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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스탠더드는 망하는 길”

등록 2005-12-22 00:00 수정 2020-05-03 04:24

참여정부 초기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교수에게 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듣는다…미국식 단기 실적주의 버리고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약과 사회적 타협에 집중해야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여전히 화두는 ‘양극화’입니다.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 산업, 정규직-비정규직…. 각 부문의 윗목과 아랫목의 온도차는 날로 커진다는 진단입니다. 양극화는 이미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정치적인 의제로 떠올라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경제의 윗목-아랫목론’이 거론된 바 있고, 노무현 대통령의 올 초 신년사에서도 양극화는 핵심 주제어였습니다. 2006년 대통령 신년사에서도 양극화 극복이 최대 과제로 제시될 것이라고 합니다.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양극화 해소 방안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2005년을 넘기고 있다는 방증인 듯합니다.

참여정부 초기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55) 경북대 교수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양극화는 정보화·지식기반 사회의 도래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꼽고, “각 부문의 상생을 위해 이를 시장에만 맡겨둘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식 단기실적주의와 시장만능주의로 가는 것은 모두가 망하는 길”이라며 “보수적인 학계와 언론이 구축해놓은 지배적인 담론을 깨뜨려 사회통합 모델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는 12월12일 한겨레신문사 5층 회의실에서 이뤄졌습니다.

정보화·지식기반 사회의 도래가 원인

지금의 한국 경제는 어떤 상태라고 판단하십니까.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지난해 11월 인터뷰 때 거시지표상으로는 괜찮은데, 양극화가 문제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판단은 지금도 동일한가요?

=그때보다는 조금 좋아졌다고 봅니다. 내년엔 대체로 5% 성장은 할 수 있다는 전망들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수출이 계속 잘되고 있고 거시지표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역시 양극화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게 우리 사회의 제일 중요한 숙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참여정부에선 양극화의 원인을 어떻게 진단했고, 그에 따른 해법은 어떤 것이었나요? 그리고 그 진단·해법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습니까? (청와대) 밖에서 볼 땐 차이가 있을 법도 한데….

=정보화·지식기반 사회의 도래가 (양극화의) 확실한 이유인 것 같습니다. 고급 전문직과 지식·기술이 필요 없는 하위직 일자리는 많이 생겨나는 반면, 중간 일자리는 소멸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 일자리의 양극화인 거죠. 이게 지식경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지난 20년간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도 시차를 두고 미국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흔히 양극화의 원인으로 세계화를 거론하는데, 이는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화는 한편으론 불평등을 축소시키기도 합니다. 반드시 양극화를 불러온다고 보는 건 성급합니다. 세계화로 불평등이 심해지는 나라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노동을 수출하는 나라에선 세계화로 양극화의 격차가 축소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남아 노동자들이 들어오고 있지만, 공장의 해외 이전은 아직 초기여서 양쪽 성격이 섞여 있다고 봅니다. 양극화를 제어할 제도적 장치가 어느 정도 작동하느냐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제도적 장치는 취약합니다. 노조가 약하고, 최저임금제 같은 사회보장 제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에 맡겨서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 가지 지표로 보아 참여정부 들어서도 양극화는 계속 확대됐다는 얘기가 많습니다. 참여정부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무력했던 것 아닌가요?

=참여정부 들어 더 확대됐다고 볼 순 없고,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겁니다. 참여정부의 해법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노력도 부족했고, 그 작은 노력마저 반대하는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시각, 성장지상주의, 분배와 복지를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쯤으로 간주하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이 큰 걸림돌입니다. 그걸 바꾸지 않고서는 안 됩니다. 40년 묵은 성장지상주의가 얼마나 편향돼 있는지 이제는 국민들이 바로 보고 ‘아니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자산 재분배 노력, 홍보가 안 됐다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법은 어떤 것인가요?

=양극화 해결을 위해 종합 프로그램을 내건 적은 없고, 제가 청와대에서 일하면서 나름대로 정리한 바는 크게 세 가지 방향입니다. 첫째는 상생협력 방안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약을 맺도록 한 게 한 예입니다. 노사 간 사회적 대화의 틀을 마련하는 것도 상생협력을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2004년 초 일자리 창출 협약을 만들었는데 민주노총이 빠지는 바람에 부분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머물렀습니다. 아직 부족하고 더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번째 해법은 자산의 재분배 전략입니다. 세금을 많이 거둬서 정부가 앞장서 재분배에 나서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복지병’이라고 하는…. 우리는 아직 그런 것을 염려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부작용을 예방하면서 양극화를 막을 방법이 자산의 재분배입니다. 불평등이 발생한 것을 사후에 교정하는 게 아니고, 사전적으로 불평등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는 정책입니다. 대표적인 자산인 부동산, 주식, 인적 자산의 재분배를 위해 참여정부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 10·29 부동산대책(2003년), 8·31 부동산대책(2005년)을 내놓았고, 인적 자산에 대해선 2008학년도 입시제도 개편, 실업고 개편,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마련했습니다. 주식과 관련해선 차입형 우리사주제도가 도입된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자산 재분배에 애써왔고, 종합적으로 보면 꽤 많은 일을 했는데, 이런 쪽에선 너무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안전망 구축입니다. 복지 예산을 늘리고 전달 체계를 고쳤습니다. 예산만 늘려선 안 된다고 판단해 실핏줄을 뚫었습니다. 복지 전담 공무원을 1800명 증원했습니다. 이에 따라 복지전담 공무원은 7200명에서 9천 명으로 늘어 오랜 숙원이 해결됐습니다. 이런 분야의 공무원 수를 늘리는 건 비난할 게 아닙니다. 꼭 필요합니다. 참여정부에선 또 보육예산을 매년 50%씩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다 사회 안전망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이런 성과를 잘 알려서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낼 만하다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세금을 더 내고 혜택을 더 받아가게 해야지, 작은 정부니 감세니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양극화의 여러 양상 가운데 핵심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라고들 얘기합니다. 거기에서 노동시장의 양극화, 소득분배의 양극화가 비롯된다는 것이죠. 동의하십니까?

