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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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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뛰는 집값, 치솟는 불안

등록 2001-12-20 00:00 수정 2020-05-03 04:22

내년 부동산시장 오름세 지속 전망… 다세대·다가구의 견제도 효력은 미지수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 10%. 올 한해 부동산시장은 집값이 사상 최고였던 지난 91년 수준에 육박할 만큼 ‘오를 대로 올랐다’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지난 10여년간 서울의 평균 집값 상승률이 1년에 3∼4%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전셋값도 이사철마다 사상 최고치를 깨고 있다. 이같은 집값 및 전셋값의 가파른 오름세는 저금리와 수급불균형, 재건축 열풍이 불러왔다.

그런 만큼 내년 부동산시장을 전망할 때 한복판에 놓이는 게 입주물량과 시중금리다. 입주물량은 내년이 바닥이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가 조사한 결과, 내년에 서울 및 수도권 입주 아파트(임대 제외)는 올해(13만5천여 가구)보다 줄어든 12만 가구다. 특히 서울은 입주물량이 3만6천여 가구에 불과해 올해(5만 가구)보다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 97년 11만 가구였던 입주자 모집공고 물량이 98년 4만5천여 가구, 99년 4만4천여 가구로 대폭 줄었는데, 이 바람에 내년 입주물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 것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내년은 아파트 입주물량이 가장 적은 해가 되는데다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경우 내 집을 갖겠다는 수요가 공급부족을 더욱 부채질해 집값이 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집 마련 심리 확대로 공급부족 야기

특히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매맷값을 또다시 밀어올리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전셋값이 집값의 70∼80%에 이르면 저금리 상황에서 임차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며 “게다가 내년 소형아파트 입주물량 최저라는 공급부족 현상이 겹쳐 집값을 밀어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집마련정보사는 내년 집값 상승률을 올해와 비슷한 연간 10%선으로 점치면서 다만 수도권 아파트의 오름세는 연간 12∼13% 정도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수도권 아파트가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폭의 오름세(7∼8%)를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전셋값은 연초부터 오른 반면 집값은 6월부터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연초부터 집값과 전셋값이 같이 움직일 거라는 데 이의를 다는 부동산 전문가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전셋값이 집값에 근접한 상태인 만큼 전셋값 충격이 곧바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집값을 예측할 때 꼭 감안해야 할 게 있다. 공급부족에 따른 아파트값 폭등을 완충하는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이른바 ‘대체주택’의 폭발이 그것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입주물량 부족이 부동산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크긴 하지만 올해 아파트를 대체하는 다세대·다가구 신축 붐이 일어난 만큼 집값이 크게 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지역에서 건축허가가 난 다가구주택은 9월 말 현재 7만5천 가구로 지난해 전체 3만2천 가구의 2배를 넘어섰다. 다세대주택도 전국적으로 13만5천 가구가 허가나 지난해 5만6천 가구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었다. 예금금리보다 높은 월세를 받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다가구·다세대주택을 짓고 있는 것이다.

이런 다가구· 다세대주택 붐은 매맷값뿐만 아니라 전셋값 폭등도 견제하는 노릇을 할 공산이 크다. 전세는 매매에 비해 다세대, 다가구, 원룸 등으로 이동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20%나 폭등했던 전셋값은 내년에 오름세가 한풀 꺾일 가능성도 있다. 오름세를 타긴 하겠지만 올해처럼 숨가쁘게 뜀박질하던 양상은 잦아들 것이란 얘기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내년에도 전세난이 지속되겠지만 이미 집값에 육박할 정도로 전셋값이 오른 만큼 내년 전세 상승폭은 올해의 절반 수준인 10% 안팎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강남지역 32평형이 5억원을 웃돌 정도로 집값이 치솟아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전셋값 상승률도 서울보다 수도권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세시장을 뒤흔들 또다른 변수는 서울 시내 5개 저밀도지구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내년부터 본격화된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가구· 다세대주택 증가로 수급부족이 어느 정도 풀린다치더라도 저밀도지구 입주자 7천여 가구가 한꺼번에 전세를 찾아나설 경우 서울지역 전세시장을 들쑤셔놓게 된다. 서울지역 저밀도지구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강남 도곡동 주공 1차아파트를 비롯해 5만여 가구에 이른다. 강남지역 재건축이 전세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더 아래쪽인 분당, 평촌 등까지 퍼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은 전통적으로 전세 만기일이 몰리는 짝수해로 이사 수요가 많은 해다. 그런 만큼 세입자라면 봄 이사철이 오기 전에 한발 앞서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게 낫다.

