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의 촛불은 꺼졌다. 이곳저곳에서 “이러려고 촛불 든 게 아니다”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한겨레21>은 문재인 정부 집권 46개월 동안(2017년 5월~2021년 3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진보했는지, 문재인 정부가 촛불 시민들한테 제시한 ‘새 정부 100대 국정과제’(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 2017년 7월 발표)는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전문가들한테 물었다.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한겨레> 대선정책자문단에 참가한 전문가들을 밑돌 삼아 11개 분야, 모두 33명의 전문가에게 전자우편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의 평균점수(별점, 5개 만점)는 2.66개(28명 응답). 절반의 성공이다. 다행히 촛불 정부엔 “아직 시간이 1년이나 남았다”.(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_편집자주
과세형평 제고 및 납세자 친화적 세무행정 구축
소득주도성장을 위한 가계부채 위험 해소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 및 소유·지배구조 개선
더불어 발전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서비스산업 혁신
“과거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사회 정책을 변화시켜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할 적임자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21일 청와대 정책실장에 개혁 성향의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임명하며 새 정부의 달라진 경제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등을 앞세워 ‘재벌·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사람 중심 경제’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의 출발선이었다. 그러나 4년 뒤 흡족함보다는 아쉬움이 짙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부)는 “무조건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재고, 지속적 성장을 위한 소득불평등 완화 등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장점이 많았다. 하지만 새로운 담론에 대한 과도한 집착 탓에 그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보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이미 언급한 ‘포용적 성장’을 내세웠다면 사회적 설득이 조금 더 쉬웠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의 시험대였다. 최저임금이 크게 오른 뒤 2018년 취업자 수 증가가 눈에 띄게 둔화했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2021년 1월 취업자는 한 해 전보다 98만2천 명 줄었다. 외환위기(1998년 1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정부는 재정을 쏟아부으며 심폐소생술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4년 평가단’은 재정을 통한 일자리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일자리위원회, 일자리 수석 등을 만들고 재정사업으로 단기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작용을 했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한 재정 및 금융 지원 정책이 실기하지 않았다”고, 이창민 교수는 “기업의 연쇄 부도로 고용 불안 심리가 시장에 퍼지는 것을 적절하게 막았다”고 호평했다. 다만 재정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과세 기반 확충에 나서지 않은 것”(우석진 교수)은 큰 문제로 꼽히기도 했다.
재벌 개혁 입법의 첫 성과라 불리는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을 두고는 ‘문재인 정부 4년 평가단’의 평가가 엇갈렸다. 박상인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에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이 빠졌다. 오히려 지주회사 규제의 무력화를 야기할 수 있는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 보유는 허용됐다. 재벌 개혁은 후퇴했다”고 혹평했다. 반면 이창민 교수는 “부족하지만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킨 업적은 존재한다”고 했다.
정은주 편집장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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