있는 신용불량자 수는 250만명이다. 그런 가운데 지금까지는 1천만원 이상 대출에 대해서만 금융기관 사이에 정보가 공유됐으나, 오는 9월부터는 500만원 이상 대출까지로 공유정보가 확대된다. 잘게 쪼개서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더라도 대출총액이 드러나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이제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많이 빌린 사람들에게는 더욱 돈줄을 조일 게 뻔하다. 빌린 돈의 이자를 갚지 못해 새로 돈을 빌려 갚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위태로워졌다. 애초 금감원은 500만원 이하 대출정보까지 공유하도록 할 예정이었으나 소액대출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공유하도록 시한을 조금 늦췄다. 충격이 너무 클까 우려해서다.

물론 대출정보가 공유된다고 해서 금융회사들이 한번 기한을 정해놓고 빌려준 돈을 당장 갚으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여러 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경우다.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의 특성상 카드사로서는 다른 카드사가 돈을 먼저 회수해버리면 낭패를 보게 된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에 대한 대출은 서둘러 회수하려고 할 것이다. 신용카드 대출은 시한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금감위가 지난 4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2월 말 현재 신용카드로 1천만원 이상 현금서비스(카드론 제외)를 받은 사람은 53만명에 이른다. 500만원 이상 대출한 회원은 무려 137만여명이다. 이자율이 높은 현금서비스로 거액을 쓰고 있다면 이는 여러 장의 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다. 신용카드 대출의 연체율도 지난해 말 7.38%에서 올 3월 말 8.47%, 6월 말 9.42%로 계속 높아졌다.
9월부터 금융기관 사이에 공유되는 대출정보는 한 금융회사에서 500만원 이상 대출을 받은 경우에 한한다. 따라서 여러 장의 카드로 나눠 조금씩 현금서비스를 받아쓰면 당장 드러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결제능력이 의심스런 고객들에 대해 이미 현금서비스 한도를 점차 줄이고 있다. 금감원 신용정보팀 한복환 팀장은 “3개월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체 경력이 있는 회원들에 대한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 한도는 앞으로도 계속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카드 채권에 대해 손실에 대비해 쌓도록 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을 높인 것도 카드사들의 현금서비스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는 소액대출 정보까지 금융기관 사이에 모두 공유하므로 돌려막기는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빚이 많다고 해도 갚을 의지만 있으면 신용불량의 나락에서 벗어날 길은 어느 정도 열려 있다. 7월부터 금융기관들이 실시하는 이른바 ‘개인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워크아웃 제도는 개별 금융회사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여러 금융기관이 협의해 실시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개별 금융회사가 실시하는 워크아웃은 금감원이 지난 5월27일 모든 금융회사에 대해 연체고객을 대상으로 신용회복 지원절차를 마련하도록 함에 따라 7월부터 본격 도입됐다.
여러 금융기관에 진 부채도 구제돼