=중소기업이 고용의 87%를 담당하고 있고 그 비중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을 살리면 일자리가 마련되고, 소득 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도 완화될 수 있습니다. 중소기업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고, 관건입니다.

우리나라가 ‘중소기업 정책 최다 보유국’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정책의 가짓수는 많은데 실효성이 없는 게 태반입니다. 효과도 없이 일부 중소기업에 특혜를 주는, 시장원리에 안 맞는 정책은 대폭 정리해야 합니다.

대기업-중소기업의 상생협약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올 6월 정부 중재로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의 부품단가를 과도하게 인하하고 기술을 탈취하는 문제들을 자제하고 대기업이 중기 인력 양성을 도와줘 상생하자는 협약을 맺을 때 3개월마다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대기업에서도 의지는 있다고 봅니다. 핵심 부품을 해외에 의존하는 게 상황에 따라선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마련하는 건 대기업에도 중요합니다.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은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은 부품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반면, 일본은 부품의 90%를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잘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그런 연결고리가 끊겨 있습니다. 대기업과 같이 날아야 할 중소기업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기업별 노조를 산별 노조로

일본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과 단기적인 이득을 취하는 결과의 차이라고 봐야죠. 국내 중소기업이 탄탄한 기술을 갖추고 그곳에서 기술인력들이 안정적으로 일하는 게 장기적으로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중요합니다. 도요타자동차와 부품업체들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단가를 후려치지 않고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는 걸 배워야 합니다. 방향을 돌려야 합니다. 미국식 단기실적주의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고 ‘편협한 아메리칸 스탠더드’임을 인식하고 옳지 않은 것은 바꿔야 합니다. 미국식 단기실적주의는 저투자, 저고용으로 이어집니다.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과거처럼 정부가 깊이 개입하긴 어렵고, 상생 협력의 틀이란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같은 기초 작업 뒤 기업가들의 ‘행동규칙’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그 길(미국식 단기실적주의)이 우선은 살길처럼 보이지만 나중에 망하는 길이라는 담론을 끊임없이 제기해야 합니다. 그런 담론이 부족하고 외환위기 이후 ‘아메리칸 스탠더드’를 보수학계와 보수언론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시장만능주의가 양극화 문제를 많이 악화시켰습니다. 그 사람들은 우리사주제나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시장원리에 반하는 걸로 치부합니다. 복지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도외시합니다. 어제 TV에서 양극화 관련 여론조사를 보니 재분배가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65%에 이르더군요. 이제 국민들도 사태를 바로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 보수언론의 역기능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설익은 시장만능주의와 싸워야 합니다.

언론만 그런 게 아니라 경제학자들 중에도 양극화는 경쟁력의 결과물일 뿐이라며 큰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학자들도 다분히 그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많다 보니…. 우리나라의 시장만능주의는 영·미 시장주의를 능가합니다. 우리에겐 영·미의 사회 안전망, 통합 기능조차 없습니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 시장경쟁에만 맡기자는 건 참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것입니다. 위험하고 편향된 사상입니다. 온건한 생각과 상식이 필요합니다.

참여정부는 사회적 타협, 상생협약 체결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를 꾀해왔습니다.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많은 듯합니다.

=우리 사회는 타협을 이뤄낸 전통이 약하며, 제도 기반은 부족하고, 주체 형성도 돼 있지 않습니다. 객관적 조건이 불리하다는 걸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세계화의 험난한 파고를 헤쳐갈 길은 그것뿐입니다. 그쪽으로 가야 한다는 인식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켜야 합니다. 보수적인 학계와 언론이 형성해온 지배적 담론을 깨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현명하게 인식하면 불리한 조건들을 비교적 단기간에 극복할 수 있습니다.

