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정치부 기자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관련한 한 기사를 링크하며 “수습기자들을 위한 상품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새 스마트폰 모델이 방수 기능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기사였다. 이승준 기자는, 언론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이른바 ‘일진’ 선배들의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목욕·샤워를 할 때도 전화기를 수건이나 비닐로 둘둘 말아들고 들어가는 경우를 떠올린 것이었다.
이 기자가 이 글에 ‘수습기자를 위한 폰을 만들어보자’는 해시태그를 달았더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달렸다. 보고 시간 자동 전화나 알람 강화 등은 평범했지만, 웃음소리 차단 기능은 꽤 신선했다. 어느 조직에서든 보고 도중 웃다가 상사에게 혼나곤 하지 않던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경찰서에서 서식하는 수습기자의 처지를 강조하고자 불쌍한 목소리로 변조시키는 기능이나, 공무원이 전화를 여기저기 다른 부서·사람에게 돌릴 때 직통번호를 표시해주자는 기능은 경험해본 이라면 공감할 발상이다.
가격은 50달러대… 조립식 PC의 모바일판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저마다 바라는 기능이 다를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들이었다면, 하드웨어적 접근이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Ara)’다. 이른바 ‘오픈 하드웨어 생태계’의 구축이다.
아라는 스마트폰의 각종 부품을 모듈화해 이용자들이 자기만의 스마트폰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이를테면 액정과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배터리, 그리고 속도와 성능을 결정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핵심 부품을 자기 입맛에 맞게 골라서 조립하는 식이다. 배터리 탈착도 메모리 추가도 불가능한 애플 아이폰과는 정반대다.
기기 업그레이드도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현재는 새로 등장한 기능을 쓰려면 새 스마트폰을 사야 하지만, 아라 방식에선 원하는 부품만 바꾸면 된다. 구글은 전자기기 폐품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금처럼 소수의 대형 전자회사가 스마트폰 생산을 독점하며 부품 생산자들을 ‘납품자’로 거느리는 게 아니라, 구글이 공개한 규격에 맞춰 각종 모듈을 만드는 생산자가 개별 이용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담길 수 있다. 곧 ‘생태계’다. 가격도 저렴해진다. 구글이 내년 초 내놓을 첫 모델은 와이파이 전용으로 50달러(약 5만3500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나중에 더 나은, 또는 필요한 성능의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이미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서 나타난 바 있다. 대형 전자회사 브랜드의 PC보다 나은 성능의 조립 PC를 훨씬 싼 가격에 쓰던 것과 같다. 어쩌면 때깔은 ‘완성품’에 못 미칠 수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많을 수 있다. 어느 조립 PC도 애플의 맥 시리즈 등에 견줄 수는 없었다. 아라 모델의 두께가 거의 1cm에 이를 것이라는 대목에서 이미 실망하는 이도 있다. 크기는 구글이 자체 공급하는 기판에 기반해 미니·미디엄·점보 세 종류가 될 것으로 알려진다.
크기는 미니·미디엄·점보 세 종류구글은 2011년 8월 인수한 모토롤라를 2년5개월 만인 지난 1월 중국의 레노보에 매각하면서도, 모토롤라 내에서 프로젝트 아라 등을 추진해온 첨단기술프로젝트(ATAP) 그룹은 넘기지 않았다. 지난 2월26일 구글은 아라의 첫 개발자회의를 4월15·16일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개발자회의는 인터넷을 통해 중계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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