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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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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아무 뉴스 대잔치

2개월 아파트값 하락에 ‘대세하락기’ 호들갑 떠는 언론…

세계 유일 매주 가격 공개되기도
등록 2019-03-04 04:25 수정 2020-05-03 04:29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에 매매·전세 물건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보미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리센츠 아파트 단지 인근 공인중개소에 매매·전세 물건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서보미 기자

“네이버에 올라온 미끼 매물만 보고 기사 쓰면서 언론플레이하는 기자들이 문제예요.”

지난 2월25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상가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 ㄱ씨는 언론을 무척이나 못마땅해했다. 지난해 12월 입주가 시작된 헬리오시티를 최근 ‘역전세난 진원지’로 과도하게 부각하는 기사에 불만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창에 ‘헬리오시티’와 ‘전세’를 동시에 입력하면 올해 2월27일까지 두 달 동안 “헬리오시티 1만 가구 ‘입주폭탄’… 서울 전셋값 ‘흔들’’’()과 같은 기사가 785건이나 나온다. 9510가구 공룡 단지인 헬리오시티에서 전세 매물이 쏟아진 뒤 ‘헬리오시티→송파→강남→서울→수도권’으로 연쇄 전셋값 하락이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헬리오시티 기사만 2달간 785건 

부동산 시세 제공 온라인 사이트에는 헬리오시티에서 가구 수가 가장 많은 전용면적 33평형(84.99㎡)의 전세 매물이 5억5천만~8억5천만원에 올라와 있다. 최저 호가를 기준으로 보면 2018년 10월의 최고 전세 실거래가였던 8억원에서 2억5천만원이나 폭락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착시가 있다. ㄱ 대표는 “33평 전셋값이 5억원, 6억원인 매물은 대출이 2억~3억원 정도 있는 (일부 공인중개소의) ‘미끼’ 매물”이라며 “지난해 11월 이후 전셋값이 평균 6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설 지나 우상향하면서 지금은 선호 동이 7억5천만원선으로 거의 회복됐다”고 말했다. 9510가구 중 전·월세 물건으로 나오는 4천여 가구가 인근 아파트 전셋값을 국지적으로 출렁이게 할 수는 있어도, 송파구를 넘어 수도권의 전셋값을 쥐락펴락한다는 분석도 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헬리오시티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잠실 리센츠. 강남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을 주도한다고 지목받는 잠실 ‘빅 4’ 중 하나다. “18억 넘던 잠실 리센츠, 중개사가 값 4억 내리래요.”() 기사에는 지난해 9월 18억3천만원에 거래된 33평(전용면적 84.99㎡)을 16억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자 중개사 권유대로 14억원에 팔아야 하나 고민하는 집주인이 등장하기도 한다.

리센츠 인근 공인중개소의 ㅇ 대표는 “지난해 이상 급등했던 때보다 실거래가가 최근 1억원~1억5천만원 정도 떨어지긴 했다”면서도 “현재 거래 가능한 매물은 5가구밖에 없고, 지금보다 조금만 더 떨어지면 사겠다고 눈독을 들이는 대기 수요도 꽤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 최근 실거래가는 선호 동 16억9천만원, 중간 동 15억7천만원으로, 15억원선에서 거래되던 지난해 5~6월보다 비싸게 팔렸다.

‛5년의 침체기’ 신호탄? 

올 들어 아파트 전셋값·매맷값 동반 하락을 우려하는 보수 언론·경제신문의 기사들은 대부분 이런 식이다.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단지,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가 하락하고 시세가 조정되는 극소수의 사례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 또는 침체 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2008년 잠실발 역전세난이 이후 5년간 부동산 침체기의 신호탄이 됐던 것처럼 2018년의 헬리오시티발 역전세난이 앞으로 5년간 이어질 ‘고난의 시기’ 전초가 될 거라는 ‘부동산 10년 주기설’도 보도된다.

이런 기사들을 종합하면 올 들어 세입자는 역전세(2년 전보다 전셋값이 내려가는 현상)로 제때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해 이사를 늦추거나, 심지어 깡통주택(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상환할 수 없는 상태의 주택)에 걸려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또, 실거주 하는 집주인들은 늘어난 보유세 부담에 집을 팔고 싶어도 매수자가 없어 속만 태우고, 전세금을 지렛대로 갭투자한 집주인들은 은행 정기예금만도 못한 전세 수익률에 밤잠을 설친다.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상황인 셈이다.

언론은 통계를 근거로 제시한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서울 아파트의 매매 가격은 지난해 11월 둘째 주부터 올해 2월 셋째 주까지 15주 연속 내렸다. 전셋값은 17주 연속 하락세다. 언론은 매주 여러 기관에서 나오는 아파트 매매·전셋값 변동률을 번갈아 쓰며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 0.1% 하락… 15주 연속 내림세’와 같이 ‘경마식’으로 시세를 보도한다. 집주인이나 세입자가 하루라도 아파트 가격 등락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낼 수 없는 환경이다.

수억원, 수십억원의 자산 가치를 매주 매기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은 한국에만 있는 통계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만 매주 아파트 가격 통계가 나오고 있으며 다른 나라는 월별, 분기별로 통계를 내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시야를 일주일이 아니라 한 달, 일 년으로 넓히면 부동산 시장을 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1월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한 달 전보다 0.41% 떨어졌다. 겨우 2개월 연속 내림세다. 그래서 여전히 1년 전보다 4.7%나 비싸다. 전셋값은 1년 전보다 0.93% 내리는 데 그쳤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사려면 평균 8억1013만원, 전세를 얻으려면 4억4833만원이나 든다.

