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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할까요? 운전할까요?

‘커넥티드카 개발’ 자동차업계 합종연횡… 현대차, 시스코와 ‘파괴적 변화’ 협력
등록 2016-04-26 10:59 수정 2020-05-02 19:28
커넥티드 자동차 개발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커넥티드 자동차 개발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운전 중에 사랑하는 연인과 갑자기 뽀뽀해보고 싶은 적이 있는가? 방법은 두 가지였다. 갓길에 차를 세우고 본격적으로 뽀뽀하거나, 아니면 조수석에 앉은 연인에게 다가오라고 해서 기습뽀뽀를 하는 것이다. 뽀뽀하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는 운전자의 마음! 핸들을 놓으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래에는 핸들 놓고 뽀뽀가 가능하다는 것을 드라마 가 최근 보여줬다. 화제 속에 방영이 끝난 13회를 보면 서대영(진구) 상사가 운전 중 버튼 하나 누르고 몸을 움직인다. 핸들을 놓은 채 조수석에 앉은 윤명주(김지원) 중위와 입을 맞췄다. 실제 현대자동차에 탑재된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차선유지시스템) 버튼을 누른 드라마 속 광고(PPL) 장면인데, 이 시스템은 주행 중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도와주는 장치다.

커넥티드카로 모아지는 미래

드라마에서 잠깐 보여준 LKAS는 자동차의 미래가 될 자율주행 자동차와 커넥티드(연결망) 자동차의 초기 모습에 불과하다. 차선 유지뿐만 아니라 스마트크루즈(자동차 간 거리를 유지하며 자동주행), 주차조향보조(자동주차) 기능 등이 센서와 지도 등과 결합해 발전하면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도 가능하다.

자율주행차는 내장된 센서와 지도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교통 상황은 다른 자동차의 운행이나 교통사고, 보행자의 증가 등 외부 요인에 의해서도 바뀌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한 자율주행차의 모습은 내부 센서뿐만 아니라 외부와 통신을 주고받는 커넥티드카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커넥티드카란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이 결합된, 사람을 실어나르는 바퀴가 달린 거대한 스마트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커넥티드카가 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차 자체가 운전자가 외부 기기와 접속하는 단말기가 된다. 음악을 내려받거나 인터넷을 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차에서 집 안의 냉장고나 보일러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회사의 업무를 보는 것도 쉬워진다. 운전자가 핸들과 운전에서 해방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BMW는 차량에 ‘LTE 카 핫스팟’ 기능을 만들어, 독일에선 자동차 안에서 8개 모바일 장비가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아우디는 2016년부터 아우디 커넥트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자동차와 여러 사물 간에 쌍방향 의사소통 기능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장착된 차량들은 길을 다니며 고장난 자동차가 있거나 노면이 미끄러운 구간을 발견하면 자동으로 클라우드 서버에 보고해 다른 운전자들도 알 수 있게 한다. 엔진 출력과 승차감을 비교하던 것에서 외부와 소통하는 운영체제를 갖췄는지를 중요한 요소로 보는 것으로 자동차 성능에 대한 관심이 바뀌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커넥티드카가 앞으로 시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한다. 컨설팅업체 ‘어네스트영’은 “2025년까지 1억400만 대의 자동차가 어떤 형태로든 연결성을 갖게 될 것”으로 내다본다. 2014년 전세계에 팔린 승용차가 8700만 대라고 할 때 거의 1.2배에 가까운 수치다. 이미 스마트카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개발 비용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텔레매틱스 하드웨어, 모바일 자동차 데이터 플랜 및 자동차·인프라 통신 서비스의 시장 규모는 2020년이면 2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는 추정했다.( 박기혁 지음, 동아엠앤비 펴냄 참고)

자동차도 이제 운영체제 싸움
4월19일 현대자동차와 시스코가 커넥티드카 개발 협력을 다지며 찍은 사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황승호 부사장, 양웅철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 시스코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 제프 갈리나트 수석부사장, 루바 보르노 부사장,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사장. 현대자동차 제공

4월19일 현대자동차와 시스코가 커넥티드카 개발 협력을 다지며 찍은 사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황승호 부사장, 양웅철 부회장, 정의선 부회장, 시스코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 제프 갈리나트 수석부사장, 루바 보르노 부사장, 정경원 시스코코리아 사장.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움직이면서 세계적 IT 업체들도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구글과 애플은 스마트폰처럼 자동차 운영체제를 독점하기 위해 천문학적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한국의 네이버도 미래연구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블루’를 통해 커넥티드카 분야에 뛰어든다고 4월20일 밝혔다. 전통의 자동차회사들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영체제의 플랫폼을 지배하지 못하면 결국 엔진과 뼈대만을 제공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저널리스트 모모타 겐지는 “차량 탑재 기기와 통신 단말기의 연계 등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분야에서 벌어지는 IT 기업의 주도권 싸움이 2015년, 늦어도 2016년에는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둔 자동차 제조회사와 전자회사, 통신 인프라 관련 회사, 벤처캐피털(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기업 또는 투자가) 등이 2012년 설립한 ‘오토테크 카운슬’ 조찬회에서 한국계 벤처캐피털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카운슬에는 혼다와 도요타·닛산·르노·폴크스바겐·현대·덴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모모타 겐지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참고)

발걸음이 바빠진 자동차 업계는 IT 업체와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4월4일 커넥티드카 기술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합작해 ‘도요타커넥티드’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도요타커넥티드는 빅데이터 분석회사로 주행차량으로부터 수집한 운전자 정보, 운전 습관, 외부 환경 정보를 분석해 헬스케어·보험·주행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도 4월19일 서울 양재동 본사 사옥에서 정의선 부회장과 시스코 척 로빈스 최고경영자(CEO)가 만나 커넥티드카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하는 데 협업하기로 했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장비 등을 공급하는 세계적인 정보통신 기업이다. 친환경차 개발은 독자 노선을 추구했지만 급변하는 IT 환경에 맞춰 외부 기업과 협업에 나섰다. 척 로빈스 CEO는 “이번 협업을 통한 기술적 혁신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뿐 아니라,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파괴, 즉 디지털화를 통한 파괴적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양산 적용성에서 장점”

앞서 현대차는 4월5일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라는 커넥티드카 청사진을 밝히며 4대 핵심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차의 대용량 초고속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차량 네트워크’, 자동차가 생성하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연산능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디지털 환경에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의미 있는 데이터로 재가공·활용하는 ‘빅데이터’, 통합적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커넥티드카 보안’ 기술 등이다. 현대차는 2018년까지 커넥티드카 연구 등에 약 2조원을 투자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글·아우디·포드 등 다른 회사의 경우 양산성을 고려하지 않은 고가 및 다량의 센서 구성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나 현대·기아차는 양산성을 고려해 첨단주행지원기술(ADAS)에서 충분히 검증된 센서(레이다, 카메라 등) 위주의 시스템 구성으로 차별화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의 개발 전략이 더 신속한 양산 적용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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