삼성캐피탈은 2000년부터 일찌감치 이 제도를 도입했다. 삼성캐피탈은 3회 이내 연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연체가 어떤 사유에서 비롯한 것인지를 따져 재해나 질병, 실직,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서 비롯한 경우 상환기한을 최고 5년까지 연장해준다. 연체료를 감면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이자나 원금 일부를 탕감해주기도 한다. 삼성캐피탈 노병수 과장은 “이 제도는 신용불량자가 돼버리면 돈을 갚을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에 매달 갚아야 할 돈을 줄여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돈을 갚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그동안 고객 34만명가량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보았다.
외환카드도 지난 7월19일부터 신용불량자와 여러 금융기관에 동시에 빚을 진 사람들(다중채무자)을 대상으로 신용회복 지원 전담창구를 신설했다. 외환카드는 빚을 갚을 경우 연체이자를 최고 60%까지 감면해주고, 1천만원 이하의 대출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인의 보증이 없더라도 연체대금을 최장 5년간에 걸쳐 나눠갚을 수 있는 대출로 전환해준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높은 연체이자 대신 낮은 이자로 장기간에 걸쳐 빚을 나눠갚을 수 있다. 숨통이 트이는 것이다. 금감원 쪽은 “금융기관에 따라 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7월부터 신용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모두 가동하고 있으므로 3개월 이상 연체가 되기 전에 돈을 빌린 금융회사를 찾아가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가 한꺼번에 연체가 시작되는 경우에도 구제받을 길이 열린다. 지금까지는 이런 경우 금융기관들이 서로 먼저 돈을 받으려고 해 채무자는 신용불량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런 상황에 놓인 채무자들이 금융기관들과 협의해 빚을 재조정할 수 있도록 이른바 ‘다중채무자에 대한 개인신용회복 지원제도’를 3분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다중채무자가 채권자 명부와 자신의 자산부채 현황, 앞으로 돈을 어떻게 갚을 것인지 계획서를 마련해 제출하면 신용회복 지원협약을 맺은 금융회사들이 이를 심의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변제계획서를 승인받으면 채무자는 그 계획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면 된다. 신청대상은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으나 유동성 부족으로 빚을 연체한 선의의 채무자들이다. 곧 휴업이나 부도로 인해 일시적으로 급여를 받지 못한 사람, 불규칙적으로 급여를 받고 있어서 제때 빚을 갚지 못한 사람, 본인이나 가족의 질병·사고·재해 등으로 일시적으로 돈이 부족한 사람 등이 해당된다. 지원방법은 개별 금융기관의 신용회복 지원제도처럼 최장 5년의 기간 안에서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분할상환하도록 하고 이자율 인하나 채무감면도 뒤따르게 된다. 다만 채무감면은 채무자가 재산을 모두 처분하더라도 빚을 다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가 이미 그 대출을 손실로 처리해 상각한 채권에 한해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므로 큰 기대는 금물이다.
까다로운 조건…무조건 기대지 말라
그러나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 편이다. 농수협 단위조합, 새마을금고, 신협 등에서 빌린 돈은 이 협약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다. 또 채무액 합계가 3억원을 넘어도 지원신청을 할 수 없다. 1개 금융회사에 총 채무액의 70% 이상이 몰려 있는 사람, 협약 가입 금융회사 외의 곳에서 총 채무액의 30% 이상을 빌려쓴 사람도 신청대상이 되지 않는다. 채무상환계획을 승인받은 뒤 특정한 사정 없이 3개월 이상 돈을 갚지 못하면 지원이 즉각 중단된다. 금감원은 8월 중 금융회사 간 이 제도에 대한 협약을 맺도록 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5월 말 현재 3개 이상 금융회사 거래자로서 3억원 미만 연체자는 75만명 수준이다. 신용회복 지원 상담을 하거나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채무자는 30만명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청이 폭주할 것인 만큼 업무처리도 그에 맞춰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이 제도가 일시적 유동성 문제 때문에 연체자가 된 선의의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만큼 지원조건이 까다로워 실제 혜택을 입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제제도에 기대기보다는 서둘러 빚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글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사진 이용호 기자 yhlee@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윤석열, ‘사형’ 훈장으로 여길 것”…서울대 로스쿨 교수 경고

‘뒤늦은 반성’ 인요한 “계엄, 이유 있는 줄…밝혀진 일들 치욕”
![국민들이 이혜훈의 3번째 역전극을 봐야 하는가? [권태호 칼럼] 국민들이 이혜훈의 3번째 역전극을 봐야 하는가? [권태호 칼럼]](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068560363_20260112503202.jpg)
국민들이 이혜훈의 3번째 역전극을 봐야 하는가? [권태호 칼럼]

“임무 완수, 멋지지 않나”…김용현 변호인, 윤석열 구형 연기 자화자찬

특검, 이상민 징역 15년 구형…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혐의

관세로 장사 망치고, 공무원들은 내쫓겨…‘일상’ 빼앗긴 1년

‘케데헌’ 골든글로브 2관왕…한국어로 “엄마, 사랑해!”

유재석도 든 MBC ‘레고 꽃다발’에 화훼업계 반발…“마음에 상처”

‘아시아의 별’ 보아, 25년 동행 SM 떠났다…지난달 31일 전속계약 종료
![[단독] 김병기 1천만원 준 전직 구의원 “총선 전 돈 요구…다른 구의원도 줘” [단독] 김병기 1천만원 준 전직 구의원 “총선 전 돈 요구…다른 구의원도 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12/53_17682093766219_20260112503379.jpg)
[단독] 김병기 1천만원 준 전직 구의원 “총선 전 돈 요구…다른 구의원도 줘”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 [단독] 서울시가 세운3-2·3구역 용적률 올리자, 한호건설 예상수익 1600억→5200억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109/53_17679679801823_2026010850388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