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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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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 원조는 잘하면서

보건복지부 관할로 특별생계비 등 지원되는 예산은 50억원…

이에 비해 가장 규모가 큰 외교사업인 공적개발원조 규모는 2조2600억원
등록 2014-11-28 15:38 수정 2020-05-03 04:27

디아스포라. ‘흩어지다’라는 그리스어가 어원인 이 단어는 본래 나라를 잃고 세계 도처를 떠돈 유대인을 지칭하는 용어였다는데 지금은 해외이주 혹은 해외동포를 가리키는 의미로 쓰인다. 이민이 스스로의 선택이고 개인적 이주라는 뉘앙스를 갖는 데 비해, 디아스포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집단적 이주라는 뉘앙스를 지닌다.

강제 타국살이, 1980년대에야 돌아온 고향
한국인 디아스포라는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사이, 빼앗긴 나라를 등지고 타국으로 떠난 사람들에 의해 본격화됐다. 러시아 연해주로 건너간 이들은 스탈린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해서 고려인이 되었고, 중국 옌볜에 자리잡은 이들은 조선족 동포가 되었다.

1세대 디아스포라 중 아픈 사연과 맺힌 한이 없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 그중에서도 사할린 한인들의 설움은 절실하다. 다른 이들은 비록 상황에 떠밀렸어도 자신들의 선택에 의한 타국살이였다. 하지만 사할린 한인들은 다르다. 일제 때 사할린 탄광과 군수공장에 강제징용이 되었다가 해방 뒤 사할린이 소련 영토가 되고, 일본이 자국민만 송환하고 한인들은 방치한 탓에 그대로 남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이 지나 1980년대 말 한국과 소련의 관계가 개선된 뒤에야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영주귀국 사할린 한인 지원사업은 보건복지부 관할인데 올해 예산은 50억원 정도다. 현재 영주귀국자는 3천여 명으로 이들에게는 매달 7만5천원의 특별생계비가 지원된다(27억원). 또 새로 귀국한 40가구에 임대아파트가 제공된다(7억원). 신규 귀국자와 동행한 장애인 자녀나 한인 2세(1945년 8월15일 이후 출생자)인 배우자 등 60명에게는 항공료 등 230만원이 지원된다(1억3800만원). 그리고 영주귀국자 전용 복지회관과 양로원(각각 1곳)의 운영비로 11억원 정도가 지원된다. 아울러 이들에게는 한국국적이 부여되므로 자격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기초생활급여, 기초노령연금, 장애인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모국은 당신을 잊지 않았다’ 보여주자

일반적인 재외동포 지원사업은 외교부가 관할인데 대부분의 사업이 재외동포재단을 통해서 이뤄진다. 이 재단의 올해 사업예산은 421억원이다. 한글학교사업(120억원)과 재외동포단체활성화사업(117억원)의 규모가 크다. 재외동포단체 중에는 재일거류민단 지원액이 가장 많다(80억원).

여기서 질문 하나. 우리나라 외교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무엇일까? 단, 자원외교는 제외하자. 정답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올해 규모는 2조26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7% 정도다. 비록 ODA 지원액이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많지만, 대한민국의 국격(!)을 고려하면 응당 대외원조를 해야 하고 규모를 더 늘릴 필요도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타국 원조는 잘하면서 왜 타국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포에 대한 지원은 인색하냐는 점이다. 모든 재외동포를 지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슬픈 역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타국살이를 해야 했던 이들에게는, (비록 2세나 3세라고 해도) 모국이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원은 하는 게 마땅할 듯하다. 사할린 한인을 비롯한 디아스포라에 대한 지원은 대한민국의 국격, 아니 도리에 대한 사업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 교수·좋은예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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