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6일 사육사가 꿈이었던 젊은이가 죽었습니다. 그녀는 꿈을 이루려고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습니다. 일은 고됐지만, 그녀는 상관없었습니다. 동물 먹이를 주다 손이 베여도, 동물 우리에 얼굴을 다쳐도,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해도 사육사의 꿈을 위해 참고 견뎠습니다. 부모님은 딸내미 얼굴이 점점 야위어가는 게 싫어, 돈 안 벌어도 좋으니 집으로 돌아오라고 만류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에버랜드에서 이룰 수 있는 꿈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 그녀가 일한 지 10개월… 패혈증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손발이 괴사된 채 죽어가며, 김주경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긴 잠에서 깨어나면 “동물원에 가야 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떠난 뒤 엄마는 편지를 썼습니다.
늘 밝고 환했던 내 딸 주경아
엄마 딸로 와서 속 한번 안 썩이고 너무 이쁜 내 딸아
먼 길 어떻게 엄마 손 놓고 가버렸니
지금도 양손 흔들며 ‘엄마’ 하고 오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
엄마는 가슴이 미어져 숨 쉬기도 힘들어
넌 엄마가 보여? 그렇게 좋은 이 엄마가 보여?
아가… 우리 아가를 하루에도 수만 번 부르지만 눈물만 나
엄마가 울면 구천을 떠돈다는데 못난 엄마는 눈물만 나
외롭게 어떻게 혼자 갔어? 엄마랑 동행해야지
어디에 가면 만날 수 있을까? 얼마쯤 뒤에야 만날 수 있을까?
그녀의 장례식장은 삼성 직원들로 가득 찼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객지에서 생활한 딸이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부모님에게 삼성 직원은 ‘둘이서 술 먹다가 넘어진 거다’ ‘셋이서 술 먹다가 넘어졌다’는 등 계속 말을 바꾸었습니다. 부모님은 진실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딸의 휴대전화와 수첩 등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물사 철창에 얼굴을 다쳤던 일, 상처 난 얼굴을 가까이서 찍은 사진들…. 말 태우기가 업무였다고 삼성이 말했는데, 그녀의 수첩은 다른 동물 먹이 주는 일과 그 밖의 일들로 빼곡했습니다. 딸을 잃고 마음 아파하는 부모님 앞에서 삼성은 그녀의 죽음의 진실을 덮어두려 했던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산재 신청을 돕는 삼성노조에 “한 건 해서 좋겠네”라는 차마 입에 담아선 안 되는 말도 했습니다. 산재 신청을 하려는 부모님에게 “두 번 상처받지 마시고, 직원들이 모금한 돈 받으시고 그만두시라”며 가슴에 대못을 박았습니다. 삼성노조가 입수한 문건 ‘고 김주경 관련 상황 보고’를 보면, 일자·시간별로 그녀의 부모님, 삼성노조가 어떠한 행동을 했는지 세세하게 기록돼 있었습니다.
아직도 네 방은 너의 향기로 가득한데
엄마는 큰 숨을 여러 번 쉰다. 우리 아가. 우리 아가 향기, 채취가 행여 다 날아갈까봐
시간이 멈춰 있다, 1월6일 밤 10시58분에
죄 많은 엄마의 부족함 때문에 너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아가
어느 수녀님께서 ‘하나님께 시집갔어요. 하나님이 품으로 데려가셨어요’라고 하셨는데
그럼 남은 이 엄마는 어떡하니? 너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어
기다림에 끝이 없다. 그래서 엄마는 또 운다. 미안해서, 못다 해준 게 너무 많아서
내년이 가면 덜 서운할까. 저 내년에 가면 덜할까
아가, 이게 뭐야. 이건 반칙이잖니
백번 양보해, 김주경… 그녀의 죽음이 산재가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회사는 일하다가 죽은 노동자가 산재는 아닐까, 먼저 나서서 찾아줘야지요. 알량한 삼성의 무오류 신화를 지키려고 거짓과 변명을 일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엄마는 더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가 듣고 싶은 것은 떠난 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며, 도리를 다한 사과이기 때문입니다.
담양 천주교 묘원우리 딸의 영상이 뜬다
우연의 일치인지 네 사진 오른쪽 뒤에서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이렇게 엄마는 늘 함께할게
편하게 쉬렴. 아프지 말고 참지 말고
거짓도 속임도 없는 세상에서 엄마 기다리면서 아빠 기다리면서 행복해야 해
혹여나 엄마가 울다 울다 지쳐서 너무 늙어서 못 알아보면 안 돼. 알았지?
엄마 잊어버리면 안 돼
내 사랑 주경아. 엄마랑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재구성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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