세입자가 기사에 안 나오는 이유

언론은 아파트 시세 변동의 핵심 원인으로, 지난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 대책’을 꼽는다. “‘한달에 1억씩 빠졌다’ 9·13 대책 후 강남 집값 하락 가속도”와 같은 기사가 종종 나온다. 집주인은 보유세 부담과 대출 규제 강화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선 탓에 거래 절벽이 왔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서민의 대출 규제 완화나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규제 완화 필요성을 조금씩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규제보다는 공급 요인에서 시세 곡선 변화의 원인을 찾는다. 김균표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 차장은 “서울에서는 헬리오시티 같은 대단지 입주, 수도권에선 2기 신도시 입주 등 공급 물량이 대폭 확대된 상황에서 (추가 매매가격 상승의 여력이 없으니) 관망세로 돌아선 매수자들이 전세를 선택하면서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날마다 뉴스를 가득 채우는 부동산 기사에 좀체 등장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10억원, 20억원짜리 초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극소수 집주인들의 한 마디는 빈번하게 기사화되지만, 집값이 더 떨어져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무주택자, 2년 만에 재계약할 때 전세금을 더 올려주지 않아도 돼 안심하는 세입자의 열 마디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주요 언론보도 경향 분석’이라는 논문을 쓴 채영길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설명이다. “일부 보수 언론이나 경제신문에선 부동산업계나 금융업계 관계자들을 주된 정보원으로 작위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크게 영향받는 일반 시민,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언론들이) 경제 이권을 가진 측의 이익을 더 고려하는 보도를 하는 것은 (그들의) 정파성도 있지만 (광고 수주와 같은) 상업적인 이익이 더 개입된 결과일 수도 있다.”

신혼집을 구하는 서른 살 강혜진(가명)씨는 2월 말 서울 동작구에 있는 19평(전용면적 46.75㎡) 아파트를 전세로 계약했다. 30년이 다 된 낡은 아파트지만 역세권의 소형 아파트라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지난해 가을 3억2천만원이던 전세금이 2억8천만원으로 떨어진 덕분에 “둘이 모은 돈과 부모님이 주신 돈을 합치면” 대출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신혼부부한테는 여전히 비싸지만 때마침 전셋값이 떨어져 정말 다행”이라고 한다.

80% 오르고 1~2% 내렸는데 

아파트 시세를 좇으며 부동산 시장 침체의 공포를 부추기는 듯한 보도는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국감정원과 국토연구원을 비롯한 연구기관들이 올해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상태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실 부장의 설명이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가장 최근 저점이었던 2005년 초와 비교했을 때 지금 매매 가격은 1.8배 올랐고, 전세는 2.1배가 올랐다. 10여 년 만에 80%, 120%가 상승했는데 최근 1%, 2% 빠졌다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서민에 큰 부담을 줬던 전셋값이 비로소 조금씩 안정기에 접어들었는데 이런 흐름이 유지되어야 한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더 떨어져도 괜찮다는 의미다. 그동안 충분히 올랐으므로.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집값 통계가 중구난방인 이유


0.41% 급락? 0.01% 보합?


‘부동산 기사’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난관에 부딪혔다. 부동산 기사마다 인용하는 통계가 달랐다. 기사 취재에 앞서 통계 취재부터 해야 했다.
1월 서울 아파트 가격의 변동폭은 한 달 전에 견줘 어느 정도나 될까. 쉽게 답할 수 없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0.41% ‘급락’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0.24% ‘하락’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에 따르면 0.01% 떨어지는 데 그쳤다. 시세 변동이 거의 없는 ‘보합’이다.
통계의 차이는 3개 기관이 주택 가격 변동을 파악하는 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은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주택 재고량 전체인 모집단 중에서 표본을 추출한 뒤 소속 조사원이 매주, 매달 매매·전세가격을 파악한다. 표본수는 전국 아파트 8008개(매주), 전국 주택은 2만7502개(매달)다.
반면 민간인 KB국민은행은 별도 모집단이 없다. 전국 4천여 곳의 공인중개소에서 전국 아파트 표본 3만1800개(매주), 전국 주택 3만6300개(매달)의 시세를 온라인으로 직접 입력한다.
부동산114는 표본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를 매주 한다. 전국의 공인중개사들이 매주 한 단지에서 같은 평형에 같은 형태의 아파트(6만6271개)·오피스텔(9571개)별로 가격을 온라인으로 기입하고 있다. 다만 관계자는 “협력 부동산중개업소가 몇 곳인지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으로 주택 가격을 매기는지도 제각각이다. KB국민은행과 부동산114는 조사 기간에 있는 실거래가 입력을 최우선으로 하되, 거래가 없을 경우에는 공인중개사가 판단하는 ‘거래 가능 금액’을 기입한다. 반면 공정성을 중요시하는 한국감정원은 실거래가와 평균적인 호가(매도자가 부르는 금액), 인근의 유사한 단지의 가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적으로 표본 가격을 결정한다.
어떤 통계를 근거로 했는지에 따라 부동산 기사의 분석과 전망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는 현행법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부동산 정책을 펼 때 유일한 정부 승인 가격 통계인 한국감정원 지표를 활용한다. 반면 금융권에선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규모를 결정할 때 주로 KB국민은행 시세를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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