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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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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새도시 ‘친환경 콘셉트’ 눈에 띄네

집 쓰레기는 집하장으로 곧바로 보내고, 하수·빗물 재활용하는 시스템 구축…
한편에선 갯벌 파괴 논란도
등록 2010-03-04 17:20 수정 2020-05-03 04:26
지난해 8월 문을 연 송도 센트럴파크 전경. 송도국제업무단지 전체 터의 약 7%에 이르는 40만㎡(12만 평) 규모의 센트럴파크는 바닷물을 인공적으로 유입해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해 주고 있다. 한겨레 자료

지난해 8월 문을 연 송도 센트럴파크 전경. 송도국제업무단지 전체 터의 약 7%에 이르는 40만㎡(12만 평) 규모의 센트럴파크는 바닷물을 인공적으로 유입해 도시 열섬 현상을 완화해 주고 있다. 한겨레 자료

바람이 분다. 인천 앞바다에 바람이 분다. 비릿한 바닷바람이 아니다. 녹색, 에코 바람이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5340만㎡(1615만 평) 규모의 매립지에 개발되는 송도국제도시에 최근 친환경 건물이 속속 들어서면서 녹색도시 바람이 일고 있다.

쓰레기 처리가 대표적 사례다. 보통 친환경이라고 하면,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친환경=피곤하다’고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편하면서도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많이 줄이는 방식이다.

송도국제업무단지에 설치된 중앙 쓰레기 집하 시스템이 그런 일을 한다. 웰카운티 아파트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번거롭게 1층으로 내려갈 필요가 없다. 층마다 있는 투입구에 버리면 된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로 분리된 투입구의 문을 열어 쓰레기를 버린다. 그러면 쓰레기는 각 건물에 있는 진공 펌프를 통해 관로를 따라 아파트 단지에서 2km 떨어진 집하장에 모인 뒤 쓰레기 소각장으로 가게 된다. 이 때문에 쓰레기 수거 차량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발생시키는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재활용할 수도 있다.

하루 1만3천t 오·폐수, 조경·청소에 재활용

여러 건물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재활용된다. 송도국제도시에선 하루 약 2만t의 오·폐수가 쏟아져나오는데, 이 중 1만3천t이 거미줄처럼 매설된 총길이 22.3km의 관로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모인다. 이곳에서 다시 정화해 공원이나 연못의 물, 도로 청소용수, 조경용수로 사용한다.

하수처리장에서 공급되는 물은 물고기 서식이 가능한 3등급수의 수질을 유지한다. 물을 재활용해 탄소 배출량을 연간 3132t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보통 상수도 요금은 t당 평균 1천원 정도지만 하수를 재활용한 물 가격은 464원이다. 상수도의 절반 가격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이고 물값도 절감하는 것이다.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인 더샾 퍼스트월드는 효율적인 물 사용을 위해 생활하수를 모아 정화한 뒤 단지 안 조경 및 공중 화장실 변기 등에 재활용하고 있다. 지하주차장엔 폭우 때 빗물을 조절할 수 있는 저류조가 설치돼 빗물이 넘치는 것을 막아준다. 송도 중앙공원에도 7개 빗물 저장소를 설치했다. 저장된 빗물은 조경·청소 용수로 활용되며, 1회 빗물 저장으로 약 500만원의 물값을 절약할 수 있다.

태양열 등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건축물도 송도국제도시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송도국제업무단지 대표 오피스 빌딩인 동북아트레이드타워(NEATT)는 외벽을 모두 유리로 만들어 자연광을 쓰도록 설계됐다.

송도의 핵심 상업시설인 커낼워크는 외단열 시스템을 사용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있다. 외단열 시스템은 콘크리트 구조 바깥쪽에 단열재를 붙이는 방식으로, 콘크리트 구조 안에 단열재를 붙이는 내단열 시스템과 견줘 열 손실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또 열 이동을 최소화해주는 에너지 절약형 유리가 쓰여 여름철에는 태양열을 실외로 반사시키고 겨울철에는 난방열을 실내로 반사시켜 냉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또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활용하도록 설계됐다. 송도국제도시가 평평한 매립지라는 점에 착안해 도시 곳곳에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놓았다.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들은 인천 앞바다인 해안가나 공원까지 2~5km씩 자전거도로가 연결돼 있다.

외단열 시스템으로 CO₂ 감소·난방비 절약

2020년 송도국제도시 개발사업이 완료(계획 인구가 25만 명)되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같은 규모 일반 도시의 3분의 1 수준인 26t가량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에코 바람에는 환경 훼손 논란이 잠복해 있다. 송도국제도시 11공구 매립 공사가 오는 9월 시작되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이 지역이 인천에서 유일하게 남은 자연 갯벌이어서 보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천시는 야생조류 대체 서식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생태계 파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송도국제도시에 부는 에코 바람이 순풍이 될지, 양날의 칼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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