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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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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가격에 마법 걸렸네

등록 2006-02-10 00:00 수정 2020-05-03 04:24

삼성·LG전자의 LCD·PDP TV 가격 파괴, 노트북과 디지털카메라도 확산 일로…독일 월드컵 겨냥해 각종 할인 행사 진행하는 올 3∼4월이 적당한 구매 시기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국내 디지털 제품값이 ‘매직가격’을 향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의 경우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가격대를 매직 프라이스(인치당 50~60달러 수준)라고 하는데, LCD TV는 올해 매직가격(32인치 15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소·중견업체도 대열에 가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말 LCD TV 가격을 대폭 인하한 데 이어 연초에는 PDP TV 가격을 떨어뜨렸고 1월20일부터 또다시 LCD TV 가격을 낮추는 등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PDP TV(50인치)는 2004년 초만 해도 1300만원을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500만원대로 떨어졌고 42인치는 당시 800만원에서 340만∼420만원대로 하락했다. LCD TV(40인치)도 2년 전 1천만원에 육박했던 것이 300만∼400만원대로, 30인치대는 500만원에서 3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불과 2년 만에 가격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32인치 고화질(HD)급 분리형 LCD TV는 지난해 6월 390만원, 10월 290만원, 현재 260만원으로 떨어졌다. 똑같은 크기의 제품에서 100만원대로 벌어졌던 LCD TV와 PDP TV 간 가격 차이는 이제 제품에 따라 적게는 20만원까지 좁혀졌다.

디지털 TV 전문 중소·중견업체 쪽은 더 싼 가격으로 ‘가격 파괴’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30인치 LCD TV의 판매 가격은 100만원대로 떨어졌다. 디지탈디바이스는 최근 42인치 일체형(수신기 내장) PDP TV 가격을 279만원에서 199만9천원으로 내렸다. 37인치 일체형 LCD TV의 가격도 250만원에서 169만9천원으로 내렸다. 디지탈디바이스 쪽은 “유통점을 통한 디지털 TV 판매를 중단하고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만 팔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레전자의 42인치 표준화질(SD)급 분리형 PDP TV는 이미 250만원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다. 중국의 대표적인 전자업체인 하이얼은 국내에서 HD 일체형 LCD TV를 168만원(32인치), 238만원(37인치), 328만원(42인치)에 팔고 있다.

과연 LCD·PDP TV 가격은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 요즘의 가격 파괴 바람은 독일 월드컵 특수를 앞두고 디지털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LCD 패널 생산업체들이 연초부터 7세대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고, PDP 패널을 만드는 LG전자와 삼성SDI 역시 생산라인을 증설할 예정이어서 생산량 증가에 따른 가격 인하가 계속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패널 생산라인이 7세대에 이어 8세대, 9세대 등으로 높아질수록 기판에서 생산되는 LCD·PDP 패널 수가 거의 두 배로 증가하는데, 이런 규모의 효과로 가격은 계속 떨어지게 된다. 50인치 LCD TV를 1년 뒤에 지금의 40인치보다 더 싼 가격으로 사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 쪽은 “공급 물량이 두 배로 늘더라도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면 가격이 지금처럼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평판 TV 가격의 바닥이 얼마라고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벽에 걸린 100인치 TV를 본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선뜻 구입하기에는 아직 만만찮은 가격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LCD·PDP 평판 TV 가격은 대중화되는 선까지 계속 하락할 전망이다.

그동안 LCD·PDP TV 구입을 미뤄온 소비자라면 독일 월드컵을 겨냥해 각종 할인·사은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올 3∼4월이 적당한 시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LG전자의 LCD·PDP TV는 이미 화질 면에서는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는 최고 기술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올 하반기에는 7세대 LCD 패널 생산라인이 최고 생산 궤도(풀캐파)에 오르면서 물량이 대대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30·40인치대 LCD TV 가격이 큰 폭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PDP TV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42인치가, LCD TV는 32인치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PDP는 대체로 37·42인치부터 시작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80인치, LG전자는 102인치까지 팔고 있다. 반면 1인치부터 시작해 점점 커지고 있는 LCD는 삼성은 57인치, LG는 55인치까지 선보였다.