스웨덴이 ‘살초바덴 협약’을 맺은 게 1938년이었습니다. 임금인상을 자제하고 중앙교섭을 보장받는 노사 협력 방안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선 1920년대에 그런 협약을 맺었고, 비교적 최근의 것으로는 1982년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이 있습니다. 우리에겐 시기상조라고 말하는 건 자기 비하입니다. 우리도 스웨덴처럼 기적 같은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기업별로 분권화돼 있는 임금협상을 중앙교섭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불신·투쟁의 노사관계와 기업별 노조는 최악의 결합입니다. 우리가 바로 그렇습니다. 이건 산별노조 형성을 막자는 구시대 독재정권과 기업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었는데, 지금은 도리어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중앙교섭으로 가면, 노동계도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규칙을 바꿔야 합니다. 기업도, 정부도, 노조도 구시대의 단기주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회에서 발목 잡힌 10·29 대책

당·정·청이 12월18일에 양극화 관련 토론회를 연다고 합니다. 열린우리당이나 정치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10·29 대책은 정치권에서 발목이 잡혔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의 한도가 6억에서 9억원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런 것들이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줬다고 봅니다. 부동산 게임을 하는 베테랑들한테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옵니다. (부동산 문제에선) 국회의 책임이 큽니다. 8·31 대책으로 ‘재수’를 하는 마당에 지난번의 교훈을 배우지 못한다면 구제불능입니다.

8·31 대책은 10·29와 같은 맥으로 이어진 것인데, 핵심은 일관성입니다. 초지일관하면 부동산 거품은 걷힐 것입니다. 일본처럼 급격히 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5~10년에 걸쳐 연착륙해야 합니다. 너무 많이 오른 아파트 값은 많이 떨어져야 합니다. 현상 유지 정도로는 안 되고 확실히 떨어져야 합니다. 2~3년 사이에 값이 두 배로 뛰어 몇억원씩 번 졸부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노력해서 번 게 아니라 서민들의 희생 위에서 얻은 불로소득입니다. 서민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당연히 사회에 환원돼야 합니다. 불로소득이 설 자리가 없어져야 경제가 살아납니다.

다들 올해보다는 나을 거라고 얘기하는데, 내년 경제는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대체로 5%대 성장에는 만장일치인 것 같습니다. 5% 성장이면 괜찮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국민들이 3년 동안 참고 고생했습니다. 외환위기 때는 너무 빨리 ‘퇴원’했고, 그 뒤 거품경제가 만연했습니다. 지난 3년은 거품이 꺼지는 과정이었고, 고통이 길었던 만큼 앞으로 올 즐거움도 길 것으로 봅니다. 골짜기가 깊을수록 산이 높은 법입니다. 정부는 원칙과 약속한 것을 지켜나가고 일관성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게 정부가 할 일입니다. 대통령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안한 ‘사회통합 연석회의’를 빨리 구성해서 난관을 돌파해나가야 합니다. 거기서 사회 각계각층을 망라해 어려운 문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노사뿐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차별, 비정규직, 쌀 개방을 비롯한 농업 문제까지 포함해 거리에서 투쟁할 게 아니라 토론을 통해 사회 고질병들을 하나씩 고쳐나가야 합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추락했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지지도가 지금은 바닥이지만, 일관성을 유지하면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평가는 상당 부분 일관성을 잃은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원칙과 일관성을 갖고 묵묵히 해나가면 언젠가는 제대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의석을 많이 갖고도 몸집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예전의 한국 축구처럼 문전 골처리 미숙으로 찬스를 놓치곤 했습니다. 정부·여당은 당장 욕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먼 훗날 지탄받을 것을 두려워해야 합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참여정부 임기)이 2년밖에 안 됩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지 말고 대의명분에 맞으면 ‘욕먹는 길’이라도 과감히 택해야 합니다.



참여정부 개혁정책의 선봉장

부동산 대책과 소득불균형 문제 해소에 전력 다한 이정우 교수

이정우 교수는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데 이어 참여정부의 12개 핵심 국정과제를 총괄 조정하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엔 경제1분과 간사로 활약해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사로 꼽히며 청와대 재직 시절엔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로 통했다.
올 8월 대통령 정책특보를 끝으로 청와대를 떠날 당시엔 참여정부의 개혁 색채가 흐려질 것이란 걱정을 낳을 정도로 개혁적인 인사로 평가받아왔다. 10·29(2003년), 8·31(2005년) 대책으로 대표되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것도 그였다. 청와대 비서실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며 소득불균형 문제 해소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였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임금불평등 문제라는 점과 맥락이 통한다.
청와대 생활을 마감할 당시 일었던 구구한 해석과 관련해 이 교수는 “참여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돈 때였다”며 “너무 오래 일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 있는 자리를 그만두니 마음은 홀가분해졌는데, 강의와 집필, 인터뷰 요청으로 몸은 계속 바쁘다”며 웃었다. 청와대에서 물러난 그는 경북대 교수로 복직해 화·수요일 이틀 동안 출강하고 있다. 자녀들의 학업 문제에 얽혀 청와대 생활을 시작할 당시부터 서울 봉천동 전셋집에서 기거하고 있으며, 내년엔 대구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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