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은 낮아지지만 한국의 부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자산 1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상을 가진 개인 ‘부자’는 2014년 말 기준 약 18만2천 명으로 2013년보다 약 1만5천 명이 늘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낸 ‘201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부자 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일시적으로 감소한 경우를 제외하고 꾸준한 증가세다. 2012년 16만3천 명, 2013년 16만7천 명, 2014년 18만2천 명 수준으로 계속 늘었다. 보고서는 이들 한국 부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약 406조원(1인당 평균 22억3천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전체 국민 가운데 약 0.35%인 이들이 가계 총금융자산의 14.3%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억수로 많은 돈을 가진’ 이들은 누구일까. 서울에 8만2천 명, 경기도에 3만6천 명 등 전체 18만2천 명 가운데 절반 이상(64.8%)이 수도권에 몰려 산다. 서울 안에서도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사는 부자(약 3만 명)의 비중이 서울 부자의 37%에 이른다.
연구소는 이들 가운데 400명을 조사해 더 자세한 자료를 얻었다. 금융자산 10억원을 기준으로 뽑았지만 이들은 부동산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한국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추측할 수 있는 정보다. 이들의 부동산자산 비중은 52.4%로 금융자산(43.1%)보다 더 많다.
하지만 부동산자산 비중은 감소하고 있다. 2012년 59.5%, 2013년 56.9%, 2014년 55.7%, 2015년 52.4%로 매해 줄었다. 대신 금융자산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2012년 35.6%에서 2015년 43.1%까지 늘었다.
전통적인 부동산에 대한 믿음이 줄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강남권에 있는 한 대형 은행의 직원은 “강남 부자들이 부동산을 팔고 주식이나 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소득이 증가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리자, 부자들은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분위기를 알고 주식에 투자해 수익을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 역시 “자신의 금융상품 및 투자 관련 지식 수준이 높다고 인식하는 한국 부자의 비율이 전년 대비 17.5%포인트 증가한 74.5%로 본인의 금융지식 수준에 대한 자신감이 크게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국 부자의 투자 성향을 분석했다.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의 모습이다.
이는 부자 가구의 소득 구성에서도 나타난다. 부자 가구 소득 가운데 재산소득 비중이 33.9%를 차지했다. 땀 흘려 버는 근로소득의 비중은 59.5%였다. 일반 가구가 대부분 근로소득(89.7%)으로 수입을 얻고 재산소득 비중(4.2%)이 아주 작은 것과 차이가 컸다. 한국 부자의 연평균 소득(가구 기준)은 2억9천만원이었다. 일반 가구의 소득수준(평균 4676만원)보다 한참 위다.
조사 대상 부자 400명 가운데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사람은 1%에 불과했다. 나머지 99%는 상속 또는 증여로 자식에게 물려주겠다고 응답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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