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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일자리와 소득도 살릴까

자산시장 활황 견줘 실물경제 회복은 ‘소걸음’… 취약계층 보호정책 내놔야

제1346호
등록 : 2021-01-11 21:05 수정 : 2021-01-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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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7일 코스피 지수가 역사상 처음 3000(종가 3031.68)을 넘어서며 거래를 마쳤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둘째) 등이 ‘코스피 3000 돌파’를 축하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1년. 2021년을 맞는 세계의 모습을 납작하게 정리해본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하루 74만3442명 증가하다. 누적 사망자 184만 명에 이르다.(세계보건기구(WHO), 2021년 1월4일 기준) 영국, 변종 바이러스 확산 속에 3차 봉쇄에 나서다.(현지시각 1월4일) 한국은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다. 감염병 확산이 극단에 이르렀다.

약 40개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다. 기대는 고조됐다.

다우지수 사상 최고치(3만606.48, 2020년 12월31일)를 새로 적다. 코스피 3000을 넘어서다.(3031.68, 2021년 1월7일) 원자재 가격, 장기 채권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다. 자산 가격은 낙관을 반영했다.

실물 회복 믿음 속 자산시장은 ‘낙관론’
처참한 현실과 들뜬 자산시장이 기묘한 모습으로 맞붙어 있다. 어쩌면 지난 1년, 겪어온 일들의 결과물일지도. 실물경제 회복과 불균형한 성장이 해소될 조짐이 사그라지는 장면을 조마조마하게 바라본 2020년 2월(제1299호 ‘실물경제 회복 조짐 코로나에 멈칫’)이 있었다. 전에 없던 규모의 통화정책(제1306호 ‘보기 중엔 정답이 없다’)과 재정정책(제1307호 ‘바이러스 재난이 국가를 소환했다’)을 보면서 한편 우려하고, 한편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4~5월이 있었다. 생각보다 길어진 재난 앞에 잠깐, 예외였어야 할 불행이 그대로 굳어버릴까 우려했던(제1329호 ‘코로나에 감염된 경제… 그때와 같은, 어쩌면 더 가혹한’) 9월도 있었다.

해를 돌아 1월이다. 어떤 믿음은 한결 견고해져 현실이 좋아도 나빠도, 호재라 부른다. 그 믿음의 바탕은 불안하다. 더 먼 미래를 떠올리니 드러나는 질문은 어딘지 낯익다.

#1. 자산시장은 반드시 좋다는 이상한 믿음
“2021년(자산시장)을 둘러싼 낙관론은 간명하다. 글로벌 성장률은 2020년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부담스러운 인플레이션(물가가 올라가는 현상) 압력이 나타나기는 쉽지 않다. 뜨겁지도 차지도 않은 골디락스(경제는 성장하는데 물가 상승은 없는 이상적 상황)다.”(유진투자증권 ‘과속의 짜릿함’)

들여다본다. 실물경제가 ‘좋아진다’고 믿는다. 1년 내내 기다린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므로 봉쇄는 누그러진다. 억눌려 있던 소비는 늘어날 것이다. 마침 세계의 소비를 맡는 미국의 가계 저축률은 25.7%(2020년 2분기 기준)에 이른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이 수치는 10%를 밑도는 게 당연했다. 봉쇄의 시간만 지나면 소비할 돈을 충분히 축적해뒀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수요 회복을 기대하고 투자와 생산도 회복하는 것 같다. 생산에 필요한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 같은 나라에선 수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최소한 최악의 성장률을 보인(-4.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치) 2020년에 견줘 2021년 경제지표는 나아질 것이다.

실물경제 회복 속도는 더딜 듯
다만 실물경제가 너무 빨리 좋아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산시장은 그래서 더 좋으리라고 믿는다. 어차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이 강세를 나타낸 이유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정책 시행과 그로 인해 풀린 유동성”(대신증권 ‘위험자산의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었다. 실물경제는 큰 의미 없었다. 오히려 ‘과도하게 완화적인 정책을 이제는 줄여갈 때’라는 말이 고개를 들 만큼 실물경제가 뜨거워선 안 된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때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에 기름을 붓는다. 금리가 오를 때 적자재정을 확대하면 시장의 자금 수요를 정부가 빼앗는 꼴이 된다. 회복과 함께 언젠가는 벌어질 논란인데, 경제 회복이 더딜수록 그 시점은 미뤄진다. ‘아직은 정책이 더 필요하다’고 외칠 수 있는 환경이 진짜 경제가 회복하는 환경보다 자산시장에 더 좋게 느껴진다. 현실(실물경제)이 어떠하든 반드시 좋다는 믿음이 자산시장 전반을 감싼다.

#2. 불안을 품은 예민한 균형
나아질 것 같지만 얼마나 나아질지 장담할 수 없는 모호한 날들, 모호함을 기대에 찬 믿음으로 메우며 자산 가격은 오른다. 이상한 믿음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현실이야 이런들 좋고 저런들 좋다는 말은, 뒤집어보면 이래도 불안하고 저래도 불안하다는 말과 비슷하다. 경기 회복이 너무 더디면 문제가 된다. 경기가 생각보다 뜨거워도 그렇다. 낙관과 불안이 한 끗 차이라 아슬아슬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정부, 개인, 기업 할 것 없이 엄청난 부채를 졌다. 빚이 있을 때 시장은 작은 진동이나 단서에도 격렬하게 반응한다. 약간의 손실도 내 능력치를 벗어난 재앙이다. 모호한 균형은 곧 예민한 균형이다.

