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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완전한 만남

등록 2008-04-11 00:00 수정 2020-05-03 04:25

자체 포털을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모든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LG텔레콤의 ‘오즈’ 서비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내에 무선 인터넷이 처음 도입된 건 1999년이다. 벌써 9년이 흘렀다. 그런데 모바일의 경우 무선 인터넷 이용자는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무선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소수 마니아들만 한 달 수십만원씩 요금을 내면서 쓰고 있다. 이용자가 생각보다 적은 이유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무선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할 때 요금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둘째, 모바일 단말기 액정 화면이 인터넷을 검색하기에는 너무 작기 때문이다. 셋째,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무선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풍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3세대 모바일 서비스의 도전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는 통상적으로 ‘영상통화’를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SK텔레콤(SKT)의 ‘T’와 KTF의 ‘쇼’(SHOW)가 대표적이다. 이동통신 시장의 1, 2위인 두 업체는 “3세대 모바일 서비스는 영상통화”라며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런 와중에 시장 3위 업체인 LG텔레콤이 3세대 모바일 서비스의 또 한 축인 ‘데이터통신서비스’에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4월3일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전자우편을 확인할 수 있는 3G 데이터 서비스 ‘오즈’(OZ)를 출시한 것이다. 저렴한 요금을 앞세운 모바일 인터넷의 대중화를 선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은 “오즈를 통해 음성통화 시절에 만들어진 업계 구도를 깨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이 음성통화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KTF가 영상통화 전략에 주력하고 있는 사이에 LG텔레콤이 무선 데이터서비스 영역에서 한발 먼저 치고 나선 형국이다.

‘오즈’는 주소를 입력한 단축 버튼을 누르면 네이버·다음·구글 등 포털과 자신이 원하는 각종 사이트로 바로 접속해 PC처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무선 인터넷 서비스다. 휴대전화를 통해 간편하게 인터넷 사이트 화면을 검색할 수 있고 전자우편의 첨부파일까지 열어볼 수 있으면서 요금 부담도 적다.

특히 LG텔레콤은 ‘풀 브라우징’과 전자우편 기능으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풀 브라우징이란 네이버나 구글 같은 인터넷 사이트를 그대로 휴대전화 화면에 띄워주는 서비스다. 풀 브라우징을 이해하려면 기존에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해온 폐쇄행 모바일 무선 인터넷 접속 방식을 알아야 한다. 국내 이동통신 업체들은 업체별로 따로 만들어놓은 ‘포털’을 통해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왔다. SK텔레콤은 ‘네이트’, KTF는 ‘매직앤’과 ‘쇼인터넷’, LG텔레콤은 ‘이지아이’란 자체 관문을 두고 있다. 이 관문을 거쳐야 무선 인터넷에 접근하도록 만들고, 이런 방식을 이용해 이용자를 귀찮게 하고 또 추가 수익을 챙겨왔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경우 약 2200만 명의 가입자가 네이트를 통해서만 무선 인터넷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만들고, 또 이 안에 들어간 뒤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만들어 이용자들과 무선 인터넷 콘텐츠 제공업체한테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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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LG텔레콤의 풀 브라우징 오즈 서비스는 개방형 모델이다. 즉, 오즈 사용자는 ‘이지아이’를 거치지 않고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방대한 양의 무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에 자신이 원하는 인터넷 사이트 주소를 입력해 초기화면으로 설정해놓으면 버튼 하나로 바로 접속된다. PC에서 네이버를 검색할 때와 똑같아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텔레콤은 기지국 5천 개에 이르는 리비전 A망을 전국에 구축했다. LG텔레콤 쪽은 “오즈는 영상통화로만 인식돼온 기존 3G 서비스의 개념을 뛰어넘은 개방형 데이터 서비스”라며 “기존 이동통신사가 고수해온 폐쇄형 모바일 인터넷은 요금도 비싸고 볼 만한 무료 콘텐츠도 크게 부족했는데, 오즈 모델 도입에 따라 PC에서와 똑같은 웹서핑이 이제 휴대전화에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기존 무선 인터넷 서비스는 휴대전화 화면 크기에 맞춰 별도로 가공된 인터넷 사이트만 볼 수 있었지만, 오즈 사용자는 PC로 인터넷을 보는 것과 같이 웹서핑을 할 수 있다. 단, 액티브X와 플래시 9.0 버전을 사용하는 동영상, 그리고 액티브X를 사용하는 금융 관련 사이트는 PC와 휴대전화 사이의 플랫폼이 달라서 이용할 때 제한이 있다.

무선 인터넷망 개방되나

또 오즈의 이메일 서비스를 통해 휴대전화로 다음, 네이버, 야후, 구글, 파란, 천리안 등의 웹 전자우편을 PC에서와 같이 주고받을 수 있고, 첨부파일(엑셀·파워포인트·워드 등)까지 확인할 수 있다. 웹메일 주소와 아이디, 비밀번호를 휴대전화에 입력하면 수신 메일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최대 300개 메일을 저장할 수 있다. 특히 메일 수신 간격을 30분, 1시간, 3시간 등으로 설정해두면 수신 시간에 맞춰 전자우편이 자동 수신되고 휴대전화 표시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첨부파일은 확대·축소 보기가 가능하다.

