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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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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구글폰 나온다는데…

부품 모듈화해 기호에 따른 맞춤형 폰 가능해져
가격 낮추고 낭비 줄인다지만, ‘두께 1cm’는 용서될까
등록 2014-03-08 15:00 수정 2020-05-03 04:27
구글은 2011년 모토롤라를 인수하기 전부터 이미 모듈 휴대전화에 대한 특허권을 사들였다.프로젝트 아라 관련 동영상 갈무리

구글은 2011년 모토롤라를 인수하기 전부터 이미 모듈 휴대전화에 대한 특허권을 사들였다.프로젝트 아라 관련 동영상 갈무리

이승준 정치부 기자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관련한 한 기사를 링크하며 “수습기자들을 위한 상품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새 스마트폰 모델이 방수 기능을 갖춘 경우가 많다는 기사였다. 이승준 기자는, 언론사에 갓 입사한 수습기자들이 이른바 ‘일진’ 선배들의 전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목욕·샤워를 할 때도 전화기를 수건이나 비닐로 둘둘 말아들고 들어가는 경우를 떠올린 것이었다.

이 기자가 이 글에 ‘수습기자를 위한 폰을 만들어보자’는 해시태그를 달았더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달렸다. 보고 시간 자동 전화나 알람 강화 등은 평범했지만, 웃음소리 차단 기능은 꽤 신선했다. 어느 조직에서든 보고 도중 웃다가 상사에게 혼나곤 하지 않던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경찰서에서 서식하는 수습기자의 처지를 강조하고자 불쌍한 목소리로 변조시키는 기능이나, 공무원이 전화를 여기저기 다른 부서·사람에게 돌릴 때 직통번호를 표시해주자는 기능은 경험해본 이라면 공감할 발상이다.

가격은 50달러대… 조립식 PC의 모바일판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저마다 바라는 기능이 다를 수 있다. 소프트웨어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들이었다면, 하드웨어적 접근이 구글의 ‘프로젝트 아라(Ara)’다. 이른바 ‘오픈 하드웨어 생태계’의 구축이다.

아라는 스마트폰의 각종 부품을 모듈화해 이용자들이 자기만의 스마트폰을 조립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이를테면 액정과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배터리, 그리고 속도와 성능을 결정하는 중앙처리장치(CPU) 등 핵심 부품을 자기 입맛에 맞게 골라서 조립하는 식이다. 배터리 탈착도 메모리 추가도 불가능한 애플 아이폰과는 정반대다.

기기 업그레이드도 이용자 중심으로 이뤄지게 된다. 현재는 새로 등장한 기능을 쓰려면 새 스마트폰을 사야 하지만, 아라 방식에선 원하는 부품만 바꾸면 된다. 구글은 전자기기 폐품을 줄이는 방안이라고 강조한다.

다양한 시장 참여자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금처럼 소수의 대형 전자회사가 스마트폰 생산을 독점하며 부품 생산자들을 ‘납품자’로 거느리는 게 아니라, 구글이 공개한 규격에 맞춰 각종 모듈을 만드는 생산자가 개별 이용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담길 수 있다. 곧 ‘생태계’다. 가격도 저렴해진다. 구글이 내년 초 내놓을 첫 모델은 와이파이 전용으로 50달러(약 5만3500원)대가 될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나중에 더 나은, 또는 필요한 성능의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이미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서 나타난 바 있다. 대형 전자회사 브랜드의 PC보다 나은 성능의 조립 PC를 훨씬 싼 가격에 쓰던 것과 같다. 어쩌면 때깔은 ‘완성품’에 못 미칠 수 있다. 불편을 호소하는 이용자도 많을 수 있다. 어느 조립 PC도 애플의 맥 시리즈 등에 견줄 수는 없었다. 아라 모델의 두께가 거의 1cm에 이를 것이라는 대목에서 이미 실망하는 이도 있다. 크기는 구글이 자체 공급하는 기판에 기반해 미니·미디엄·점보 세 종류가 될 것으로 알려진다.

크기는 미니·미디엄·점보 세 종류

구글은 2011년 8월 인수한 모토롤라를 2년5개월 만인 지난 1월 중국의 레노보에 매각하면서도, 모토롤라 내에서 프로젝트 아라 등을 추진해온 첨단기술프로젝트(ATAP) 그룹은 넘기지 않았다. 지난 2월26일 구글은 아라의 첫 개발자회의를 4월15·16일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개발자회의는 인터넷을 통해 중계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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