경기 과열로 갑작스럽게 재정정책과 유동성을 줄여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아직까진 정부와 중앙은행이 잠재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을 이룰 때까지’ 국채와 모기지증권 매입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고 했다.(2020년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문) 연준 위원들 대부분 2023년까지 현재 수준의 낮은 금리(0.25%)가 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12월 연준 경제전망 요약 보고서) 연준의 목표처럼 정말, ‘고용 회복→ 수요 확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탄탄한(정상적인) 경제성장(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명목금리가 다소 올라도 큰 문제는 아니다.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떨어지거나 유지된다.

재정정책에도 여지가 남아 있는 것 같다. 미국 의회가 가계에 600달러(약 65만원)씩 지원하는 추가 부양책(9천억달러 규모)을 통과시켰다. 미국 민주당이 지지한 2천달러(약 217만원) 지급에 못 미친다. 아직 ‘경기부양 효과는 낮은 재난구호 법안’(한국투자증권 ‘연말에 나타난 호재들’) 수준으로 평가한다. 더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요구할 명분, 내놓을 필요가 남아 있다. 마침 미국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 승리로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받치는 ‘예민한 균형’
물론 이런 사정과 달리 시장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반응하며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정책 변화 속도와 경제 회복 속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날라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비관론으로 우르르 몰려갈지 모른다. 위태로운 균형이다. 부채를 쥐고 정책만 바라봐온 모두는 지금, 무척 예민하다.

#3.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
자산시장은 정책과 밀고 당기기에 여념 없는데 문득 이 모든 일이 불안하고 공허하다. 진짜 위험을 놓친 것 같다. 석 달이면, 반년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가 1년을 이어왔다. 누군가한테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남아 있다. 이들의 고통이 그대로인 채 경제 회복이나 유지를 넘어 ‘성장’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회복 이후는 어찌할 것인가.

코로나19 1년, 원래 자리로 금방 돌아갈 줄 알았던 임시 실업은 영구 실업이 됐다. 미국 영구 실업자는 2020년 10월 370만 명에 이르렀다. 4월의 두 배다.(한국은행 ‘세계경제 포커스 2020-43호’) 즉, 취약계층 일자리 자체가 사라졌다. 일자리 만들기부터 구직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가계부채가 늘었다. 일자리를 잃고 빚진 개인이, 1년의 파고를 기억하고 자기 처지를 되새기며 익힌 건 ‘두려움’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확산과 그 대응 과정에서 실업, 소득 감소, 경제·사회 활동의 제약을 경험함에 따라 위험 회피 성향이 강화된다. 예비적 저축 유인이 늘어난다.”(한국은행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에의 영향’) 봉쇄가 풀렸다고 함부로 돈을 쓰기 어렵다는 말이다. 투자나 저축 성향보다 소비 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의 회복 없이 수요는 쉽게 살아나지 않는다.

한계기업의 처지도 막막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구조조정과 한계기업 퇴출을 통한 부채 축소 과정이 없는 독특한 경제위기를 겪었다. 오히려 빚을 쉽게 구해 버틸 수 있도록 한계기업을 도왔다. 그러나 빚으로 살아남은 한계기업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무너뜨린다면? 또 누군가 일자리를 잃고, 소득을 잃고, 경제 전반은 위축된다.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이 커진다. 도울 것과 내버릴 것을 선별하는 부채 축소(구조조정)는 공동체 전체를 혼란으로 밀어넣는다. “2020년은 살아남는 것이 공동 목표였기에 정책 갈등이 별로 없었다. 2021년부터는 부채로 살아남은 주체들에 대한 정책 갈등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삼성선물 ‘2021년 경제전망’)

#4. 다시 맞닥뜨린 익숙한 질문
자산시장은 당분간 정책과 유동성의 힘, 백신 접종 덕에 최악은 면했다는 믿음 속에 낙관적일지도. 다만 그 이후는? 연준은 2021년 미국 경제가 4.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2023년 이후 장기 성장률(실질GDP)은 1.8%로 내다봤다. 구조적 저성장을 걱정하기 시작한 2011~2019년 성장률(2.3%)보다 더 낮다. 워낙 심각했던 2020년 마이너스성장을 메우는 정도까지는 회복하겠지만 이후 지지부진한 경제 흐름이 이어질 거로 본 셈이다.

더 커진 불평등과 늘어난 부채 ‘숙제’
지지부진한 미래를 상상해본다. 코로나19 확산 속에 몇몇 자산 가격은 오히려 폭등하고 비대면·친환경 같은 신산업의 부상에도 환호했다. 마침내 백신이 개발되고 봉쇄는 풀렸다. 금리는 여전히 낮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실물경제 전반에 활력이 없다. 수요가 살지 않는다. 무엇보다 정책으로 메우고 버틸 여력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취약계층에 맞춘 정책을 강력히 펴야 한다”(OECD, 2020년 12월 경제전망)는 제언, “백신은 성장 경로 회복의 필수조건은 될 수 있으나, 충분조건은 되지 못할 수 있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코로나 백신만으로는 성장세 회복 난망’)는 경고도 그쯤, 다른 무게를 지닌다. ‘코로나19 1년’을 지옥처럼 버텨냈고 여전히 상처를 지닌 채 움츠린 이들이 존재하는 현실은, 그때 비로소 자산시장에도 (완화적 정책의 방아쇠 정도가 아니라) 진지한 고민거리가 될지 모른다.

어딘지 낯익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우리가 봐왔던 그 모습, 양극화와 그로 인한 구조적 저성장에 대한 익숙한 고민(제1299호 ‘실물경제 회복 조짐 코로나에 멈칫’)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를 겪으며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일자리 상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불평등 확대, 늘어난 부채를 좀더 깊고 넓게 품고 있다는 것만 달라졌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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