사실 오즈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자리를 잡으면 무선 인터넷망 개방 문제는 풀리게 된다. 즉, LG텔레콤이 오즈를 풀 브라우징 방식으로 내놓았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F도 자체 포털을 통한 무선 인터넷 접속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 브라우징 서비스는 SK텔레콤이 먼저 선보였다. 그러나 기존의 작은 단말기 액정 화면을 그대로 써 이용자가 답답함을 느끼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사실 모양새만 갖춘 풀 브라우징이었다”며 “KTF는 매직엔을 통해 월정액 무제한 인터넷 서비스만 하고 있을 뿐 풀 브라우징 웹서핑은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관문 방식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LG텔레콤 오즈 서비스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지게 됐다. SK텔레콤과 KTF도 뒤따르게 될 공산이 크다. 이미 SK텔레콤은 액정이 넓은, 풀 브라우징 방식의 삼성전자 햅틱폰 단말기를 5월에 내놓기로 했다. 데이터 통화료 인하 시기도 4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KTF도 당장 풀 브라우징 서비스를 지원하는 휴대전화를 5월부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LG텔레콤이 이번에 내놓은 무선 인터넷 오즈는 모바일 인터넷 요금 파괴에도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은 오즈에 가입하면 가입 뒤 6개월간은 월 6천원의 요금으로 추가 데이터 통화 요금 없이 인터넷 검색을 무제한 할 수 있게 했다. 또 월 1천원을 더 내면 전자우편도 무제한 확인할 수 있다. 6개월 이후에는 1GB 용량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월 1GB는 웹 페이지 기준으로 2천∼4천 번 볼 수 있는 용량으로 하루 60∼130쪽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1만원으로 10만원 상당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퍼펙트’ 요금제를 내놓고 6월 말까지 가입하는 고객에게 3개월 무제한 이용 혜택을 주고 있다. KTF는 지난해 2월 월 3천원으로 웹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웹서핑’ 상품을 내놓았다.

오즈 서비스는 4월 초에 출시된 ‘LG-LH2300’(3인치 화면)과 ‘캔유801Ex’(2.8인치 화면) 등 오즈 전용 웹브라우징 3G 휴대전화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영상통화 단말기(대략 2.2인치 화면)보다 액정 화면이 크고, 일반 휴대전화보다 5배가량 선명한 WVGA(800×480)급이다. 글자 포인트가 작지만 기존 PC 화면에서 보는 포털 화면이 액정 화면에 다 들어간다. 화면 확대·축소 기능과 한번에 여러 개의 사이트를 띄울 수 있는 멀티창 기능도 지원한다.

포털 화면 다 볼 수 있나

흥미롭게도 오즈 출시라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 변화에 발맞춰 인터넷 포털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 쪽은 “모바일 무선 인터넷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면 네이버나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배너를 띄우고 플래시가 돌아가는 어지러운 포털 화면을 정리해 가볍고 심플하게 만들게 될 것”이라며 “모바일에서 접속할 때 네이버 용량이 무거워 화면을 띄울 때마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다른 포털로 접속 화면 설정을 바꿔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LG텔레콤 정일재 사장

“진정한 모바일 인터넷 시대 열린다”



LG텔레콤 정일재 사장은 4월3일 ‘오즈’ 출시 간담회에서 “보조금 경쟁보다는 요금·서비스 경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오즈를 내놓았다. 오즈를 통해 시장에서 LG텔레콤의 존재가치를 부각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전 A망
(오즈는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망을 이용하는 SK텔레콤이나 KTF의 3G와 달리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이 진화한 리비전 A망을 이용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투자 금액보다는 시간이 더 걸렸다. 얼마라고 계산하기 복잡한데, 고속패킷접속(HSPA)의 3분의 1 정도가 들었다. 용량 증설은 필요하다. 그러나 트래픽 과부하 부담은 크게 없다. 퀄컴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고 알고 있다. 우리는 2G에서 진화한 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3G 가입자 목표를 두지 않는다.
무선 인터넷 서비스 ‘이지아이’와 오즈를 어떻게 운영하나.
=이지아이는 여러 서비스가 혼재돼 있다. 유선에서 공짜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이지아이에 넣지 않겠다. 휴대전화에서 제공하는 용도로 특화해서 이지아이를 운영하겠다.
무선 인터넷 이용시 배터리 방전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문제도 우려되는데.
=우리도 걱정하고 있다. 인터넷을 많이 쓰다 보면 배터리도 신경써야 하는데, 단말기 크기가 통화 중심일 때보다 커질 것 같다. 바이러스는 웹뷰어를 설치하면 일단 차단되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해소될 것으로 본다. 아무래도 휴대전화는 PC와 차이가 있다. 소비자도 대용량 파일은 유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등 현명하게 이용했으면 좋겠다.
의무약정제는 도입 안 하나.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도 의무약정제로 문제가 많았다. 도입하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고객이 원하는지 보고 다시 말씀드리겠다.
슬라이드·폴더 형태의 오즈 전용 단말기 출시 계획은.
=전면 터치 스크린으로 고집할 생각은 없다. 지금 자판을 그대로 쓰고 화면을 눕히는 게 최선인데 계속 고민하고 있다. PC통신이 인터넷으로 진화했듯, 이제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포털, 콘텐츠 제공업체 등 관련 업계도 모바일 환경에 적합한 사이트와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 서로 이익이 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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