평판이냐 브라운관이냐


가격이 더 확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요량인 소비자라면 기존 배불뚝이 곡면 브라운관 TV나 완전평면 TV를 새로운 모델로 교체할 때 LCD·PDP 평판 패널 TV 이전에 ‘슬림형 브라운관 TV’를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초 각각 출시한 32인치 슬림 TV는 기존 완전평면 브라운관 TV보다 두께를 20cm가량 줄인 39cm라서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브라운관의 무겁고 두꺼운 이미지를 말끔히 벗었고, 앞에서 보면 얼핏 평판 패널 TV처럼 보일 정도다. 소비자 가격은 32인치는 129만∼139원, 29인치는 89만원대다. 32인치 슬림 TV 가격은 30인치 LCD TV에 견줘 거의 절반 가격이다. 또 브라운관 TV는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가장 밝고 깨끗하다. 따라서 두께를 크게 줄인 슬림 브라운관 TV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편이고, 실제로 LCD TV와 더불어 20인치대 후반과 30인치대에서 잘 팔리는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슬림 브라운관 TV는 기존의 29인치 평면 브라운관은 물론 프로젝션 TV·LCD TV의 일부 수요까지 흡수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한 달에 1만 대 이상 팔고 있다. 평판 TV에 밀려 다소 주춤했던 브라운관 TV 시장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화면만 남기고 모두 없앤 것이 가장 좋은 TV일까? 판매 금액에서야 평판 TV가 앞질렀지만, 국내 전체 판매 대수로는 아직 85% 이상이 브라운관 TV다. 국내에서 TV는 연간 250만 대 정도 팔리는데, 브라운관 TV는 지난해 185만 대 정도 판매됐다. 업계는 2008년까지 브라운관 TV가 연간 100만 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평판 패널 TV의 가격이 언제 어디까지 떨어지느냐에 달렸지만, 평판 TV 판매가 브라운관을 앞지르는 데는 앞으로 5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화질은 어떨까? LCD TV, PDP TV, 프로젝션 TV, 슬림 TV, 일반 브라운관 평면 HD TV의 화질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화면을 구현하는 표현 방식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명암비의 경우 수치상으로 슬림 TV는 5천 대 1이고, PDP가 1만 대 1이라고 해서 PDP가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체로 볼 때 화질은 일반 브라운관 HD TV가 가장 좋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만 브라운관 TV는 누가 뭐래도 숨결까지 느낄 수 있는 고선명 TV다. 반면 PDP와 LCD는 깨끗한 동영상, 뚜렷한 명암, 표현의 섬세함, 자연스러운 색상이 강점인데, LCD는 칼 같은 해상도를 지녔지만 명암비가 다소 떨어진다. PDP는 브라운관 못지않은 깊은 색감을 가지고 있고 어두운 색을 표현하는 데 좋다. 슬림형 TV는 공간이 절약되지만 기존 평면 브라운관에 비해 화질이 좀 떨어지고, 프로젝션 TV는 밑에서 반사된 영상을 확대해 보는 것이라서, 화면은 크지만 화질이 떨어진다.

59만5천원짜리 노트북!

디지털 TV 못지않게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도 가격 파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중국 업체에 이어 일본 업체들까지 디지털 제품 가격 파괴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니코리아는 최근 600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 ‘사이버샷 DSC-S600’을 29만9천원에 출시했다. 600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는 그동안 시중에서 40만원대가 주류였다. 노트북 PC의 경우 중국 노트북 2위 업체인 하시그룹은 지난해 말 14인치 노트북 ‘제갈량 S263C’을 59만9천원(부가세 포함)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았다. 이 모델은 AMD의 셈프론2600+를 중앙처리장치(CPU)로 채택했고 256MB 메모리, 3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했다. 지금까지 국내에 시판 중인 노트북 제품 중 최저가 모델은 델컴퓨터의 ‘인스피론 1300’ 모델(76만8천원, 부가세 포함)이었다. 이 제갈량 모델에는 윈도 운영체제가 빠져 있는데 윈도 설치는 옵션(10만원)이다. 노트북을 살 때 윈도 설치를 요구하는 소비자가 별로 없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요즘 하루 판매량은 100대 수준이라고 한다. 하시그룹은 또 12인치급 모델 ‘양귀비’를 69만9천원에 출시했는데, 동급 최저가 모델인 삼보컴퓨터 ‘에버라텍3700’보다 40만원 정도 싸다. 하시노트의 국내 총판인 기해전기 쪽은 “우리는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팔고 있는데, 한국 노트북 시장은 복잡한 유통 과정, 브랜드 이미지와 광고비 등 간접비, 윈도 설치 비용 때문에 여전히 거품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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