월세 전환 ‘대세’ 묻지마 청약 ‘시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 시대가 불러온 월세대란은 내년에 어떻게 될까? 금리가 폭등해 부동산시장을 얼어붙게 할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인가? 그러나 경기회복과 함께 시중금리가 오른다 해도 예전처럼 연 10%대의 두 자릿수까지 올라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시장에서는 금리가 상승하다가 연 7%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따라서 이미 임차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월세 전환이 ‘대세’로 굳어지는 한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내년 7월부터 시행될 월세이율 상한선 규제 역시 실효성을 따져보면 ‘잠깐 동안의 혼란’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월세이율이 규제되면 집주인은 새로 재계약에 들어갈 때 전세금을 올리는 식으로, 원하는 만큼 월세를 올린 효과를 거두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세를 다시 전세로 돌리거나 새로 계약을 맺어 규제를 비켜갈 뿐만 아니라 되레 전셋값을 올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수익률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부동산시장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저금리 탓에 돈을 굴릴 데가 없는 판국에서 집주인이라면 이율이 연 12% 안팎인 월세를 여전히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양시장쪽으로 눈을 돌리면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 동시분양되는 웬만한 24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2억1천만원을 웃돈다. 게다가 대부분 내부 옵션으로 3천만∼5천만원이 덧붙는데, 무턱대고 청약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주변의 기존 아파트보다 비싸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분양권 세무조사는, 분양당첨자가 내야 할 세금을 분양권에 얹어 파는 현상을 불러 분양권값을 오히려 더 뛰게 할 수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원은 “과거에 당국이 분양가를 제한할 때는 시세차익의 매력이 있었지만 이제 집값이 계속 오르는 강남지역 등을 빼고는 분양 아파트가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98년 침체된 건설경기를 떠받치기 위해 긴급조처로 내놓은 게 분양가 자율화인데, 분양가 메리트가 없다는 입소문이 돌면 청약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분양시장이 한순간에 죽을 수 있다. 동시분양 때마다 빚어지는 ‘묻지마 청약’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center> 부동산 투자, 리츠에 맡겨봐? </center>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리츠(REITs: 부동산 간접투자회사) 시대가 열린다. 일반리츠 1호인 ‘에이팩리츠’(총자본금 500억원· 대영창투, 굿모닝증권 등이 발기인으로 참가)가 최근 개최한 투자설명회에는 1천여명이 몰려들어 뜨거운 관심을 나타냈다. 에이팩리츠가 12월17일부터 시작한 일반공모 모집금액은 350억원. 투자대상으로 삼고 있는 부동산은 대학가 주변 원룸, 다세대, 다가구주택 그리고 펜션(고급민박)이다. 에이팩리츠 김석오 팀장은 “소형 임대아파트는 이미 값이 너무 뛰어 매입하기 부담스럽다”며 “연평균 10.65%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소에는 내년 3월께 상장된다.
일반리츠는 상법상 영속적인 기업 형태를 갖춘다. 소액부동산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한데, 수익률이 높은 만큼 리스크도 뒤따른다. 기대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다면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에이팩리츠는 부동산 임대수익률과 매각처분수익률이 연 25% 이상이면 배당수익률이 13.6%까지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리츠는 내년 초 순수한 개인투자자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2호, 3호가 잇따라 등장하는 등 연말이면 10호까지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일반리츠 외에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도 있다. CR리츠는 자산의 70% 이상을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내놓은 부동산을 사들여 운용하는 상품으로, 5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지난 11월에 일반 공모를 마친 국내 1호 CR리츠인 교보-메리츠 퍼스트 CR리츠(총자본금 840억원· 교보생명과 메리츠증권 등이 발기인으로 출자)는 일반투자자가 1057명이다. 메리츠증권 부동산금융팀은 “1천만원 이하 소액투자자가 68%”라며 “내년 7월께 첫 배당을 하는데 연평균 8% 안팎의 현금배당을 목표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메리츠 CR리츠는 내년 1월 곧바로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CR리츠는 일반리츠에 비해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성은 좋다. 물론 CR리츠도 부동산을 임대한 기업이 쓰러져 임대수입료를 받지 못하면 원금손실이 있을 수 있다. 일반인이 리츠에 투자하려면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리츠 주식을 사면 된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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