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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이 물러난 진짜 이유는?

귀뚜라미 최진민 회장 “해외 공장 설립 주력 위해 경영 일선 퇴진”… ‘거지 근성’ 발언, 특허권 가로채기 논란 등 회피 목적 해석도
등록 2011-11-01 16:46 수정 2020-05-03 04:26

귀뚜라미그룹의 최진민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이유가 뭘까?

최 회장은 지난 10월6일 대구방송(TBC) 회장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나흘 뒤인 10월10일에는 귀뚜라미 회장직에서도 물러났다. 2003년 일선에서 물러나 6년 뒤인 2009년 1월 명예회장으로 복귀한 지 2년여 만이다.

“위기 때마다 물러난다고 말해 와”

최 회장은 최근 ‘글로벌 귀뚜라미 2015년’이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그룹 임원들에게 보냈다. 전자우편에서 최 회장은 “응급처치와 성공적인 수술로 이제 회복기에 들어선 귀뚜라미는 곧 쾌유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며 “이제 본인은 제2창업의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한다. 글로벌 2015년 준비하겠다”고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최 회장은 “경쟁회사들보다 무척이나 뒤처진 기술개발 글로벌 마케팅 분야를 개척하는 데는 현지에 직접 출장하여 현지인들과 생활을 같이 하고 그들의 풍습, 관습, 기후 풍토를 직접 몸에 익혀야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준비하고자 2011년 10월6일부로 TBC 대표이사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리고 2011년 10월10일부로 귀뚜라미 회장직을 물러나 자연인으로서 창업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본인은 해외 공장 설립, 닥터로빈 미국 지점 15개를 설립해 글로벌 2015년을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8월11일 임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본인이 후계자를 키운다는 명분으로 2003년 현업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처신부터 귀뚜라미는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본인이 이전에 회장직을 그만두고 현업에서 물러난 게 회사가 힘들어지게 된 근본 원인이라는 판단이다. 회사 안팎에서 최 회장의 이번 퇴진 의사 표명이 급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의 퇴진 배경으로 최근 논란이 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독려’와 ‘특허권 가로채기 의혹’ 관련 보도(880호 특집 ‘귀뚜라미 창업주 부자의 이상한 특허 독식’ 참조) 등이 꼽힌다. 무상급식을 ‘공짜 근성=거지 근성’이라고 비난하는 전자우편을 임직원에게 보내 주민투표를 독려하고, 회사와 연구원들이 개발한 특허를 본인과 아들 이름으로 등록해 대가를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최 회장과 회사에 쏟아지는 비난을 피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과거에도 위기 때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귀뚜라미의 한 전 임원은 “최 회장은 1988년 노조가 만들어지고 노사분규가 발생하자 퇴진했고, 2003년과 2007년에도 위기가 발생하자 경영 일선에서 발을 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2003년에는 국세청이 특허와 관련한 조사를 했고, 2007년에는 문화방송 에서 귀뚜라미 보일러의 품질 문제를 제기해 심각한 상황이 초래된 적이 있다”며 “위기 때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하지만 실제로는 경영에서 손을 뗀 적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도 ‘일단 비난의 표적에서 벗어나자’는 식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사돈이 후임 회장으로

하지만 귀뚜라미의 방혜정 홍보팀장은 “경쟁사가 해외 수출에 주력하고 있고, 러시아와 미국 등 수요가 늘어나 해외 공장 설립을 검토하려고 경영에서 물러난 것”이라며 “무상급식 주민투표 독려 등의 이슈와는 상관없다”고 밝혔다.

한편, 최 회장의 후임으로는 김태성 전 삼천리제약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신임 김 회장은 1994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삼천리제약 대표이사를 지냈고, 최 회장의 막내딸인 문경씨와 결혼한 김아무개 변호사의 아버지로 최 회장과는 사돈지간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 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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